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18-코리아 킨더가든, 챕터스, 도리의 빨래접기

천마리학 2012. 10. 21. 08:24

 

 

 

*20111119()-코리아 킨더가든, 챕터스에서 라이트닝 맥퀸을

918.

Celsius 10°~ 8°, 6am 현재 6°. Mostly Sunny.

 

 

간밤에도 오리털 파카를 입고잔 할머니. 덕분에 감기가 조금 달아난 느낌. 5시 반에 일어나 컴작업하다가 610분경에 깨어난 아리가 부르는 소리에 내려갔다.

그림 그리고 싶어 하는 순서 앞에 하기 싫어하는 한글공부를 끼워넣었다.

<김 무 궁 화 김 도 리> 를 겨우 4줄 썼다.

한국킨더가든노트를 보니 이번 학기에 이미 배운 글자들인데도 전혀 모른다.

무궁화, 태극기, 시계

더 진도 나가기 전에 간격을 좁혀야하기 때문에 할머니 독자적인 한글공부가 아니라 코리아킨더가든의 진도와도 어느 정도 진행을 맞춰야겠다. 그러나 아리가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글자공부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빨래접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온 도리.

어떻게 접나 유심히 바라본다.

 

 

 

이민2세들이 한글과 한국말을 모르는 이유가 실감됐다. 흔히들 가르치기 어려워서, 혹은 아무리 가르쳐도 잘 되지 않더라는 말이 실감된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지금 할머니가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다. 하는데 까지 아니, 한글과 한국말이 익숙할 때까지는 가르쳐야 한다.

한글공부를 마치고 서둘러 아침식탁을 준비하는데 엄마아빠가 내려왔다. 킨더가든에 갈 준비에 바쁘다.

엄마 아빠 아리 도리 모두 코리아 킨더가든에 간다고 아침부터 부산하던 찰나에 한국의 할머니 친구 한나씨로부터 전화. 근간의 안부나누었다. 한나씨는 지금 그가 쓴 어머니에 대한 소설 <지바 후꾸꼬 나의 어머니>의 마지막 교정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모두 집은 나간 뒤에 할머니는 점심준비 서둘러했다. 콩나물국과 야채 두부조림. 뒷정리한 후 쓰레기 처리하고 나니 10시 반, 커피 한 잔 내려가지고 올라왔다.

 

 

 

히히, 아주 쉽구나! 누가 그걸 모를까봐!

 

 

 

점심식사 후 아리와 함께 도리 돌날 파티에서 아리와 도리의 머리에 씌워줄 종이왕관을 만들었다. 종이접기 책에서 그림 오려 만드는 짝짝짝도 만들었다. 할머니와 함께 가위질하고 색칠하고··· 사실은 할머니가 더 많이 하지만 그래도 공동작업인 셈이다.^*^ 아리는 도리가 오는 것을 자꾸만 막아낸다. 아리가 공작도 해놓고 방안에 나름대로 꾸며놓은 것을 도리가 망가트리고 방해를 하기 때문이다.

도리, 던 두 댓!”

도리를 힘겹게 안아서 거실로 내보내고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도 오빠 방에 들어오려고 유리문에 두 손을 짚고 버티고 서서 울기도 하고, 보다 못한 아빠가 아리를 달래지만 아리는 도리가 어질기 때문에 싫다고 말한다. 아빠가 아리 너도 어질때가 많지 않느냐고 했지만 아리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번엔 아빠가 그럼 도리가 어지는 건 아빠가 치워주겠다는 조건으로 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또 아리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좋아라 하는 도리를 보면 귀엽기 짝이 없다. 벌써 남매간의 다툼을 보는 것도 신선하다. 저 어린 것들이 자라면서 얼마나 토닥거릴까, 그것 또한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도와줘서 고맙다 도리!

천만에요!

 

 

 

오후 3시경, 온가족이 함께 쇼핑.

갤러리아에서 가습기와 식품들을 사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아리의 요청에 의해서 베이뷰에 있는 챕터스에 갔다. 아리의 페이브릿 플레이스.

두 살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챕터스, 아리는 챕터스에만 가면 제 세상이다. 서가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책들과 장난감들을 두루 섭렵하고, 마음에 둔 책이나 장난감들을 고르기도 하고, 매장에 있는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오늘도 기차놀이를 하고, 라이트님 메퀸 95(빨간색 레이스 카)를 사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도리 생일날 아리에게 줄 선물로 하고 사주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오랜만에 챕터스 나들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엄마 심심할까봐서 이렇게 한번씩 숨바꼭질도 하지요!

 

 

 

돌아오자마자 도리는 계단을 올라간다.

식구들이 제각각 정리에 바쁜데 도리가 그러니 할머니가 도리에게 매달릴 수밖에.

도리는 열다섯 개의 계단 오르기를 좋아한다. 오늘도 이층까지 올라가서 전기불을 켜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좋아라 한다.

도리의 히말라야 등반 끝!

할머니 방 문을 열어주자 신이 나서 기어들어간다. 할머니 품에 안겨 창문으로 거실을 내려다보며 오빠와 엄마에게 말 거는 것도 즐긴다. 할머니 침대위에서 할머니 책상위로 기어오르려다가 손전등을 발견, 신기해해서 버튼을 눌러 불이 켜주었더니 벽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는 불빛을 따라 기어 다니며 관심을 보인다.

 

 

 

어느 새 다 했나!

더 있으면 좋겠는데...

도리가 도와줘서 빨리했구나.

^*^

 

 

 

저녁에 잘 시간이 되었는데 오늘은 아빠가 있어서 도란도란 하기에 아빠와 자려나보다 하고 저녁에 먹은 한약을 디밀었다. 그 순간 아빠더러 아리가 하는 말.

대디, 유 거우 아웃, 아이 원트 슬립 위즈 할머니.”

아빠가 나랑 잔다고 했잖아?”

첸지 마이 마인드!”

요런 녀석 봤나. 오늘 저녁이라도 할머니에게 자유를 좀 줄까 기대했더니···

아이들과 친구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얼마나 시시때때로 감동을 만나는지. 수시로 천사가 되고 수시로 장난꾸러기가 되고 수시로 귀찮게도 하지만 얼마나 솔직하고 천진스러운지 모른다. 어디 꼭 내 손주들만 그럴까.

누구 막론하고 아이들은 천사다. 천사들과 함께 사는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