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금)-스쿠터 타기, 부모와 할머니의 차이 917. Celsius 4°~ 4°, 6시am 현재 1°. Clear.
기온은 크게 내려가지 않았는데도 바람 때문인지 매섭게 느껴진다. 간밤에 감기기운 때문에 할머니는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잤다. 그 덕분인지 몇 번 깨기는 했지만 계속 잠을 자서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났다. 다른 날보다 많이 잤다. 얼굴은 약간 붓기가 있었지만 기분은 오랜만에 가벼웠다. 여전히 콧물감기 증세.
오늘은 학교가 PA DAY라서 학교가 쉬기 때문에 아리의 유치원도 쉬는 날이다. 그래서 데이케어에만 간다. 아리는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아리를 불러댄다. 항상 아리의 인기는 좋다. 평소 아이들과 잘 논다는 의미다. 아리는 할머니를 제치고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아이들과 좋아라 합류했다. 아리가 노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갔더니 마침 티나 선생님이 메리선생님과 함께 있었다. 티나 선생님은 다음 월요일이면 고향인 뉴 펀들랜드로 떠난다. 서운하다는 말을 나눴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뮤지디엄의 징.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아리에게 징을 치게 한다.
도리 데이케어의 카페에서 도리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준 엄마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이번 일요일, 도리의 돌잔치에서 아리도 겸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존 스트리트의 메트로 빌당 앞에서 헤어졌다. 엄마는 출근하지 전 마지막 마사지를 받기 위해서. 할머니는 집으로.
저녁때 아리를 픽업하러 가면서 엄마가 스쿠터를 챙겼다. 아리가 아침에 유치원에 가면서 스쿠터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에게도 진즉 그 요청을 했었고 그럴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만약의 경우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고 자제해오고 있는 참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실행하니 말없이 따를 수밖에. 바로 이런 것이 부모와 할머니의 입장차이다.
스틸 드럼을 쳐보는 아리. 뮤지디엄안엔 온갖 악기류들이 쌓여있다.
아무리 할머니가 애를 쓰고 정성을 다 하여 육아를 해도 할머니의 뜻대로 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이 우리집 엄마처럼 자기주장이 강하고 완벽주의인 경우 더욱 그렇다. 할머니 입장에서도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강행할 수 없는 것이 만약 그것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생기거나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원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망은 있어도 애 쓴 만큼의 공과는 없다. 그래서 할머니의 발언권이 없는 것이고,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자연적으로 부모와 할머니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언제나 할머니는 아이로부터 아웃사이더가 된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섭섭한 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배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또 할머니로서 그 일을 받아들여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하여 생기는 작은 트러블들이 때로는 견디기 어려워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 발짝 (경우에 따라선 더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 입장에서의 배려와 할머니 입장에서의 포기가 필요하다. 가사사대, 마음 비우는 일.^*^
엄마가 도리의 데이케어로 스쿠터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아리와 할머니가 그곳으로 와서 돌아오는 길에 거기서부터 타게 하겠다는 것. 할머니 생각은 다르다. 아리가 진즉부터 스쿠터를 원했던 것은 스쿠터를 타고 오는 아이를 보고나서부터였다. 학교에서 스쿠터 타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아리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학교로 가지고 가는 것이 원안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주관 안에서 하려고하고, 그래야만 마음이 편한 엄마이다. 짧은 시간동안이었지만 할머니의 생각이 또 복잡해져서 망설이다가 한 마디 했다. “아리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가져오라고 한 것일 텐데···” 크게 기대하지 않고 중얼거리듯. 그런데 역시 아리가 원한다고 하니까 단방에 먹힌다. 그렇다면 가지고 가세요.
교실에서 아리가 신이 났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친구들 앞에서 말없이 으쓱하는 것이 보였다. “제니, 제니, 아이 해브 어 스쿠터!” 선생님에게 외쳤다. 이미 보고 알고 있던 선생님도 아리의 기분을 살려주었다. “오우, 그랜마 브링 유어 스쿠터. 유알 소우 프라이드.” “아리, 할머니와 약속, 길은 건너기 전엔 꼭 스톱, 그리고 체크, 그리고 할머니 기다리기. 그리고 꼭 앞을 보고 가기. 알았지? 약속해?” 듣는 둥 마는 둥, 할머니의 심각성엔 이르지 못하는 대답을 건성으로 하는 아리는 그저 빨리 타고 싶어서 마음이 조급할 뿐이다. “복도에서도 절대로 빨리 달리면 안 되고, 사방을 살펴보며 가기. 알았지?” 할머니는 역시 불안하여 조심스런 점을 각인시켰다. “하이, 아리! 아리!” 불러대는 친구들에게 그저 “바이!” 한 마디 날리고 달리기 시작하여 복도를 씽씽 달려가는 아리, 저만큼 교무실 벤치에 있던 친구가 ‘하이 아리!’도 불러댄다. 그 앞에 멈춰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재잘재잘.
주차장 앞길이나 횡단보도 앞에서 꼬박꼬박 섰다. 이것은 평소의 훈련이기도 하다. 길 모퉁이에서 멈춰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이미 어둑해진 밤길, 번잡한 스파다이너 에비뉴를 누비듯 달려나갔다. 기특한 녀석! 스쿠터 때문에 씽씽 앞서가고, 자연히 뛰어서 뒤따라야하니 길이 빨랐다.
도리는 여전히 스쿠터를 안 타려고 발버둥친다. 몸을 뒤로 활처럼 휘고 울며 버틴다. ‘오, 발레리나 도리!’ 억지로, 겨우 태워야 했다. 이제 엄마가 출근을 하면 할머니 혼자서 데려다 주거나 픽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을 대비해서 타는 습관을 갖게 해야 한다. 이점도 그렇다. 처음엔 도리가 스트롤러 타는 것을 거부하진 않았다. 가끔 싫어했다. 싫어할 때 엄마가 앞멜빵으로 안았다. 그러고는 줄곧 그렇게 했다. 물론 이유는 도리가 원해서다. 하지만 싫어해도 그 강도가 약할 때 태우기를 했어야 했다. 그럴 때 할머니가 ‘태우지 그러니’ 하면 엄마는 어김없이 ‘도리가 안타려고 하잖아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데이케어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줄곧 그렇게 다녔다. 습관이 되었다. 게다가 어린 도리이지만 떼를 쓰면 안 탈 수 있다는 생각도 이미 인식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스트롤러를 태우게 하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은 당연하다. 그렇거나 말거나 아리 도리가 있는 길은 엄마를 뿌듯하게 한다. 앞서 달리는 아리를 나름대로 챙기자니 할머니 등은 땀이 젖었다. 운동까지 되게하는 효손(孝孫) 아리!^*^
엄마와 할머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돌아보며 우는 도리.
저녁식사시간, 도리가 제법 대화에 보조를 맞추며 방글방글. 여자아기라서 그런지 확실히 발달상태가 아리 때 보다 빠르다. 말은 못하지만 옹알이와 소리와 몸짓과 표정으로 맞는 반응을 한다. 아리가 선두를 이끌며 태극기 노래를 온가족이 합창하고, 손뼉 치고··· 함께 분위기를 탈 줄 안다. 신통하다. 예쁘다. 고맙다! 도리, 그리고 아리!
도리를 달래주는 미스바선생님.
<Fido Gets Dressed>
My sweater. My boots. My hat. My scart. My hat. My sunglasses. My hat. My cape. My mask. My hat.
'hat'가 반복되자 그 자리에서 ‘hat'의 스펠을 외워버렸다. 오늘도 방안을 빙빙 돌며 춤을 추며 숨을 헐떡이며 깔깔대며 <Noisy Book>을 외웠다.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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