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안철수가 대선 후보로 나설랑 말랑 하면서 국민들의 애간장을 달쿠던 때 쓴 글이다.
시기가 지났고, 또 지금은 대선후보가 되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늦게나마 올린다.
대선후보가 된 후의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썼지만 시간없어 못올렸다. 짬나는 대로 올릴 작정이다.
철수야 놀자 * 權 千 鶴 -희망을 보여준 철수에게.
안철수! 바이러스 백신을 보급해줄 때부터 고마운 이름이었다. v3는 오늘도 내 컴퓨터의 보초를 서고 있다. 헌데 이름이 좀… 문득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야 철수야 나하고 놀자!가 생각나서다. 오래도록 함께 놀고 싶은 철수! 의사를 그만두고 컴퓨터박사가 되었을 때는 삶을 당차게 궤도 수정할 줄 아는 ‘용감한 철수’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회사 주식 지분의 50%인 1500억 원을 사회 환원 하겠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 지기를 희망하며 자신의 행동이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사표 철수’였다. 혼탁하고 골치 아픈 요즘 세상에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참 든든했다. 철수야 놀자! 큰 소리가 아니라 큰마음으로 외쳤다. 이어 청춘 콘서트를 통하여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대한민국은 안철수 붐으로 들썩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장출마설이 불거졌을 때는 약간 뜨악했다. 박원순 출마자와 오락가락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관심을 부추기고 이말 저말 말의 구름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먼지를 일으켰다’고 했을 것이다. 철수니까 ‘구름’이라고 표현했다. 철수를 잃는 기분이었다. 철수야, 그냥 우리하고 놀자! 그럼 그렇지 하고 있는데, 세상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시장출마를 선선히 포기한 그의 이름이 이번엔 대선도전에 등장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철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철수가 그런 곳에 발을 담그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으면서도 수시로 달라지는 양상에 불안했다. 할 듯 말 듯, 줄 듯 말 듯, 입을 열 듯 말 듯 … 세상을 달구었다. 달구어질수록 사람들이 못견뎌했다. 뻔뻔한 지식인이라느니, 지능적인 언론플레이라느니, 미운 뻐꾸기라느니, 이제 그만 나오라느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는 침묵일관. 마치 요동치는 세상구경을 숨어서 하는 것 같았다. 왜 분명하게 선언하지 않을까? 오리발도 같고 여우 꼬리도 같았다. 철수야, 왜 그래! 침묵이 은(銀)일 때도 있고, 금(金)일 때도 있는 것처럼 가장 큰 소리(聲)일 때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철수의 침묵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권력을 딛고 서보고 싶다는 욕망의 소리. 그러나 차마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이 아닌가싶었다. 철수에게 있어서 자의 반이란 아무리 의학공부와 컴퓨터 공부 나아가서 기업경영의 공부를 해서 박사도 되고, 대학교수도 되었지만 과연 나라경영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능력검토와 겸손. 철수 스스로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지 모른다. 철수에게 있어서 타의 반은 40%를 오르내리는 지지율이다. 지지율에 흔들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부질없는 것. 아서라 철수야, 우리랑 놀자! 하고 싶다. ‘총알 몇 방 맞아도 가야할 길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리고 대선에 나가느냐 아니냐의 판단하는데 있어 자신에 대한 지지가 온전한 지지인가, 자신에게 능력이 있는가 등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에 다소 의구심은 들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의구심을 가진 것은 총알 몇 방 맞아도? 자신에 대한 지지가 온전한 지지인가? 하는 점이었다. 설령 온전한 지지라고 하더라도 단호히 뿌리치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물론 철수 본인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모처럼 만난 젊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안철수의 생각’이 출판되었다.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오는 것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향한 답변도 되었다. 그러나 책이 나온 후 실망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미흡하다. 함량미달이다. 너무 모른다는 평가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실상(實狀)을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감한다. 대통령은 실전에 밝아야 한다. 그래서 학자들이나 안목 높은 지식인들이 대통령 하지 않고 곁에서 보좌하게 된다. 철수의 안티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내 생각엔 단순히 안티가 아니다.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철수를 아끼는 사람들이 진정한 마음에서 예견되는 염려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수의 지지율은 일부사람들을 포함한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일부사람들이란 정치놀음을 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젊은 층의 지지는 노련한 결정이 아닐 수 있으며, 좋아한다는 뜻이지 대통령으로 맞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놀음을 하는 사람들 역시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철수를 디딤돌이나 앞잡이나 얼굴마담 정도로 이용하려는 것이지 철수를 대통령감이라고 존경해서가 아니다. 목적달성을 하면 즉시 적(敵)이 되기에 가차 없다. 그것이 정치판의 공식이다. 토사구팽! 기성 정치집단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환멸을 상징한다고 한 미국 언론의 평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이미 했다. A가 싫어서 B를 택하는 경우, C정당이 싫어서 D정당에 표를 던지는 일.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정당들이 결국 실패하고 이합집산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꼴볼견의 작태가 수시로 벌어진다. 지지율에 매달려 아직도 갈등을 겪고 있지나 않나 싶어서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철수에게 있어서 지지율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과는 무관하다. 젊은 층과 일부 사람들의 지지는 단순히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의미 이상을 두면 안 된다. 나도 철수를 좋아하는 사람에 속하지만 출마하라고 부추기진 않고 있다.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에서다. 철수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다 투표를 한다고 해도 당선보장은 없다. 또 당선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철수, 누가 그 속을 정확히 알까만, 너무 끄니까 우유부단하게도 보이고, 소신 없어 보이기도 한다. 실체 없는 허상, 깊이 없는 샘, 알맹이 없는 껍질… 그렇게 비난한다한들 답할 말이 없다. 도(度)가 지나친 침묵이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선 출마냐 아니냐를 놓고 온 나라가 드글드글 끓고 있는데 그는 입을 다문채로 있다. 이러쿵저러쿵 유언비어수준의 소문들까지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침묵이다. 역시 침묵은 힘이 세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야단법석이 되는 것을 보면. 그러나 생각해보자. 아무리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라 해도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아직도 갈등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이미 부적격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리고 본의(本意)이든 아니든 세상을 우롱하는 것이 된다. 믿는 사람들을 우롱하고 대통령직을 우롱하고. 드디어 룸살롱 출입에 뇌물, 이제는 불출마 협박설까지 나와 부글거린다. ‘26년 우정’까지 깨트려가면서, 그것이 다소 과장되었다 해도 그렇게 되게까지 할 일이 아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그를 헐뜯고 그의 허점을 들춰낸다 해도 그만한 사람 드물다. 나는 그래서 아직도 그를 좋아하고, 잃고 싶지 않다.
그 모든 까발림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여전히 구멍 속에서 빠꼼히 눈만 내놓고 있는 철수에게 있다. 세상이 철수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철수가 세상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 밖에서 정치하는 모습. 장외 정치는 좋지 않다. 하지 말아야 할 흥정에 손을 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구멍속의 철수에게 언도 한다.
세상 어지럽힌 죄. 벌 받아 마땅하다. 땅!땅!땅! 벌로 몇 가지 주문사항을 덧붙인다. 진정한 멘토가 되기 위하여 이번 고비조차 기회로 삼고, 큰 안목으로 세상공부 더 할 것. 대통령은 멘토가 필요하지만 멘토는 대통령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철수대통령’보다는 ‘철수미래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이 훨씬 더 어울린다는 것. 아무리 젊은이들의 멘토라도 세상까지 가르치려고 들지 말기 바란다. ‘용감한 철수’ ‘천사표 철수’ ‘대단한 철수’를 지키고 싶다. 그에게서 본 희망이 그대로 희망으로 남았으면 한다. ‘철수’는 ‘철수’였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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