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혹시 당신의 집 뒤뜰이 시끄럽지 않나요?

천마리학 2012. 5. 17. 23:52

 

 

 

 

혹시 당신의 집 뒤뜰이 시끄럽지 않나요? * 권 천 학

 

 

 

 

봄이다. 어느 새 봄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눈부시다. 비행운이 파란 하늘에 흰 금을 그으며 지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눈 폭풍이 온다고 바짝 얼어있던 일이 장난 같다.

너무나 준엄하고 정확한 자연의 시계가 또 한 개의 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해의 시작이 엊그제인데 벌써 석 달째 찢겨져 나가고 있다. 온타리오 호수의 두텁던 얼음짱들이 녹아 백만 개의 물비늘로 일렁이고 있다. 얼마 전에 가봤던 눈 덮인 정원에서 마른 가지로 서있던 장미나무 줄기가 지금쯤 보이지 않게 속줄기를 세우며 가시를 돋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긴장이 된다.

 

 

 

 

 

 

긴장해보자. 긴장도 스트레스의 한 가지이다. 마치 콜레스테롤이 나쁜 콜레스테롤만 있는 것이 아니듯, 스트레스도 일종의 필요악이다. 우리들의 삶에, 늘어진 일상에 꼭 필요한 촉진제다. 시간의 의미를 새겨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새싹을 틔우듯 이뤄내기 위하여 긴장해 볼 일이다.

 

남미의 열대어들을 맨 처음 먼 지역으로 이송을 시도했을 때, 수조안의 환경을 살던 곳과 똑같이 만들어주었다. 그런데도 열대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두 수조안에서 죽어버렸다고 한다. 연구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수조안에 천적 몇 마리를 넣어줬더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었다고 한다.

봄을 그냥 맞이하면 손해다. 겨울동안 따뜻한 실내에서 느긋했던 근육들과 관절들을 모두 불러 일깨우자.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운동이든, 나들이든. 집안 대청소도 하고, 하다못해 침대 위치를 바꿔놓기라도 하자. 손 놓고 마음 놓고 그냥 있지는 말자.

 

우유 컵에 빠진 파리 두 마리.

가망 없음을 알아 챈 한 마리는 포기해버리고 가만히 있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죽어버렸고,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바라보며 우유 컵을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날갯짓을 한 나머지 한 마리는 살아남았다. 벗어나기 위하여, 살기 위하여 죽기 살기로 계속한 날갯짓, 그 날갯짓에 의하여 우유가 굳어 요구르트가 되었고, 파리는 걸쭉해진 요구르트를 딛고 걸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웃어넘기지 말자. 큰일은 언제나 작은 일로부터 시작되므로.

 

냉동실에서 작업하던 한 남자가 냉동실 안에서 죽었다. 다음날 동료들이 냉동실의 문을 열었을 때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그 남자는 문이 닫히는 순간, 용기가 사라졌다. 나는 죽었구나! 절망했다. 문을 열어볼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 밤새도록 죽음의 공포 속에서 누군가가 와서 문을 열어 주기만을 기다리다가 끝내 목숨을 놓쳐버렸다.

 

 

 

 

 

 

 

어렵다고, 못한다고 혹은 늦었다고 포기하지도 말고, 안된다고 단정하지도 말자. 마냥 손놓고 기다리지도 말자. 직접 해보자. 안 되면 다시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방법도 바꿔보고 궤도수정도 해가면서. 저질러 보자. 무슨 일이든 꼭 성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 좋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과정 따지고 재다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바보스러운 일이다. 많이 바보스러웠던 나 자신 때문에 나는 실패도 성공 못지않은 중요한 결과라는 것을 알았다. 바보스러운 내가 나에게 알려준 사실이다.

999번의 실험을 실패한 끝에 전구 만들기에 성공한 에디슨이 말했다. 999번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되는 999가지의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그러니 실패가 또한 얼마나 소중한가. 허방을 짚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툭툭 털고 일어섰을 때 그 모두가 다 좋은 것임을, 실패도 성공임을 깨닫게 된다. 쓰러지고 만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도루묵이 되기보다는 실패가 훨씬 좋다.

 

 

 

 

 

시작해보지도 않는 것이야말로 참담한 실패다.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이다. 성공하고 나면 지나간 힘든 시간들이 약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절망으로 한때 주저앉았던 일도 장난 같아진다. 실패해도 좋으니 시도해보자.

드디어 봄이 왔다.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무엇이든 시작해야 하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이봄에 한번 시도해보자. 작은 취미생활 한 가지라도. 하다못해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향하여 ‘봄이 왔구나’ 소리라도 질러대며 큰 기지개를 켜보자. 굳어있던 근육이 풀릴 것이다.

더러 불면으로 보내는 것도 덤이다. 불면은 병이 아니다. 증상이다. 불면의 시간 동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니까. 병으로 단정해버리는 것이 오진이다. 그 시간에 이미 세상은 뭔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신도 빨리 서둘러라.

귀를 기울여보자. 바람 속에 전해지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 들리나요?

혹시 그 집, 바로 당신의 집 뒤뜰이 지금 시끄럽지 않나요? 새싹들의 촉을 만들어내는 웅성거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