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98-도리의 데이케어 첫날, 비치스의 할로윈 파티.

천마리학 2012. 9. 11. 03:19

 

 

 

 

*20111031()-도리의 데이케어 첫날, 비치스의 할로윈 파티.

898

Celsius 8°~-4°, 12am 현재 9°. Mostly Sunny.

 

 

어디까지 가세요?”

아침에 스트릿 카 안에서 옆에 앉은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한국말이라서 반가웠다. 이내 아리의 이름을 묻고, 어디 가느냐고도 묻고, 칭찬도 하고···, 할머니더러 언제 캐나다에 왔는냐고 묻더니 자기는 이민 25년 되었는데 돌아가고 싶다고, 한국이 더 좋아져서 여기 살고 싶지 않다고. 여기서 낳아서 여기서 자란 둘째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내년쯤 돌아갈 생각이라고, 한국이 더 잘 사니까 여기 있을 필요 없다고, 나이 먹어 할 일도 없으니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한인들 많은데 살면 불편하다고, 우리가 사는 다운타운엔 한인들이 거의 없어서 좋다고, 한인들과 접촉하지 않아야 속편하다고··· 그분도 우리 집 근처 어디에 사는 모양이었다. 짧은 시간에 한 얘기도 많았지만 시간이 길면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할머니도 들어볼만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퀸스트리트에서 내려야하니 어쩔 수 없이 중단되고 말았다. 차창으로 손을 흔들며 정답게 아쉽게 바이바이를 했다.

 

 

 

 

 

 

아리가 유치원에 도착하여 교실에 들어설 때까지는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할로윈 의상을 꾸며 입은 소피아와 마주치고 이어 몇몇 친구들이 모두 할로윈 장식을 요란하게 한 모습이었다. 소피아는 검은색 드레스와 검은색 고깔모자를 할머니에게 보이면서 자랑을 했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파티드레스, 귀신마스트 등···

그런데 갑자기 아리가 할머니 팔을 꽉 끼어 잡고 놓으려고 하지 않으며 뒤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메리선생님에게도 타나선생님에게도 가려고 하지 않고 할머니에게만 매달렸다.

“I want to you stay with me!”

영문을 모르겠다. 4의 미스 브릿 선생님도 달래어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아리를 겨우 달래어 미스 브릿이 인솔하는 줄에 끼어 서게 하느라고, 미스 브릿이 아리의 손을 잡고 맨 앞에 서서 짐(강당)까지 복도를 걸어갔다. 할머니더러 함께 가도 괜찮다고 해서 짐에서 하는 할로윈 행사에까지 할머니는 참관했다.

 

 

 

 

 

 

선생님들 모두가 특색 있게 할로윈 코스튬(복장)을 했고, 아이들도 저마다 색다른 치장 옷을 입었다. 여자아이들이 특히 화려했다. 그런 중에 아리는 단순하게 호박색인 주홍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검정 조끼까지 입었기 때문에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일반복장을 한 것처럼 보였다. 아리처럼 한 아이들은 모두 일반 복장처럼 보였다.

아리가 복장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오려고 할 때 메리선생님도 그렇게 말씀 하셨다. 아마도 아리가 다른 친구들의 할로윈 복장 때문에 속이 상한 것 같다고. 평소엔 언제나 기분이 환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할머니도 동감.

 

 

 

 

11월분 유치원비를 메리선생님께 전달했다.

아리가 돌변하여 떼를 쓰는 바람에 평소보다 늦게 유치원에서 나와 리치몬드 스트릿의 도리 데이케어로 갔다.

 

 

 

 

 

 

도리의 데이케어 첫날.

첫날이라서 오전에 두 시간 정도만 있다가 오는 것이다. 일종의 적응 예행연습이다.

엄마와 동행한 캐띠아 고모가 함께 있었다.

도리가 잘 놀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먼저 일찍 집으로 와서 점심을 준비했다. 채식을 하는 캐띠아 고모를 위해서 야채볶음탕수를 밥 위에 얹고 사과로 장식했다. 여러 가지 한식을 맛보게 하고 싶어서다.

1시경에 돌아온 엄마와 고모 그리고 도리, 함께 식사하는데 맛있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

 

 

 

 

할머니는 오후 4시 반에 다시 집을 나왔다. 스파다이터 스테이션에 가서 내일부터 사용할 TTC카드를 사고 아리의 유치원으로 가서 아리를 픽업한 다음 530분에 시작하는 Grange Park에 있는 UCC(United Community Center)의 할로윈 매직쇼에 갔다. 도착하기 직전에 도착한 엄마로부터 정문은 공사 중이라서 닫혀있으니 뒤편의 Temperuly Enterance로 들어와 짐으로 오라고 전화로 알려주었다.

 

 

 

 

 

 

캐띠아고모도 있었고, 잠시 후에 아빠도 도착했다.

아리와 함께 할머니는 도리를 안고 맨 앞줄에 앉았다. 그런데 도리는 매직쇼를 하는 Mr, ***의 모습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곤 해서 잠시 후 엄마가 데려갔다.

매직 쇼가 끝나고 더 비치스로 갔다.

아리는 차에서 내려 카우보이로 치장했다. 크리스틴 고모가 보내 준 말 옷을 입고 아빠가 사준 까만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집집마다 할로윈 장식들이 요란하다.

“Treat, Treat!”

아리가 소리치며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서 캔디한 개씩을 받아나오곤 했다. 더 비치스의 할로윈 축제에 참석한지 3년 째.

 

 

 

 

 

올해가 가장 춥지도 않고 캐띠아 고모까지 있어서 좋았다. 집집마다 아리의 복장을 보고 어른들이 한 마디씩 했다.

네가 가장 멋진 복장이구나!”

아리는 더욱 신이 났다.

두 줄을 돌고나서 피곤해졌다면서 고만 하겠다고 했다.

복장을 벗고, 모두 우리가 좋아하는 비치스의 타이레스토랑으로 가서 즐거운 저녁식사. 그런데 오늘 저녁은 캐띠아 고모가 내겠다고 했다.

식사가 시작될 때부터 아리는 졸린다고 하면서 귀찮게 했고 결국 할머니가 먹여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미 골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