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9(토)-할로윈 장식, 캐띠아고모, 스트레스에 싸인 엄마 896 Celsius 7°~-1°, 8시am 현재 6°. Clear.
할머니는 어제 저녁부터 아리 방에서 함께 잤다. 엄마아빠가 이미 캐띠아 고모를 위한 침대세팅을 해놨기 때문이다. 화장실 사용도 제한받는다. 흐음~ 어딘지 좀··· 고모가 있을 1주일 동안 사용할 몇 가지 물건과 옷도 챙겨 내려갔다. 보이지 않게 느끼는 부자유. 잘못하는 건 아니지만 좀 심하다? 싶긴 해도 그건 엄마의 스타일이니까. 저녁 늦게까지 아빠는 할로윈 장식까지 했었다. 아리의 코가 막혀서 간밤부터 가습기를 켰다가 도중에 껐었다.
아리가 바위 위에 우뚝 선 이유. 키가 크고 싶어서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1층의 화장실에 간 사이 아리가 살금살금 뒤따라 나와서 이층 계단 앞에서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가 아리! 하고 부르자 화장실로 왔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아리가 엄마아빠 방으로 가려던 것이었던 것 같다. 그 길로 다시 방에 들어가 누웠지만 더 이상 자려고 하지 않고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할머니 눈치를 본다는 생각이 들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더니 얼른 일어나서 이층으로 갔다. 언제부턴가 아리는 엄마아빠를 자주 찾는다. 그렇다고 할머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언제나 아주 지능적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뿐이다. 언제나 할머니를 ‘베스트 프렌드’ 라고 치고 어쩌다가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걱정은 안해도 할머니 걱정은 한다. 그러는 중에도 무게중심이 엄마아빠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저녁시간에 엄마와 할머니 도리랑 함께 놀 때도 허락을 받거나 주의 주는 엄마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아빠만 오면 완전 돌변, 아빠보이가 된다. 할머니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지금 할머니가 말씀하셨잖아.’ ‘할머니가 부르셨잖아’ ‘할머니 먼저 드려야지’ ··· 등등 지적해서 요사이는 식탁에서 어쩌다가 음식을 나눌 때는 제 입으로 ‘할머니 먼저’ ‘어른 먼저’ 하면서 할머니에게 먼저 주기도 하고, 할머니가 부르면 ‘녜, 할머니’하고 반 박자 늦게라도 반응을 보이며 오버액션을 하기도 한다. 할머니 말을 듣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불공평한 키대기가 어디 있나? 할머니는 올라서지 못하게 하고 잰다.
외출을 할 때도 언제부턴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도 별로 찾지 않는 기색이다. 근래에 와서는 할머니가 동행하지 않는 기회가 많은 탓인지도 모른다. 자라면서 자연스런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교육상 잘 하고 있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확실히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아리로 하여금 눈치 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신경 쓰이기도 한다.
오전에 코리아 킨더가든에 모두 다녀서 롱고스에도 들리는 등 아예 시장까지 봐오느라고 오후 3시가 넘어서 돌아왔다. 항상 1시 이전에 돌아오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다. 그 동안 할머니는 집에서 집안일을 정리하고, 약간의 짬을 낼 수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사이 팽 한의사로부터 마침 전화가 와서 전화문진을 했다. 할머니가 대충 증상과 상황을 이야기 한 후 팽의사가 내일이라도 바로 픽업할 수 있도록 약을 지을 테니, 내일 올 수 있는지를 오후 6시까지 알려달라고 했다.
아빠도 마찬가지, 불공평을 당한다.
엄마가 돌아오면 물어서 연락하게 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오후에 돌아와 냉장고에 식품정리와 함께 쇼핑해온 물건을 정리하느라고 바쁜 엄마아빠. 곧 공항에 나가려면 시간이 바쁘다. 또 손님을 맞이하는 터라 더욱. 할머니가 내일 픽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전화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팽의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내일 못가면 갈 수 있는 날을 말해주면 되니까. 전화한 통화면 되니까.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달랐다. 매우 짜증스럽게 ‘모르겠다!’고 했다. 그 순간 할머니는 느꼈다. 늘 잘 하다가도 가끔 이러는 것을 겪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닌 엄마의 행동에 대해서 서운한 생각이 든다. 내가 짐이 되는구나, 내 힘으로 해야지, 진즉 팽의사의 전화번호라고 알아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자기 손안에서 주관하려고하는 엄마의 지나친 완벽주의적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니 이모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아리가 제일 크다!
굳이 온 가족이 다 공항에 나갈 건 뭐람. 손님이 올 때마다 왜 그렇게 온통 완벽만 추구하는지, 국빈대접이라도 되는 양 그러는지, 물론 좋은 태도이긴 하지만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치러져야 하고, 또 지나치게 그러니까 인간적인 면이 묵살되고, 상대방입장으로도 과연 자신이 대접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서로 일도 분담하고, 손님에게도 평소의 생활대로 해야 친근감도 느끼고 편안함도 느낄 텐데,··· 등등 평소의 생각을 또 한다.
잠시 후, 엄마가 할머니에게 한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이 됐는지 일하는 중에 도리를 보고 있는 할머니에게 와서 슬쩍 말을 건다. 사실 할머니는 도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힘이 들어 버겁다. 그래도 말없이 늘 감당하는데··· “엄마, 미안해. 스트레스 때문에 그랬어. 도리야, 할머니에게 엄마가 잘못했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말하지 않는 것은 할머니 스타일이다. 속으로만 생각한다. (뭘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국빈대접이니? 모두가 공항에 나가야할 이유가 뭐야? 주부가 음식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가면 되지. 같이 나가려면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럼 어제부터 서둘던지, 한 달 전부터 서둘던지 할 일이지. 저만 잘 났나?··· 엄마는 뭐 자기들 종이야? 내가 왜 항상 그들 때문에 힘들어야 하는 거지? ···)
아직도 아리는 자기가 이모보다 키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식탁 세팅까지 대충 정리 끝냈을 때에야 도리를 엄마가 받아 안았기 때문에 할머니가 이층으로 올라왔다. 공항에 나가느라고 두세거리더니 ‘다녀오겠습니다!’하는 아리의 소리가 들리고··· “난 공항에 안가기로 했어요.” 엄마소리도 들린다. (흥, 진즉 그럴 일이지. 할머니의 의도를 눈치 챈 모양이다.)
7시경, 공항에서 캐띠아고모랑 함께 돌아왔다. 신이 난 아리, 방글거리는 도리,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 캐띠아 고모의 반가움, ··· 아빠와 캐띠아 고모는 어렸을 때 함께 자랐기 때문에 많은 추억들이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롭고 반가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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