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94-늦잠, 의견차이!

천마리학 2012. 9. 4. 23:25

 

 

*20111027()-늦잠, 의견차이! 

894

Celsius 5°~3°, 3pm 현재 5°. Partly Cloudy.

 

이게 웬일!

굿 모닝!”

엄마가 할머니방으로 건너와서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와 아리. 아침 740. 으악, 늦었따!

새벽 130분에 아리가 할머니~ 하고 불러서 아리 방으로 내려갔다가 아리를 재우고 나서 다시 올라와 잠이 달아나버린 할머니.

어제 신문에서 스크랩 해둔 연재소설 이원호씨의 삼대(三代)19~38회까지 읽고 5시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다시 아리가 6시 반에 통통통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와 함께 잤다. 잠 든 지 겨우 1시간쯤. 우리 둘 다 잠에 빠져있었는데···

으악, 꽁지에 불 붙었다. 서둘러서 학교 갈 준비.

엄마가 재촉하며 돕고, 잠에 취해서 아리는 비틀거리고, 할머니는 서둘러 옷을 입히고, 가방 챙기고, 신발 챙기고··· 그러는 사이에도 아리는 TV5분만 보겠다고 졸랐다.

겨우 설득시켜 집을 나섰다.

 

 

 

 

 

쌀쌀해진 날씨.

소비즈 앞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할머니가 물어봤더니 세인트 마리아 학교의 스쿨버스와 오그든 스쿨의 스쿨버스가 온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신청해야지 생각하면서 바쁘게 스트리트 정류장으로 가며, 평소에 했던 생각을 다시 했다.

아침에 늦어도 8시에는 집을 나서야하니 어린 아리에겐 너무 이른 시간이다. 더구나 날씨가 추운 겨울엔 더더욱.

벌써부터 이런 룰에 얽매여야 하고 규칙에 얽매여야 하다니··· 인생의 고해가 벌써 아리에게 시작되었구나! 하고.

 

 

 

 

 

 

오늘 아침에는 아침스넥을 타티아나 선생님이 나눠주고 있었는데, 웬일로 아리가 카스테라를 한쪽 더 달라고 했다. 평소엔 늘 안 먹거나 조금 먹거나 겨우 먹어 할머니 애를 태우는 아리인데, 기특했다.

토스트 2분의 1, 사과 1(10분의 1쯤 될까 말까한 작은 조각), 우유 3분의 1(일반적으로 컵의 바닥에서 1~2cm 정도)이 평소의 양()인데, 아무리 스넥이긴 하지만 너무 적다는 생각이다. 아리의 경우 아침식사를 못하기 때문에 아침 스넥이 아침식사나 마찬가지이므로 더욱 신경이 쓰인다. 집에서도 늘 식사시간이면 먹는 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만 아침엔 더욱 그렇다. 자고 일어났으니 식욕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조금, , 이십분쯤 먼저 집을 나서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침 스넥을 먹게 하는 것이다.

늘 표 나지 않게 아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게 하려고 보이지 않는 싱갱이가 벌어지곤 하는데, 다행히 오늘은 아리가 카스테라 한쪽을 더 청하여 먹어서 다행인 것이다. 걸어가면서 아침엔 특히 토스트나 쿠키 등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해서 먹어야 머리에 영양분이 올라가서 공부도 잘 하고 놀이도 잘 된다고 한, 과일도 꼭 먹어야한다고 잔소리(?)를 아리가 새겨들은 것일까? 암튼 좋다.

 

 

 

 

 

도리는 식탁에서 사과 쪽을 집기에 할머니가 아, 하고 입을 벌렸더니 할머니 입에 넣어준다.

아리가 어려서부터 욕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는데 도리 역시 그렇다.

음식이나 장난감 등을 혼자서 가지려고 한다든지 많이 먹으려고 한다든지 하는 욕심 부리기나 떼쓰기 등이 없다. 순순하다. 어찌 보면 적극성이 없을지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욕심 부리고 떼쓰는 것이 더 어린애답지 않을까해서다.

하긴 할머니나 제 엄마가 자라던 시절처럼 궁핍이나 결핍이 없는, 풍요로운 시대적 반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할머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결핍체험, 가난체험을 공부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리의 바지나 양말도 기워 입힌다. 지금까지 아무리 봐도 기운 옷을 입은 아이는 보지 못했다. 기운 옷을 입은 아이는 오로지 우리 아리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는 기운 것에 대해서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오, ! 하거나 어썸!(awesome! 멋있어!)한다. 그래서 고맙다.

선물 받은 책들이 박스로 몇 박스다. 너무나 많아서 창고에 넣어두었다. 한글책도 마찬가지다. 단계적으로 5~6권씩, 수준에 맞춰서 꺼내서 일정기간동안 읽게 하고 치우고, 다시 바꾸고··· 하는 식으로 할 계획으로 있고 지금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행은 의문이다. 좋은 생각이나 계획은 늘 머릿속에 있는데 할머니의 사정, 엄마의 사정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의 생각이 다른 점 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그런 점을 늘 아쉽게 생각하고 반성은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할머니는 엄마의 눈치도 봐야하고 강성(强性)인 엄마는 모든 권한을 가진 엄마이니까.

 

 

아이 교육문제에 있어서 늘 엄마아빠와 할머니 사이의 의견이 다르고 그것을 서로 고수하려고 하다 보니 은근히 충돌이 된다. 하지만 항상 할머니는 비권한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 거의 모두 엄마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포기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문제가 있거나 이야기가 되면 엄마아빠는 늘 할머니를 은근히 탓한다. 할머니는 그게 싫어서 포기. 속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닌 건 아니고, 긴건 기다. 분명하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엄마는 늘 할머니의 반대 의견에 확실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할머니에겐 늘 할머니 의견을 최대로 존중했다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식이다. 그 점이 정말 싫다. 그 생각만하면 할머니도 격해지고 허탈해져서 왜 이렇고 있어야하나 속이 뒤집힌다.

 

 

 

 

 

 

엄마가 아리, 도리의 크리스마쓰 선물과 생일선물을 주문하겠다고 한다.

도리의 한 돌 선물은 현금으로 축하금을 주기로 하고, 크리스마스를 겸한 선물로 버튼을 눌러 공을 튀게 하는 팜플릿을 보고 결정한 것, 아리에겐 생일선물로 스케이트, 크리스마스선물로는 요즘 아리가 빠져있는 라이트닝 멕퀸을 생각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가능하면 아리 도리에게 장난감이나 옷, 책 등 이미 넘쳐나는 것들은 의미가 없으니 선물하지 말고 기념일 명분으로 해서 축하금, 상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적립해주도록 하라고 엄마에게 당부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그것이 경제적 개념을 넣어주는 것도 되고 또 나중에 실제도움이 되는 돈이 되니까.

물건은 지금도 흔전만전이고 할머니는 아이들교육상으로도 그 흔전만전이 늘 불만이어서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부터 마음먹었던 일, 아리에게 은행통장을 만들어주는 일을 빨리 시간 내어 하기로 했다. 통장개설을 하려면 엄마든 아빠든 부모 중 한 사람이 가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트닝 멕퀸도 결핍감을 더욱 높이기 위하여 크리스마쓰까지 밀고 갈 작정을 한 것이다.

한글공부를 시키기 위한 익명의 <CK>의 선물도 다른 것으로 대체해나가고 있다. 오늘 선물은 문제지 2장과 함께 초컬릿 스틱 1상자를 넣어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그걸 다 하고 동그라미 2개를 맞으면 구슬을 선물하려고 그것도 이미 포장해두었다. 라이트닝 멕퀸을 좋아하는 취미의 방향도 바꿀 겸, 갖고 싶어 하는 간절함도 높힐 겸. 사실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주지 않고 참게 하는 할머니의 마음도 힘들다. 이게 다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