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93-아리의 떼, '맹렬공주' 도리의 맹렬한 활동, 독감예방주사

천마리학 2012. 9. 3. 17:54

 

 

 

 

*20111025()-아리의 떼, '맹렬공주' 도리의 맹렬한 활동

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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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 새벽 4시에 올라왔다. 통 통 통 통 층계를 뛰어오르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잠이 깨었다. 자다가 깨어 아래층에서 할머니~’하고 부르던 녀석이 부르지 않고 올라오니 왠일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찰칵, 문소리가 나긴 했는데 조용했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한편으론 엄마아빠 방으로 갈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엄마아빠 잠을 깨우는 것도 염려되지만 그보다 도리를 깨울까봐 더 걱정이다. 그래서 살며시 문을 열고 조그만 소리로 빨리 들어와!’ 했더니 다람쥐처럼 재빨리 달려와서 침대로 올라와 할머니 옆에 푹 파묻힌다.

늘 하던 대로 다둑거려 주며 몸을 쓸어주는데도 쉬 잠이 들지 않는지 몇 번이나 몸을 뒤척이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리의 발길질에 채인 할머니는 그때부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 것 같은데 엄마가 도리를 안고 할머니 방으로 와서야 잠을 깨었다. 아침 720분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리가 욕구불만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잠부족인지도 모른다.

런데 아침에 집을 나서서 복도에서 또 하찮은 일로 떼를 부린다. 잠에서 깨어나

옷을 입는 일부터 힘이 든다. 요 며칠은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힘이 들고

시간이 더 걸려서 할머니가 거의 입혀주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TV 보는 것을

조건삼아 옷을 입히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한잔 미리 따라놓고(찬 기운을 가시게

하려고 ), 양말까지 신기고··· 우유를 마시게 하고 나서 이층으로 올라가 할머니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면 외출 준비 끝~

가자!”

그러나 대개는 선듯 일어서지 않는다. 한편 생각해보면 아리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7시 반경에 일어나 8시면 집을 나서야하니 그 사이에 옷 입고 TV 보고, 우유 마시면서··· 보던 TV를 선듯 끄고 싶겠는가. 어린 것이 고생이란 생각이 들어 안쓰럽기도 하다.

어찌됐던 그래도 유치원에 안가겠다고는 아직까지 하지 않는 것이 신통하다.

 

 

 

점퍼를 입히고, 슈즈를 신기고, 백팩을 메게 하고 문을 나서기까지 재촉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문밖에 나가서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언제나처럼 할머니가 선창하면 아리의 기분이 좋을 때 따라하고 내키지 않으면 묵살이다. 습관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 가지로 여러 번 실감하고 또 실감한다. 인내심을 발휘하여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복도를 걸어 나가면서도 꾸물대는가하면 무슨 용건인지 자기주장이 있다. 앞서 걷는 할머니더러 멈추어서라고 하기에 바쁘니까 빨리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이야기 하자고 하며 성큼 몇 걸음 앞서 걸었더니 그게 트집이다. 아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어린애다운 짓이긴 하지만 꼭 좋은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리 분별하도록 절제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해서 설명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다 보면 제 의견을 안 들어주게 된다. 어떤 땐 그런 점에서 갈등을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 교육상 어떤 방법이 더 타당한지를 몰라서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서까지 징징 울면서 떼다.

 

아리의 주장은 할머니가 앞서 가기 시작한 복도까지 되돌아가서 거기서부터 다시 오자는 것이다. 애고 이런 녀석! 쌩고집~

아리는 주로 그런 식이다. 어쩌다 엄마나 제 맘에 안 들게 하면 엄마가 사과를 해도 기어이 잘못된 그 시점에서부터 다시하기를 고집한다. 그러다보니 엄마가 화를 내기 일쑤다.

 

 

 

 

비도 부슬부슬 내렸다. 시간은 자꾸 늦어지는데, 난감하다. 그렇게 고집부리면 유치원에 할머니 혼자 가겠다고 하면서 아리를 밀쳐냈다. 발을 동동 구른다. 우는 소리하는 손자는 싫다고 하며 손을 떼어냈다. 발을 동동 구른다. 아리의 고집을 할머니도 고집으로 맞섰다. 소비즈를 지날 때 쯤 해서 겨우 수습이 되었다.

마침 스트리트카가 왔기에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타고난 후에 설명을 했다. 왜 떼를 쓰면 안 되는가? 왜 고집을 부리는 일이 좋지 않은가? 왜 우는 소리가 좋지 않은가? 등등. 수긍이 갔는지, 마음이 풀렸는지 싱긋이 웃으며 할머니, 미안해요하며 다문 입을 옆으로 늘이며 스마일 모습을 지어 보인다. 할머니가 마주 웃을 때까지 그 짓을 반복했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할머니가 웃음을 터트렸더니 그제야 밝아진다.

 

 

 

 

도리는 요즘 엄마를 너무 빠친다. 다음 달 부터는 데이케어에 보내야하는데 엄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엄마가 몹시 걱정한다. 그래도 잘 웃고 꺆꺆 큰소리로 잘도 울고··· 혼자서 계단을 기어오르기를 좋아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또 발코니 쪽 문턱으로 올라서려고 하고 발코니 유리문을 짚고 일어서서 창문 옆에 세워 둔 빨래건조대 안쪽으로 기어들어가서 안쪽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끄집어내려고 파고들기도 한다.

 

 

 

 

 

 

피아노 밑을 기어들어가 페달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오빠 방을 좋아해서 자주 들어가기도 한다. 책상에 있는 노트, 연필, 종이, 크레용 등 모든 물건들에 호기심이 많다. 연필을 제법 쥐고 종이 위에 긋는 폼이 그럴 듯 하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갑자기 소리가 커진다. 도리가 기어가서 이것저것 버튼을 돌리기 때문이다. TV도 관심 있게 본다. 놀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몸을 앞뒤로 흔들어댄다. 소파 주변을 기어오르고 기어들어가고··· 전화기를 내려서 버튼을 눌러 앤써링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선수다. 녹음된 메시지가 흘러나오면 신기해하면서 열심히 듣고 할머니와 엄마를 돌아본다. 화장실에도 기어들어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문 뒤의 받침방지 스프링을 손으로 튕겨가며 그 소리를 즐긴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안 된다. 집안 구석구석 다 쓸고 다닌다. 역시 맹렬공주답다.^*^

 

 

 

 

 

 

할머니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할머니가 혀로 오물오물 빠는 것을 즐긴다.

또 신통한 것은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려고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필통에서 연필을 꺼내주면 가지고 놀다가 꼭 다시 그 자리에 꽂는다. 정리의 달인 깔끔장이 엄마를 닮았나보다.

물론 아직은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안 될 때가 많지만.

또 통에서 물건을 꺼내 보여주면 잠시 가지고 놀다가 다시 통에 넣으려고 한다.

글씨 쓰는 것도 신통하다. 연필이든 색연필이든, 볼펜이든 크레용이든 제법 모양새 맞게 쥐고 종이위에 대고 긋는다. 실금이 그려지긴 하지만 일단 종이에 그리거나 쓰는 것은 안다. 그런 학용품들 때문에 오빠 방을 좋아한다. 꼭 오빠처럼 책상에 앉는 것을 좋아 한다. 모든 것을 오빠처럼 하고자 한다. 그래서 둘째 셋째들이 빨리 발달하는 것 같다.

 

 

 

 

 

 

벽이든 의자든 붙잡고 일어서기 선수다. 그러나 앉기를 아직은 겁을 낸다. 그럴 때마다 아악 아악 소리를 지른다. 누가 빨리 와서 붙잡아달라는 표시다. 말을 못하니까 소리로 하는 표현이다.

귀여운 우리 도리! 정말 예쁜 우리 도리!

 

어제 맞은 독감예방주사, 아무 티 없이 넘겨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