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82-지우네, 도리와 엄마의 사진

천마리학 2012. 8. 13. 10:08

 

 

 

*20111010()-지우네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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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제의 복통을 가셨지만 그 끝의 증세로 개운치 않은데다 두통이 와서 애를 먹었다. 한동안 뜸했던 두통. 그리고 피곤하다. 피로와 원고를 못 써서 오는 스트레스가 겹쳐서 복통도 오고 두통도 온 것 같다. 좀 느긋하게 쉬었으면··· 쉬면서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었으면··· 그것이 최고의 바람이지만 가장 지켜지기 어려운 바람이기도 하다.

1230, 예정대로 초대한 지우엄마랑 지우가 왔다. 지우네도 어제 에플피킹을 다녀왔다면서 사과를 한 바구니 가져왔다. ‘레드 딜리시어스’.

우리도 어제 다녀온 에플피킹에 다녀오면서 산 스펜서를 주려고 이미 한 바구니 담아놓고 있었는데... 결국 서로가 사과를 바꿔먹게 되었다.^*^

 

 

 

 

 

아리에겐 레이져맨의 이미지가 빙 둘러 프린트 된 우산. 한국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지금 아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산보다 크다. 우산 끝에 달려있는 조그만 카드에 지우가 한글로 서툴게 간단한 내용이 있었다.

아리야 잘 있었어? 아리 누나가 보고 싶었어. From:지우 To:아리

아리는 우산은 썩 달갑지 않은 모양. 달갑지 않다기보다 우선 더 관심끄는 건 오랜만에 만난 지우누나에 대한 반가움과 빨리 놀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이다. 그러면서도 선듯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강력하게 표현도 못하는 수줍음도 함께 작용한다.

“I have already umbrel1a !”

역시 욕심이 없다.

 

 

 

 

 

도리에게는 조그만 개 인형. 지우의 커렉션 중의 하나라고 했다.

도리 역시 아무 물정도 모르고 그저 웅성웅성 많아진 사람들의 분위기에 덩달아 좋아한다.

아리에게 카드를 읽어주고, 서로 반기는 사이 이내 아리의 기분이 좋아져서 책상에 앉더니 속사포로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서 지우와 지우 엄마에게 내민다. 날렵하게 그려대는 아리의 그림솜씨!

, 정말 아리가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멋지다!”

지우엄마의 칭찬에 더욱 으쓱해지고 신이 난 아리, 계속해서 몇 장을 더 그려댄다.

 

 

 

 

 

지우가 7. 못 본 1년 사이에 키가 많이 자랐다. 작년 1년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불어학교에도 다니고, 여러 가지 한국체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불어는 개인교습까지 시켰는데, 쓰고 읽기 위주의 학습방법에 질려서 오히려 불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단어는 상당히 많이 안다고 한다.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모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무겁고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와서 이삼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는데도 그 사이 캐나다에서의 생활패턴이 몸에 밴 지우가 한국식 교육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시설도 좋아지고 학부모들도 모두 똑똑하고 생활환경도 모두 다 부자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교육도 그렇지만 정규교육시간이 끝난 후에도 그저 놀이에만 빠져 지내는 이곳 아이들과는 달리 한국의 아이들은 벌써부터 오로지 경쟁, 오로지 톱, 오로지 혼자 지내는 일에 익숙하게 길들여져서 친구들 사이에 물건이나 음식을 나누는 쉐어(share)’ , 허그(hug)도 할 줄도 모르더라고 한다.

 

 

 

 

그래서 고국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낯설고 힘들어서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다시 캐나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게 현실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생각은 따뜻한 인간교육 쪽이다. 노는게 본능인 아이들의 욕구대로, 서로 나누고 서로 사랑하는 인간교육,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를 위한 교육이 아닐까?

문득, 지난여름 건이가 왔을 때의 어려움이 떠올랐다.

그런 이야기를 해도 먹히질 않을 것이고, 오히려 어른들 사이에 금이 갈 뿐일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진 않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 참으로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 한국의 아이들은 학교성적이 좋고, 무슨 무슨 대회에 높은 성적으로 입상하고··· 그것이 최고의 낙이고 최고의 목표인데. 그러니 그런 부모에게 문제점을 제기한들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답답하다.

 

 

 

 

 

 

지우가 여자아이여선지는 모르지만 지난번 건이와는 다르게 아리와 잘 어울려 노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다. 지우는 도리에게도 관심을 많이 보였다. 도리도 덩달아서 신이 났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좋은 모양이다.

엄마아빠가 준비한 챠이니즈 퐁듀로 즐거운 식사시간,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아이들 노는 것도 보면서 디져트는 초컬릿 아이스크림···

오후 5시가 넘어서 돌아가야 하는데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리와 지우. 아리가 더 강렬했다. 지우를 끌어안고, 가자고 독촉하는 지우엄마의 길을 막는 등···

다음 주말엔 지우네 집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거듭하면서 겨우겨우. 결국 아리가 밖으로 나가 차로 떠나는 데 까지 갔다 왔다.

지우엄마는 젊은 엄마치고 예의가 바르며, 아주 검소한 생활태도와 허물없는 태도 등을 갖춘, 우리가 좋아하는 매우 똑똑한 지성인이다. 그래서 유난히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