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83-규칙보다는 인간교육이 기본, 도리의 TV켜기. 지우편지

천마리학 2012. 8. 14. 23:52

 

 

 

 

*2011년 10월 11(화)-규칙보다는 인간교육이 기본, TV켜는 도리와 지우편지.

883

 

Celsius 21°~16°, 10시pm 현재 18°. Clear.

 

 

할머니는 여전히 두통으로 시달리면서 새벽부터 잠을 깨어 뒤채이고 있었다.

7시, 뼈약을 먹고, 아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내려갔는데 출근준비를 하는 아빠가 소파에 앉아 있는 아리에게 TV를 켜주고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며 다둑여주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머리가 흔들려서 내려가지 못하고 계단의 맨 위에 그냥 앉아있었다. 아빠가 두통약을 권했지만 이미 뼈 약을 먹었기 때문에 그냥 견디기로 했다. 뼈약은 일주일에 한번, 공복시에, 먹고 난 후 1시간 이내엔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하는 규칙이 있다.

 

 

들어갈까? 말까?

망서리는 아리!

약간 주춤거렸지만 곧 들어갔다.

룸4앞에서.

 

 

 

아빠가 출근하고, 할머니가 힘들게 외출준비를 하는데, 아리가 버석이는 소리가 들려서 가만히 내려다봤더니, 계단 끝에 앉아서 잠옷을 벗고 바지와 티셔츠를 갈아 입는 중이었다. 긴 바지를 입지 앉고 어제 입었던 7부 바지. 왠일? 오, 기특해라. 시키지도 독촉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옷을 입다니!

그렇지만 긴 바지로 입지 그러냐고 했더니 싫다고 한다. 밖을 가리키며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강조까지 했다. ‘glove and mail’ 신문사의 지붕에 꽂혀있는 깃발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침스넥 먹으러 룸3로 가는 아리!

룸4에 가방을 걸어놓고 나왔다.

 

 

 

 

집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엄마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다시 들어갔다 오겠다고 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냥 가자고, 이따가 오후에 돌아와서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할머니가 서서 기다려주기로 하고, 아리는 신발을 신고 백팩을 맨 채 집안으로 들어가 이층으로 가서 자고 있을 엄마에게 무슨 이야긴가를 하고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에게 요즘 아리가 관심이 쏠려있는 ‘소닉(sonic)’그림을 가위질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리는 할머니를 졸라대서 바쁜 시간을 더욱 바쁘게 한 것이 미안했던지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 손을 잡으며 일부러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 귀여운 우리 아리!

 

 

 

도미닠선생님! 아리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아리에게도 처음 아리가 마음을 붙이도록 이끌어주셨다.

할머니와도 자주 대화를 나눈다.

땡큐! 도미닠!

 

 

 

 

 

즐겁게 이야기하며, 짓궂은 장난을 치며··· 갔다.

스파다이너 에비뉴에서 꺾어져 유치원쪽으로 들어갔는데, 지난 주 목요일엔가? 아리랑 등교시에 그림 그리는 것을 보았던 벽에 벽화가 완성되어있었다. 흑인 어린이 3명의 얼굴. 예술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벽면 가득, 그 골목의 우중충함을 없애는데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그날, 할머니가 할머니의 소설쓰기에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림 그리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아리 유치원 선생님에게 명칭과 그림그릴 때 사용하는 기구인 움직이는 사다리차의 이름을 물었었다.

그 선생님이 ‘graphtiti art' 'sky jack' 라고 써주었었다. 돌아와서 사전을 뒤졌지만 ‘graphtiti’ 라는 단어는 없었다. 나중에 아빠에게 그 말을 했다가 ‘graffiti'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위스에서 그라피티 활동을 하는 아빠의 친구 데이빗 스페잘스(David Speziales)에 대한 기사도 검색하여 보여줬었다.

 

 

 

 

아리가 밝아졌다.

처음엔 매우 어색해하고 스넼도 먹지않으려고해서

할머니를 안타깝게 했던 아리.

도미닠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아리가 편안해졌다.

땡큐! 도미닠!

땡큐! 아리!

 

 

 

 

교실에 들어설 때 할머니는 또 ‘큰소리로 인사해!’했다. 그런데 아리가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옷걸이 칸막이 안으로 쏙 들어가 앉아서 할머니더러 먼저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인사하는 메리 선생님과 도미닠선생님에게 ‘Where is Ari?'하고 물었다. 눈치를 챈 도미닠 선생님과 메리 선생님이 ‘아리가 안 왔는데요?’ ‘아리가 집에 있나요?’하며 맞장구를 쳐줬다. 아리가 불쑥 뛰어나오면서 ‘Here I am!' 도미닉선생님과 메리 선생님이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해주었다. 그렇게 기분좋은 아침을 열었다.

 

 

 

 

지우가 아리에게 보낸 편지.

서툰 한글글씨, 잘 쓴 글씨에 담긴 마음, 그 마음이 너무 예쁘다!

 

 

 

먼저 다니던 휴런 데이케어나 킨더가든과 다른 점이 바로 그런 점이다. 이곳 오그든 스쿨에 다니면서 부터는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설 때 선생님들이 반가이 맞아주는 점. 반갑게 아침인사를 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에 맞는 사적인 대화 한마디씩이라고 꼭 해주는 점이 달랐다. 예를 들면, ‘굿모닝 아리.’에 이어 ‘How are you?’ 는 기본이고, 이어서 ‘How about your sister, Dori?’ 라던가, ‘How about your momy’ 또는 ‘How about your weekend?’ 등이다. 이 사소한 대화 한 토막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친근감을 주는지.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소가 되는지 모른다. 휴론의 도나선생님이나 웬 선생님을 냉철했다. 들어서면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자기들의 기분이 좋을 때 짤막하게 ‘하이, 아리!’하는 정도였다. 그 싸늘함에 눌려 기분 좋게 들어섰다가도 머쓱해지며 움추러들곤 했다.

 

 

 

 

'할머니, 이거 만져도 돼요?'

도리가 물었다.

호기심이 많은 우리집 '맹렬공주' 도리! 드디어 TV앞에 앉았다.

할머니도 작동요령을 모르는데, 도리가 선수를 쳤다.

 

 

 

사실 휴론보다는 격이 약간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그 분위기에 오히려 안도하고 감사하는 상태다.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시키는 일은 규칙대로 행동하게 하고, 규칙에만 철저하게 급급한 교육방식보다는 인간미를 느끼게 하고 안정감을 갖게 하고 기분을 풀어주는 탄력성 있는 교육방법이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을 절대로 똑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이 보장되어야하며, 그 부분을 살려서 아이들과 친근감과 신뢰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규칙이나 틀에 얽매인다면 개인주의로 치닫고 친구와 쉐어할 줄 모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현대인(?-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으로 기르는 한국식 교육과 다를바 없다. 지난번 건이에게서도 충분히 느꼈고, 바로 어제 지난 1년동안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온 지우엄마의 경험담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글쎄'

할머니도 망서림에 미쳐 대답도 하지못하고 있는 사이 도리가 드디어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할머니에게 제가 물었잖아요'

규칙을 어기지 않았으니 떳떠샇다는 투다.

흐음!

 

 

‘한국아이들은 허그를 할 줄도 모르고, 함께 놀 줄을 모르더라, 학교가 끝나면 각자 돌아가 버리고, 제각각 컴퓨터나 아이팟 등을 하며 혼자 놀고··· 모두가 경쟁상대로 여기는 분위기여서 학부모 사이에서도 뭘 물어보는 일조차 어려웠다’는 말이 공감되고 머리에 많이 남는 이야기였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눌러보고... 도리의 호기심은 끝도 없다.

그러다가 어!

드디어 화면에 뭔가 나타났다.

도리의 목이 하늘을 향했다.

저게 뭘까?

^*^ 

 

 

 

그런 의미에서 비록 로케이션으로는 격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따뜻함이 있는 Ogden School을 선택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땡큐, 도미닉 앤드 메리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