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80-skype 통화. 애플피킹,할머니시 한편 스펜서씨...

천마리학 2012. 8. 10. 19:53

 

 

 

*2011109()-skype 통화. 애플피킹,할머니시 한편 스펜서씨...

882

 

Celsius 25°~14°, 10pm 현재 15°. Fog. 

 

아침 10시 반, 스위스의 그랑파파와 그랑마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리가 엄마아빠와 함께 캐나다 국가를 합창하며 연습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이층에서 원고작업을 하고 있었다.

skype 통화가 시작되어 엄마아빠가 통화를 하고 있는 동안에 아리가 이층으로 올라와 도리의 침대로 올라가서 혼자서 목청껏 캐나다 국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는 평소에도 엄마아빠의 바람대로 그랑파파와 그랑마망이랑 통화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보여주고싶은 엄마아빠는 쌀뤼~’ 하면서 애써 인사하라고 시키고 대답하라고 시키지만 늘 딴전이다. 마지못해 ~’하는게 고작이다. 그래서 민망할 때가 많다.

 

할머니가 캐나다국가를 연습하고 있는 아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는 중에 아빠가 스카잎 통화를 하고 있는 노트북을 들고 한손엔 도리를 안고 올라왔다.

 

존아저씨와 존아저씨 엄마랑 함께

 

 

그러자 노래 부르던 아리의 분위기가 또 깨어졌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하던 짓도 안하는 아리. 또 그랑파파와 그랑마망에게 인사하라고 하면 잘 하던 짓도 안하는 아리. 그래서 민망해지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그래도 그랑파파랑 그랑마망은 그저 좋아하신다.

손자손녀의 모습이 얼마나 예쁠까?

오순도순 잘 살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실까?

 

도리는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 맹렬공주임을 과시하고, 아리는 깡충깡충 뛰고 딩굴며 반대짓을 하고 ···. 정신이 없다.

오늘아침에도 도리는 할머니의 목에 손톱자국을 내었다. 엄마나 할머니는 평소에도 도리의 손톱자국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조그맣고 가녀린 손톱이 왜 그렇게 날카로운지, ~ ~ 해가면서 의사표현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움직이려고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악~ 아악~ 소리를 지르고··· 그러다가 할머니나 엄마를 할키게 된다.

 

 

 

 

도리의 성격이 강한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크면 제 오빠와 많이 티격태격할 것 같다. 역시 도리는 맹렬공주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에플피킹을 떠나려고 하는데 존아저씨에게서도 지금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잘 됐다. 늘 꾸물대어서 약속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존 아저씬데···^*^

 

Applewood. 예상외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상업적인 냄세가 전혀 나지 않고, 사과나무도 많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마 그래서 찾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다녀본 에플피킹 장소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다. 돌아올 때 엄마는 내년에 또 이곳으로 와야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아리는 존아저씨를 만나 얼마나 좋아하는지··· 존아저씨 엄마에게도 잘 따라주었다.

사과밭에서 엄마는 7개를 먹었고 할머니는 거의 4개를 먹었다. 한자리에서 가장 많이 먹은 기록이다. 평소엔 중간크기짜리도 한 번에 한 개 먹기가 버거운데···

 

 

 

농장 안 다른 사과밭으로 가는 대형 트랙터를 타고 가면서 아리가 캐나다 국가를 불러댄다. 요즘 배우기 시작해서 생각날 때마다 부른다. 서툴지만 예쁘다. 사람들이 웃으며 듣는다.

사과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If you happy know it!>도 불러대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빠회사가 있는 근처의 Honba 라는 한식일식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마칠 무렵 할머니의 배가 아팠다. 작년에 입원까지 할 때와 같은 종류의 통증이었다. 진땀이 났다. 존아저씨네와 헤어지자마자 가까운 샤펄스의 약국으로 먼저 갔다.

 

 

사과를 많이 먹어서일까?

아빠도 배가 아팠다고 한다. 안티 산, 산을 없애는 약을 먹어야한다고 했다.

엄마는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병원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어서 아픔을 참으며 망서렸다. 약국에 들려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는 혈압을 재고 아리도 재고 싶어해서 재 주고 있는 동안에 통증이 많이 멈추었다.

125-80-88, 할머니는 정상이고, 아리는 84-70-80, 어린이라서 재어지지 않지만 반쯤 선 자세로 팔을 집어넣고 겨우 나온 수치라서 믿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아리는 신기해하며 아주 좋아하며 엄마아빠에게 기록표를 뽑아들고 자랑을 했다.

 

 

아! 셔!

 

 

 

아픔이 많이 나았다고 했지만 아빠엄마는 일단 상담해보자고 한 다음 약사가 주는 약을 샀다. 위장내벽을 코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약을 먹은 탓인지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집에 돌아온 후에 조금씩 부글거리며 가벼운 통증이 있긴 했지만 참고 넘길만 한 상태여서 매우 다행이었다.

 

차안에서 악을 쓰듯 떼를 써서 엄마를 힘들게 하던 우리 맹렬공주’, 정말 성깔이 대단하다. 할머니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안고 달래도 멈추지를 않았다. 카씨트에 앉히는 건 엄두도 못냈다. 몸을 벌떡벌떡거리며 밖으로 나가자고도 하고 운전석의 불켜진 계기판을 만지려고 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고, 운전하는 아빠도 신경이 쓰여 애를 먹었다. 할머니가 온갖 방법으로 달래어서 결국 할머니 가슴에 누운 모습으로 잠이 드는데 겨우 성공했다.

아리도 카씨트에 앉은 채 잠이 들었다.

두 녀석 다 잠이 드니 집에 도착해서도 엄마아빠, 할머니도 이내 조용해질 수가 있었다.

 

 

 

사과처럼 예쁜 우리 도리!

 

 

가을확인-애플피킹

사과나무아래 수북히 떨어져있는 사과들을 보고 착상 한 가지.

 

[스펜서씨는 모두 내려놓고 있었다]이다. 그리고 사과나무 아래에 떨어져 나딩구는 사과들이 많았다. 제사상을 연상시켰다. 안되었다는생각도 들었다. 상처난 놈, 덜 익은 놈, 새들에게 먹히다 만놈, 흔전만전 사람들이 떨어트린 놈, 먹다 버린 놈··· , , ··· 버린 놈이나 버려진 놈이나 다 놈이다. 암튼,

가을은 잘 지내고 있었다. 가을이 떠날 무렵이면 사람들도 조용해질 수 있겠지.

조금씩 더 물러나 앉고, 조금씩만 더 맑아져서···

스펜서씨 처럼 가벼워질 수 있겠지.

 

 

스펜서 씨는 모두 내려놓고 있었다 * 권 천 학

 

 

가을이 도착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을 만나러 과수원에 갔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

색 올리고 맛 들이며 살집을 늘리고

부지런을 떨어가며 억척스레

속살 곳곳을 채우던 스펜서 씨가

가을이 깊어지면서부터 슬며시 내려놓기 시작했다

잘 익어 실한 놈부터 떠나보내고

수시로 새들 불러들여 잔치 벌이고

때때로 들쥐들 배를 불려주기도 하면서

설익어 아직도 매달리는 놈은

땅으로 떨어트려버렸다

머지않아 닥쳐올 추위

살점들을 그렇게 미리 털어내며

채운 곡간을 비우고 있는 스펜서 씨

몸속까지 맑게 하려고

잎들의 핏기까지 거두고 있는 중이었다

모진 겨울

모두가 따뜻하기 위하여

가을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구나

스펜서씨처럼

 

 

*스펜서(spencer:사과 품종 중의 하나.

<2011109. .>

 

<메모>

쌩스기빙데이의 연휴, 에플피킹을 갔다.

스펜서, 하니크리슾(honeycrisp), 멕과이어(McGuire), 레드 딜리시어스(red delicious)··· 줄줄이 늘어선 사과나무들.

향기가 가득했다. 겨울을 대비하여 비워내는 나무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덜 익은 것, 상한 것들은 나무 아래에 모두 떨어져 수북했다.

그 모습도 아름다웠다. 마치 추수의 감사를 올리느라 진설해놓은 제사상 같아서였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더니··· 꼭 그 마음만이 아니더라도 설익은 놈은 가차 없이 버려야하는 지혜! 그리고,

잘 익혀 비워내는 나무의 지혜!

또 만난 가을에 또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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