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85-캐빈이 때렸다!-아이교육의 갈등

천마리학 2012. 8. 18. 21:37

 

 

 

*2011년 10월 17(월)-캐빈이 때렸다!-아이교육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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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픽업하러 가는데 엄마와 도리가 함께 갔다. 그런데 룸 5에 도착하자마자 아리가 하는 말, 캐빈에게 얼굴을 맞았다고 하면서 시늉을 한다. 며칠 전 티나 선생님이 아리가 다니엘을 물었다고 한 일이 생각났다. 왜 물었느냐고 물었더니 아리가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할머니가 물어도 같은 대답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리가 캐빈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고 하니까 아리의 조용하고 움추러드는 평소의 습관이 떠오르면서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선생님에게 말도 못했을 것으로 짐작되어 대뜸 ‘선생님에게 말 했어?’하고 물었다.

 

 

 

 

그 질문을 하면서도 살짝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질문일까? 하는. 그러면서 제 엄마 어렸을때의 일이 떠올랐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때리면 ‘때리는 건 나쁜 짓이랬어.’하면서 말로만 대응하고 피할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는 더욱 거세게 때려도 같이 때릴 생각은 하지 않고 피하면서 말로만 ‘때리는 건 좋지 않은 거야’하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아이답게 제 생각대로 실컷 두드려 패는데 우리아이는 아이답지 않게 맞고만 있는 것이 속상할 뿐만 아니라 내가 과연 아이에게 제대로 가르쳤나 하는 갈등이 왔다. 누군가가 자신을 때리면 같이 때리면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제압하도록 가르쳐야하지 않는가? 하며 고민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어미의 아들인 아리가 제 어미와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

 

 

 

 

 

집에 돌아와서 제 엄마가 케빈이 때렸을 때 선생님에게 말을 했느냐고 물으니까 말을 했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떻게 했느냐고 하니까 그냥 흐지부지, 딴전이다. 물론 대수롭잖은 일이니까 그랬으려니 생각하면서도 ‘다음엔 캐빈이 또 때리면 큰소리로 선생님에게 말해야 해!’하고 엄마가 이르는 말을 듣고 할머니가 나섰다.

“아리, 캐빈이든 누구든 다른 사람이 너를 때리면 기분이 좋아 나빠?”

“나빠”

“그러니까 누가 때리면 넌 더 세게 파이팅! 집에서 할머니에게 하는거 있잖아. 그렇게 더 세게 때려주고 발로 차!”

“앤 댄, 캐빈 세이 힛 미 아리 투 선생님.”

 

 

 

 

 

 

“캐빈이 선생님에게 아리가 때렸다고 말한다고?”

끄덕끄덕,

“그러면 너도 말하는 거야. 너를 때린 그 애와 선생님에게, 그애가 나를 먼저 때렸다고. 큰소리로. 그게 브레이브, 용감한 거야.”

끄덕끄덕.

 

 

 

 

 

 

 

이게 과연 좋은 할머니인가? 그리고 과연 옳은 교육인가?^*^

그렇지만 내 아이가 맞아서라 아니라 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리가 용감하게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쁜 교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리가 요즘 스펠링을 아는 단어는 dog, big, book, good, banana, the, 정도이다.

시간이 없고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한글교육을 머뭇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