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금)-아리의 두 번째 엽서, 할머니 입을 노리는 도리 873
Celsius(cf: Fahrenheit) 17°~16°, 7시 a, m, 현재 18°(또 이상하다). Cloudy. 새벽 6시 경, 스트레칭을 마치고 막 원고 정리 작업을 시작했는데 아래층에서 아리가 ‘할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깬 모양. 득달같이 내려갔다. 빵 굽는 냄새가 나고 화장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니 아빠가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둑다둑···
아침에 엄마가 무릎이 아파서 할머니 혼자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할머니가 고쳐놓은 운동화 벨크로가 바짝 조여져서 아리가 좋아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리, 빨리 달리는 것이 목표인 아리는 늘 운동화의 벨크로가 헐렁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운동화를 신을 때마다 벨크로를 최대한으로 잡아당겨붙여도 늘 더, 더 조여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만들어진 간격을 더 이상 줄일 수 없어서 최대한으로 당겨 조여주곤 했는데 마지막 끝이 아슬아슬하게 겨우 붙는 상태이곤 했다. 그런데 어제 방과후 운동장에서 놀 때 운동화를 벗고 놀았는데 그때 살펴보니 벨크로와 연결하는 끈을 줄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벨크로의 끈을 4cm 정도를 접어서 줄여 붙였다. 그랬더니 드디어 벨크로 부분이 제대로 맞닿았고 아리는 꽉 조여져서 좋아라 했다.
아리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메일 룸에 들어가 두 번 째 엽서를 넣었다. ‘from:CK’로. 앞으로는 CK로 이니셜을 고정할 생각이다. 우체국에서 부치지 않고 메일 박스에 넣을 거다. 봉투는 재활용. 우표란에 스티커를 붙이고 테두리를 색연필로 둘렀더니 그럴 듯 하다. 아리가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서 한글을 익혀나가면 좋겠다. 아침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리가 “오늘 오후에 메일 룸을 체크해보자. 풀라밍고 엽서가 올지 모른다”고 하는 걸 보니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두 번 째 엽서를 준비하여 핸드백에 넣고 있는데···후후후. 오늘 엽서에는 첫 번째 엽서에서 제시한 ‘어머니, 어린이, 사과’를 한 글자씩 흐트려 놓고 이어보도록 한 퀴즈문제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렸다. 또 할머니 혼자 데리러 갔다. 교실에서 만난 벤자민 엄마가 벤자민이 피자를 먹으러 갈 건데 아리도 함께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다. 아침에 데려다 줄 때도 만났었다.
벤자민 엄마는 어제 오후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공 던져 넣기를 할 때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그 전날엔가도 아리를 픽업하러 갈 때 가져간 공으로 운동장에서 공 던져 넣기를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벤자민에게 아리가 공을 넣어보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 함께 놀기를 청했다. 공을 받아든 벤자민은 무슨 말인가 열심히 말했다. 말하자면 자기 나름대로의 설(說)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아리가 공을 던져 넣으라고 하고, 곁에 있던 엄마도 독촉하니까 말을 멈추고 공을 던져 올렸는데 반도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더니 바로 ‘아이 톨드 유 얼레디···’ 어쩌고 하면서 또 설을 푸는 것이 매우 우습게 느껴졌었다. 그러다가 어제 또 만나서 철봉 있는 데에서 함께 놀았었다.
아리가 간식으로 가져간 크리스피(둥그런 쌀튀김과자)와 피망을 먹으면서 나누어먹고 또 같이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아리를 매우 좋아했다. 할머니가 노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엄마와 벤자민 엄마가 인사를 했었다. 키가 아리보다 약간 작은 듯 하고, 공 던져 넣기, 달리기 등 행동이 어려서 아리와 동갑인줄 알았는데 5살이었다. 사는 곳도 HCC 근처. 어제 아리를 보고 매우 사회적이라고 하면서 좋아하더니 플레이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벤자민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러자고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함께 스트릿카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보니 비도 오는데··· 퀸스키스트리트까지 가려면 한 두 정거장 더 가야하는데, 번거롭게 생각되어서, 비가 오지 않는 날 가자고 하고 우리가 먼저 내렸다.
아리와 벤자민은 동갑인데도 아리가 성장도 빠르고 행동도 앞서있다. 그런 점 때문에 벤자민 엄마도 아리가 벤자민과 어울리기를 적극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엄마마음이다. 어느 엄마든 자기 자식에게 도움이 될 만 하다고 생각되면 어떻게든 함께 어울리게 하고 싶은 것.
도리는 하이췌어에도 앉지 않으려고 하고 길을 걸을 때도 스트롤러에 타지 않으려고 해서 엄마가 몹시 힘 든다. 길을 걸을 때 어떤 때는 엄마가 앞띠로 메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안고 가라는 것이다. 또 할머니를 보면 오려고 너울너울 손을 흔들어댄다. 놀아주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할머니와 놀다가도 냠냠냠 하거나 할머니가 입을 오물오물 하면 제 입을 들이댄다. 할머니 입속의 음식을 받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가끔씩 입으로 씹어서 먹였더니 지금은 아예 할머니의 입모습만 보고도 입을 들이민다. 달려들 때 보면 마치 먹이를 쫒는 새끼 새 같다. 오, 귀여운! 사실 아리는 더 그랬었는데···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부터 엄마아빠 모르게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먹이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고 좀 꺼리는 듯했었고, 그 과정을 거쳐 나중엔 공인, 오히려 더 좋아했었는데··· 이제 도리도 시작?^*^
도리는 오빠를 좋아한다. 때로는 오빠의 과격한 몸짓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이내 호응하며 함께 논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역시 아기들은 아기들끼리의 소통이 좋은 모양이다. 게다가 남매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보기 좋다. 하지만 도리에겐 문제가 있다. 잠자는 시간이 적은 것. 밤중에 두어 차례 깨어서 악악 울어대고 그 바람에 도리의 수면시간도 적고 엄마아빠도 고생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도리또래의 아기들은 저녁에 10~11시간 정도 자고 낮잠 한 두 시간을 보태서 총 13~14시간 정도는 자야하는데 도리는 밤에 자는 시간이 8~9시간 정도에 낮잠 한 두 시간 정도. 밤중이면 한 두 번 깨어서 울기 때문이다. 밤중에 깨어서 함께 놀자고 하니 그것이 엄마에겐 몹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아빠도 수면부족으로 시달려서 지난 두 주 동안은 아리방에서 잤었다. 엄마가 여기저기 검색해본 결과 모든 소아과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도리가 그러는 것은 ‘나쁜 습관’이라는 것. 아기들은 밤중에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냄새 등 환경조건 때문이라는 것. 또 한 번 초저녁에 잠이 들면 아침까지 내쳐 자야한다는 것. 밤중에 자다 깨어 울어도 젖을 먹이면 안 된다는 것. 그런데 도리는 꼭 자다 깨고 그때마다 젖을 먹이거나 함께 놀아줘야하니 결국은 ‘나쁜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리입장에서 보면 그럴만하다.
처음부터 밤중에 울면 젖을 먹였고, 자다 깨서 울면 즉시 일어나 보살펴 줬고. 그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엄마아빠랑 한방에서 잠을 자니 자다가도 본능적으로 엄마냄새를 맡고 그러는 것이다.
오늘 엄마는 그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걱정을 했다. 이제 11월부터는 데이케어에 가야하고, 엄마도 출근을 시작하는데··· 그래서 할머니가 제안했다. 엄마아빠 방의 목욕탕 욕조에 재우기. 아니면 세면대 앞 공간에 재우기. 유리칸막이와 커튼이 있으니까 방음도 되고 더 컴컴하고 더 조용하고. 가까이 있으면서 격리되는 곳이다. 그러잖아도 아빠가 욕조가 아니라 세면장 앞 공간으로 도리침대를 옮겨놓을까 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엄마가 한번 시도해봐야겠다고 했다.
아리는 할머니와 자겠다고 해서 할머니가 아리방에서 아리를 재우고 나와 2층으로 올라와 스립다이어리에 의한 11시를 무시하고 바로 잤다.
Good-bye Song
It's time to good-bye to all our friends. It's time to good-bye to all our friends. It's time to say good-bye, give a wave and wink your eye It's time to good-bye to all our friends.
Fill in the blanks: It's to good-bye to our friends. It's time to good-bye to our friends. It's time to good-bye, a wave and wink your eye It's time to good-bye to our frien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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