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54-동물원, 도리체중과 ‘도리뱅뱅이’, 페밀리닥터 

천마리학 2012. 6. 24. 06:14

 

 

 

*2011년 9월 1일(수)-동물원, 도리체중과 ‘도리뱅뱅이’, 페밀리닥터

854.

 

24도~ 19도, 오후 2 시 반 현재 기온 23도. Partly Cloudy.

오늘은 캠프에서 토론토 동물원에 가는 날.

아침에 챙기면서 가방 속에 집 전화와 엄마아빠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기입한 쪽지를 백팩에 넣어주었다.

늘상 하는 대로 9시부터 2,30 분 동안 놀게 하던 것과 달리 일찍 소집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로웠다. 동물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간식과 티셔츠를 배급받았다. 아리 스스로 하게 유도하고 간다고 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조금 있다가 줄을 서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쿨버스를 타기 위하여 건물 앞에서 기다렸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후 할머니는 마침 공원 여기저기서 하는 타이치 그룹을 살펴보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팀이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은 후, 운동이 끝나자 리더에게 타이치 그룹에 가담하여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온통 중국사람들이다.

 

 

 

 

 

여름 프로그램은 내일까지 끝나고, 그동안 공원에서 하던 것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다음 주 화요일(6일)부터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프로그램도 받고 이것저것 물어본 다음에 돌아왔다.

돌아올 무렵, 높은 구름이 컴컴할 만큼 잔뜩 끼고 마른 천둥소리가 이어지더니 집에 돌아온 후 잠시 있다가 12시경부터 다시 밝아졌다. 다행이다. 여전히 계속되는 편두통, 아침에 집을 나섰을 때 커피도 마시고 타이레놀을 2알 먹었는데도 가시지 않는다. 왼편의 편두통으로 왼쪽 눈이 불편하고 간혹 시야가 좁아지는 듯한 현상까지 있다.

점심시간까지 아래층에 머물면서 오랜만에 한국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았다. 노인영화. 잔잔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 엄마랑 함께 울면서 봤다.

 

요즘 우리 온가족이 가을맞이 몸살을 앓는 것 같다.

맨처음 25일에 도리가 콧물감기.

다음 28일에 아리가 코막힘 증상.

30 일 전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편두통과 으슬으슬.

어제부터 엄마의 목감기 증상.

아빠도 어제부터 두통과 메스꺼움.

 

 

 

 

 

도리도 그만그만하게 지나가고, 아리도 그만그만 가시는 듯 하다. 아리는 평소에도 곧잘 목이 쉬는데 지금도 목소리가 약간 쉰듯하다. 하도 뛰어노니까 피로하기도 할만하다.

할머니도 평소엔 한 알씩 먹는 타이레놀을 두 알씩 먹어도 편두통이 계속. 오늘은 아침에 2알, 12시경에 2알.

엄마는 목에 스카프를 감고 있다. 엄마의 감기는 언제나 목으로부터 온다. 엄마는 아파도 도리의 수유(授乳)때문에 타이레놀 이외엔 약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견디는 수밖에 없다. 엄마의 고통이다.^*^

 

오후엔 코리아타운에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엄마와 도리가 함께 아리를 픽업하러 갔다. 엄마가 사무실에 9월 프로그램을 가지러 간 사이 아리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할머니가 지켜보고 있었다. 아리가 할머니를 발견하고 할머니에게 달려왔다가 다시 뛰어가더니, 놀이기구에서 놀고 있는 제임스의 등을 탁 쳤다.

‘같이 놀자!’ 던지, 그냥 ‘제임스!’ 하고 부르면서 무심결에 친 것이다. 그런데 제임스의 뒷모습이 이상했다. 우는 것이다. 7살 짜리 제임스가 4살 짜리 아리에게 등을 좀 맞았다고 울다니. 아이들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머쓱해진 아리가 난감해하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다.

 

 

 

 

 

 

아리가 입모습과 함께 ‘제임스 쏘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거푸 하고 있었다. 할머니 옆 벤치에 앉아있던 선생님이 다가가더니 두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묻는 모양이다. 아리가 얼핏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선생님이 등 쪽으로 서있어서 하는 소리는 안 들렸지만, 아리가 ‘그래서 쏘리를 다섯 번이나 했어요.’하는 눈치다.

선생님이 아마 그러지 말라고 둘을 타이르는 모양, 이네 벤치로 돌아오고, 제임스도 벤치 앞의 모래판으로 혼자 떨어져 나와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 아리는 여전히 놀이기구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놀았다.

잠시 놀다가 놀이터를 떠났다.

 

스트리트 카로 코리아 타운으로. 페밀리닥터를 방문하기 위해서. 아빠가 회사일 때문에 픽업시간 맞춰 올 수가 없어서 예약시간인 6시 30분에 맞춰 곧장 페밀리닥터로 왔다.

5시 30분, 코리아 타운에 일찍 도착한 우리는 다니엘 안경점에 들려서 엄마의 안경 코 받침도 주문하고, 할머니의 오른 쪽으로 기운 돋보기를 약간 손보고, 한국식품점에 들려서 쇼핑하고··· 엄마와 아리가 길 건너에 있는 정육점에 김치와 고기를 사러 간 사이에 할머니는 도리를 데리고 한국식품점 모퉁이 공터 벤치에 앉아 놀고 있었는데, 누군가 주차장 쪽에서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송교수가 반갑게 달려왔다. 헌이이모가 카라의 스트롤러를 밀고 왔다. 갈비를 사러 왔다고 했다.

 

 

 

 

 

 

한 달 만에 보는 카라는 스트롤러 안에서 자고 있었는데, 많이 커 보였다. 송교수와 헌이이모 역시 도리가 많이 컸다고 했다. 아기들은 정말 나날이 다르게 자란다.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에 엄마와 아리도 오고 또 잠시 후 주차장 쪽에서 아빠도 와서 모두 다 반갑게 만난다.

 

할머니는 이삼일 전 송교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또 오늘 만나다니···.

참 이상하다. 할머니의 생각 속에 떠오르면 꼭 그 사람을 만나거나 소식을 받게 된다. 할머닌 동화나 소설, 수필 등 산문의 초벌번역을 할만 한 사람을 송교수에게 부탁해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송교수와는 이상하게도 정상적인 만남 외에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된다. 2년 전? 할머니가 처음 토론토에 와서 캔싱턴 마켓에 있는 ESL에 두어 발 다녔을 때도 캔싱턴 마켓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었다.

지난 봄, 엄마의 컴퍼런스 참석 겸, 온가족이 하와이에 갔을 때 호텔 ‘힐튼 빌리지’에서 만났었다. 오늘도 아무런 예약 없이 불쑥 또 만난 것이다.

송교수가 우리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런가보다. 게다가 할머닌 속으로 언제나 며칠 전에 한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특별하단 생각을 또 했다.

 

도리의 체중은 18.5kg. 또래아이들의 30%에 해당한다고 했다.으? 우리는 그동안 과체중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미안 도리!

 

 

 

 

 

 

할머니의 골밀도검사 결과는 ‘괜찮아요’다. 원래 건성건성인 닥터신의 이야기 방식이다. 한국의사들처럼 수치를 알려주거나 기타 자세한 설명이 없다. 뼈약처방과 콜레스테롤 처방만 받았다. 뼈 약은 최소한 5년을 먹어야하며 뼈약을 먹는 동안에도 비타민 D를 하루에 1알씩 먹으라는, 질문에 의한 대답을 들었다. 도리의 체중만 쟀을 뿐, 키, 머리둘레 같은 것은 하지도 않는다. 물론 도리가 정상이고 건강해서 별 문제는 없지만 닥터신의 ‘대충대충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엄마아빠의 카이로프락틱 처방전도 받고, 아빠의 통증은 지난번 앓았던 바이러스성 통증일거라면서 진통제를 먹으라고 할 뿐. 다른 처방이 없었다.

 

식당 ‘뉴이모네’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닥터신의 사무실에서건 식당에서건 설쳐대는 아리를 계속 견재하는 일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국의 막네이모에게 건물방수공사에 대한 마무리 메일을 쓰느라고 깜빡. 자야할 시간인 11시 15분을 놓치고 11시 30분에 서둘러 침대에 들었다.

참, 오늘 아침엔 벨 소리 없이 일어났다.아리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