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53-도리 데이케어 튜어. 아리는 오늘 한 일 다섯 가지씩 말하기

천마리학 2012. 6. 21. 11:14

 

 

 

*2011년 8월 31일(수)-도리 데이케어 튜어. 아리는 오늘 한 일 다섯 가지씩 말하기

853.

 

23도~18도. 8시 아침 현재 18도. Mostly Cloudy.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 아리가 또 꾸물대고 게으름을 부리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기에 할머니는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이제 부턴 아리 할머니 하지 않을 거야. 니가 알아서 해.”

겨우 시리얼로 떼우는 아침, 그나마 먹지 않으려고 해서 할머니 속이 어제의 연장선상에서 또 상했다. 아리가 울면서 할머니 팔을 감싸 안으며 ‘아니요.···’한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서서 브램너 블러버드의 아랫길을 갈 때까지 할머니가 냉정하게 굴었다. 전전긍긍하면서도 속이 있는지 없는지 여전히 할머니를 불러댄다.

“할머니, 빨리 오세요~”

로저스 센타 앞길을 걸으면서 아리에게 설명을 했다. 할머니가 왜 화가 났는지. 아리도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아리를 사랑하지만 계속 아리가 말을 안 들으니까 슬퍼져서 아리할머니 안하려는 거라고. 말을 잘 듣겠다고 하며 안겨온다. 깊이 안고 다둑다둑. 할머니 마음이 속으론 더 아프다.

 

 

 

 

 

아리를 US캠프에 데려다 주고 도리의 데이케어 튜어를 했다.

리치몬드 앤 스파다이너, 규모가 자그만해서 오히려 좋을 것 같았다. 메니저 방이 교실 귀퉁이에 유리칸막이로 되어있어서 교실이 환히 한방처럼 다 보였다. 마치 식당에서 주방이 다 들여다보이는 것 처럼.

젖먹이도 4명에 교사 2명, 인펜트룸의 아이들은 10명, 실내는 자연채광인 점도 좋아보였다. 한달 양육비가 1,600불, 싼 편이다.

데이케어 튜어를 마치고 나와서 스파다이너에 있는 이태리 식당에서 간단히 샐러드와 센드위치로 스넥을 먹고 헤어졌다. 엄마와 도리는 집으로, 할머니는 오이지(OIEG)빌딩으로.

오후 픽업할 땐 할머니가 스파다이너 앤 칼리지 코너에 있는 세븐을레븐에서 아리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갔다. 초컬릿 캔디와 사과쥬스와 돌(Dole) 파이네플 쥬스, 비스킷, 바나나. 그러나 배가 고프지 않다면서 많이 먹진 않았다.

 

 

 

 

 

픽업사인을 하고 캠프가 끝난 후에 또 한바탕 놀았다. 바람이 부는 탓인지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아이들이 일찍 돌아갔다. 놀던 아이들이 다 돌아갔는데도 아리는 혼자서 모래판에서 놀면서 또 가지 않겠다고 한다.

또다시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초컬릿 캔디를 반 정도 먹고 사과쥬스를 마시면서도 아리는 혼자서 더 놀겠다는 것이다. 집이 싫으냐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공원엔 여러 가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공원에 있는 대형 놀이기구들이 집엔 없다. 그렇지만 흐응!

가벼운 실랑이 끝에 갑자기 ‘오케이!’하며 나서는 아리. 그렇지만 미로 길은 하고 가자고 했다. 미로 길 두 번, 마침 가까운 벤치에서 어떤 소녀와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빵을 먹으며 모이로 뜯어 던지자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아리는 비둘기들을 날리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공원을 떠났다.

“할머니, 해피?”

할머니 말을 듣고 일찍 돌아가니까 기분 좋으냐는 뜻이다. 행여 할머니가 아직도 기분이 상해있을지 모른다고 살피는 것이다.

“물론. 넌?”

“아리도!”

귀여운 녀석!

 

 

 

 

 

저녁에 엄마가 아리에게 물었다.

‘낫씽’이라고 습관처럼 대답한다.

“오늘 캠프에서 뭐했는지 몰라? 잘 생각해봐”

할머니가 거들었다.

꾸물꾸물.

평소에 아리는 뭘 했는지 물으면 ‘몰라’ 하거나 ‘낫씽’이라고 습관처럼 대답한다. 할머니가 기껏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이야기 내용에 대해서 물을 때도, 특별한 것을 관람한 후에 내용을 물어도, 책을 읽고 난 후에 내용을 물어도··· 등등 마찬가지다. 때로는 유도해서 대답을 들을 때도 있지만 모든 일을 대충대충 하려는 습관을 고치기로 작정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대충대충 습관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꾸미는 능력도 개발하기 위해서다.

 

 

 

 

 

 

“잘 생각해봐. 오늘 캠프에서 한 것 다섯 가지. 그리고 내일부터 매일 다섯 가지씩을 기억했다가 집에 와서 이야기해야 해. 안 그러면 캠프에도 안보내고 킨더가든에도 안 보낼 거야. 알겠어?”

“하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이젠 킨더가든이든 데이케어든 안 보낼 거야.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뭐 하러 보내겠어. 안 그래요 할머니?”

엄마가 엄포를 놓았다.

“그럼 안 되겠지?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그래서 다섯 가지만 엄마에게 말해봐. 할머니도 궁금하거든”

잠시 궁리를 하더니 오늘 있었던 일을 조랑조랑 엄마에게 이야기 했다. 다섯 가지를 다 채우자 ‘잘 했다’, ‘수고했다’면서 칭찬하자 ‘내일은 열 가지를 말 하겠다’고 들떴다. 물론 더 많이 하면 좋지.

한번 보자!^*^

그렇게 기분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