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52-아리, SK 등록. 아리의 멈추지 않는 놀이본능, 정말 화나고 힘든다

천마리학 2012. 6. 19. 16:32

 

 아이슬랜드에 온지 3일째.

 

*2011년 8월 30일(화)-아리, SK 등록. 정말 화나고 힘든다

852.

 

 

 

27도~17도, 아침 6시 현재기온 16도, Clear. 블로그 141명.

오전에 US 캠프에 데려다주러갈 때 엄마랑 함께 나섰다. 아리의 SK(시니어 킨더가든)와 데이케어를 등록하기 위해서다.

대강당에서 오늘도 30분 정도 할머니가 볼을 가지고 놀아주고 나왔다.

이상하게 오늘은 아침부터 엄마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할머니도 편두통이다.

Ogden Junior Public School에 들려서 등록을 했다. 데이케어 출생신고서 등, 보완서류는 내일 제출하기로 하고 SK와 데이케어 등록을 마쳤다.

또 도리에게도 Ogden School 근처인 리치몬드 스트리트 앤 스파다이나에 있는 한 Daycare로부터 11월부터 다닐 수 있는 자리가 한 개 났다는 연락이 왔다.

엄마가 11월 중순부터는 학교에 다시 나가야하는데 마침 잘 됐다.

그동안 토론토 시내에 있는 여러 Daycare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이 무슨 행운?^*^

내일 10시에 가서 돌아본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다 돌아가고 없는데도 더 놀려고 하는 아리가 비들기떼를 보고 달려갔다.

 

 

 

 

아리가 익사이팅한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건만 오늘은 정말 화가 나고 힘들었다.

요사이도 연거퍼 몇 번씩을 타이르고 달래고··· 픽업할 때 마다 놀기에 빠져 집에 오지 않으려고 하고 그저 ‘플레이’ ‘플레이’ 해서 여간 애를 먹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어제도 오늘도 마찬가지. 그런 연속이다. 휴런 킨더가든에 다닐 때도 지금 캠프에서도 마찬가지. 아리의 놀이본능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솔직히 ADHD 아닌가 염려하며 신경 쓰고 있기도 하다.

오후 4시 30분까지 픽업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그냥 돌아오는 날이 없다. 앞 공원에서 놀아야 한다. 어느 정도만 놀고 가자고 할 때 따라나서면 오죽이나 좋으랴. 아리는 단 한 번도 따르는 일이 없다.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수없이 꾸짖기도 했고, 억지도 부려봤고, 달래기도 했지만 주로 억지로 청을 들어주는 경우가 더 많다.

공원에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없을 때까지 있어도 봤다. 심심해하면서도 공원을 선듯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가자는 말에 쉽게 응한다.

빈 공원에서 마냥 놀게도 해봤다. 제 또래의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아는 아이들도 다 돌아가고··· 모르는 아이들이나 어린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아이들이 성글게 서너 명, 아니 한명만 있어도 친구구걸을 해서 놀고 그 아이가 떠나고도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다. 특별한 놀이본능에 대해서 가끔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실컷 놀게 하고, 또 노는 일에 열심인 것에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때로는 화가 날 때가 있다. 말을 듣지 않고, 할머니가 지쳐 피곤할 때다. 집에 가자고 사정을 해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화를 낸다.

 

 

이럴 때는 비들기들이 좋은 친구가 된다.

아무리 집에 돌아가자고 해도 듣지않는 아리.

할머닌 속수무책, 아리의 놀이본능을 도와주는 비들기들이 고맙다.

 

 

 

오늘도 그랬다.

제가 아는 아이들이 없고 같은 클럽의 아이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저보다 한 두 살 위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어떻게든 어울려 논다. 놀이구걸도 한다.

4시 30분에 픽업사인을 하고 그렇게 놀기를 6시까지.

그 사이 10분만! 을 두 번 했다. 말이 10분이지 듣지 않기 때문에 6시가 된 것이다. 요즘 새 학기를 앞두고 8시에 재울 연습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적당히 놀다가 집에 가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가자고 했지만 듣지 않아서 6시 이후에 가져간 간식을 먹자고 했더니 한 번씩 달려와서 한 입씩 받아먹고 간다. 그럴 때도 ‘이거 먹고 다시 노는 곳으로 가지?’하는 확인부터 한다. 집에 가자고 할까봐서 걱정인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망고도 다 먹고, 피망도 다 먹었다. 6시 반이 넘어섰다. 벌써 놀던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곤 해서 세 번 쯤 다른 놀이파트너가 바뀐 상태다. 진즉 양말까지 벗어부친지 오래다.

 

 

퇴근하던 캠프담당선생님이 아직 안돌아가고 공원에 있는 아리를 보고 비들기 모이를 주면서 잠시 함께 놀아주었다.

 

 

이번엔 놀이기구 아래 모래밭에서 칠 팔세 되는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는데 끼어서 구경도 하고 말참견도 하고, 심부름도 하더니 제법 일원이 되어 재미가 붙어있는 상태여서 안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강제성을 발동했다. 불러서 가자고 했다. 여전히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빠가 왔을 거야.’ ‘엄마가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놓고 기다려.’ ‘일찍 자야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캠프에 오지.’ 등등 구실을 달았지만 소용없다.

‘할머닌 갈 테니 넌 놀아라’

마지막 카드다. 언제나 그 말이 마지막 카드다. 그제야 발을 동동 구르며 운다. ‘스테이 히얼! 스테이 히얼!’

절대고 가겠다는 게 아니다. 끝까지 더 놀겠다는 주장이고 할머닌 가지 말고 기다리란 것이다.

 

 

 

 

 

 

그것도 서너 번, 할머니가 배낭을 메고 돌아섰다.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발을 동동 구른다. 솔직히 말하면 할머니가 지쳐서 눈도 뜰 수가 없어 힘들었고, 늘상 이러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다. 오늘 따라 편두통에 눈을 뜨기 어려운 상태에 몹시 피곤했다. 아침에 데려다 줄 때부터 그랬었다. 커피 두 잔도 소용없었다.

아리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발을 동동, 할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정말 아리는 못 말리는 제 주장이다. 따라나서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를 끌어당기며 악을 쓰듯이 가지 말라는 것이다. 할머니가 야멸차게 돌아섰다. 잡아당기는 팔도 뿌리쳤다. 되잡는 아리의 손을 밀어부쳤다.

“넌 놀고 싶은대로 놀아. 할머닌 갈 거야.”

울부짖으며 매달리더니 그제야 오케이 하며 여전히 울부짖는다.

“그럼 어서 신발 신어.”

할머니가 벤치로 끌고가려고 막무가네 고집이다. 할머니가 속이 상할 뿐만 아니라 정말 화가 났다.

“그러니까 니가 가서 얼른 슈즈 신어.”

뿌리치고 몇 걸음 걸었더니 고래고래 울부짖으며 ‘오케이’한다.

행여 할머니가 걸음을 옮길까봐서 돌아보며 울부짖으며 벤치로 가더니 슈즈를 들고 ‘도와주세요.’ 한다. ‘니가 해!’ ‘도와주세요.’ ‘니가 해!’ 그것도 서너 번. 고집을 부렸다.

 

 

 

캠프 선생님이 돌아가고도 아리는 또 혼자 남아서 비들기들과 놀았다.

 

 

 

할머니가 다시 돌아섰다. 더욱 다급하게 울면서 백팩과 슈즈를 들고 따라온다. 벤치를 옮겨 앉아서 스스로 신게 했다. 마지막 정리와 벨크로를 당겨서 마무리 했다. 그런데,

벤치 앞의 미로그림을 가리키며 빙긋 웃으며 하자는 것이다. 이런!

화는 났지만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성급하게 건너뛰지 말고 꼼꼼하게 줄 따라 제대로 걸으라고 무섭게 말했다. 그리고 아리의 뒤를 따라 함께 걸었다. 아리가 웃으면서 앞장섰다. 두 번을 반복했다.

얼굴엔 꼬장물, 옷은 꾀죄죄. 정말 유별나다.

리치몬드 스트리트에서 스트리트 카를 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