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6일(금)-충격! 아침에 잃어버린 카메라 저녁에 선물 받다, 감동! 847.
아침에 로저스 센타의 호텔 르네쌍스 앞을 지나갈 때였다. 뒤에서 할머니 백팩의 끈을 잡아다니는 장난을 치면서 걷던 아리가 갑자기 소리쳤다. “할머니, 이거 봐! 이거 봐!” 아리가 백팩의 끈을 잡아당기니까 백팩의 뒤쪽 지퍼가 열린 것이었다. 아리에게 닫도록 허리를 굽혀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클라런스 파크를 지나오다가 파란 야생사과나무를 발견, 찍으려고 백팩을 뒤졌지만 카메라가 없었다. 집에 두고 왔나? 오늘 아침에 분명 식탁 위에 있는 걸 백팩에 넣은 기억이 있는데··· 늘 어수선한 할머니의 물건관리 능력을 의심하면서도 그러나 찾아보면 어느 구석엔가 꼭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구석에 끼어드는 불길한 생각을 누르며 돌아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결국 잃어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아리와 함께 캠프에 갈 때 르네쌍스 호텔 앞에서 아리가 백팩 끈을 뒤에서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다가 백팩의 지퍼가 열려 ‘할머니 이거봐!’할 때 떨어트린 것으로 단정.
카메라로 이렇게 티브이의 장면도 찍고...
그러나 계속해서 킹스트리트까지 걷는 동안 아리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백팩 끈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장난을 쳤고 그 때마다 할머니가 등을 홱홱 돌려가며 걸었는데 혹시?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땐 백팩의 지펴가 열린 일이 없으므로 실수는 르네쌍스호텔 앞에서인 것 같다. 암튼 카메라가 사라졌다. 막상 카메라가 없어지니 당장 내일부터 사진을 찍지 못할 일이 걱정이었고, 다음으로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잃어버리려고 그랬는지 어제저녁에 사진을 모두 컴으로 옮겨 담길 잘 했단 생각도 들었다. 늘 사진을 찍어 육아일기를 쓰고, 이미지들을 맏아 블로그용으로 사용하고... 그러다보니 취미를 넘어선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카메라는 군인에게 총과 같은 물건이다. 한 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파리의 노틀담 사원을 거쳐 퐁네프 다리를 걸으면서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정작 아쉬운 것은 카메라보다도 거기 담아놨던 사진들이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당장 내일 웰링턴으로 떠날 주말휴가여행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
그러다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구도도 나오게 되고... 우연히 아빠와 아리의 자세가 나란히 사선이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얘기를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할머니에게 엄마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알고보니 벌써 할머니의 추석선물로 새로운 카메라. 잃어버린 것과 같은 Canon 으로 업그레이드 된 Power Shot ELPH 300HS 8기가짜리였다. 셔터음도 더욱 산뜻했고 모니터 사이즈도 넓었다. 딱 맞는 케이스까지 있어서 안전했다. 잃어버린 카메라는 다른 화장품용 직물지갑 안에 행여 스크린에 상처가 생길까봐서 화장지를 접어 사이에 넣어 사용했었는데···. 와! 매직! 이래서 결핍 없는 세상이 참 좋다. 엄마의 배려가 놀랍고 고맙다.
발코니 밖의 허공이 안개로 자욱하다. 안개도 찍힐까? 의문이 생긴다. 이럴 때도 카메라 먼저 들이댄다. 할머니에겐 커메라가 군인의 총이며, 할머니의 언어이다.
물건을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가질 수 있는 결핍. 과연 결핍 없는 삶이 좋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마음이다. 불편함이 없어 좋지만 불편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편리한 것은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풍요의 시대에 사는 문제점이다. 참을성이 없어지고, 얻어지는 수고 없어 물건 귀한 줄 모르고, 돈 아까운 생각 못하고... 고맙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운명철학을 하는 시인친구 최홍걸씨의 말이 생각난다. 나의 노년이 매우 좋다고 했다. 좋은 일이 있을때마다, 그리고 실제로 부족함 없이, 걱정도 없이 지내는 지금을 생각하면서 늘 그의 말을 떠올리긴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또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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