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44-To와 From,함께먹는 한약, 도리 콧물, 잃어버린 그림

천마리학 2012. 6. 5. 05:10

 

 

 

*2011823()-ToFrom···, 함께먹는 한약, 도리 콧물, 잃어버린 그림

844.

 

 

새벽 5시 반 현재의 날씨:26~ 21, Mostly Cloudy.

오늘 아침에 도리가 맑은 콧물이 흘렀다. 감기? 그러나 컨디션은 괜찮았다. 많이 아프지 말아다오, 도리!

아리 캠프에 데려다주러 엄마와 할머니 도리가 함께 갔다.

 

어제저녁에 아리가 할머니에게 준 그림에 To From 그리고 2011이 표시되어있었다. 아리는 수시로 드로잉(그림그리기)을 즐겨하며, 할머니에게 그림을 그려주곤 하는데 얼마 전부터 그 그림에 ToFrom을 표시하는 방법, 그리고 그 후에 날짜 적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었다.

Mon, 22, Aug, 2011.

하지만 날짜 적는 방법이 아직도 어려운 모양, 곧잘 잊어버리곤 했는데 이번 그림에는 제 이름 대신 연도표기가 되어있었다. 사실상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급하게 잘 하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TO·CHUNHAK FROM·2011’

후후후, 연도표기 하다 보니 제 이름 적는 걸 잊은 모양이다. 대문자 소문자 개념도 없다. 그래도 발전이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왕관을 아리가 도리에게 씌어주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할머니가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은 위장의 통증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으려고 했는데 아리가 먼저 약봉지를 들고 나서면서 약 먹자!고 설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아리는 해 마다 할머니가 먹는 한약을 한 모금씩 받아 마시곤 해왔다. 어느 날 엄마가 알고 걱정하며 못 먹게 했지만 아리의 극성이 엄마의 말을 들을 리 없고, 할머니 또한 보약이라서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먹다가 조금씩 남겨 아리에게 먹게 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그래서 아리는 할머니 약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먼저 약을 챙기며 먹으러 든다. 그래서 아리는 어려서부터 한약을 먹기 좋아한다. 어린 아기가 한약먹기 좋아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늘 할머니와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약을 가지러 갔을 때 팽 한의사에게 그 얘기를 하면서 물었더니 영양제라서 괜찮다고, 오히려 성장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고 해서 엄마의 걱정을 일소해버렸다. 아들에게 좋다고 하니 엄마의 극성이 사라졌다^*^ 할머니도 마음 놓고 먹일 수 있게 됐다. 대신 할머니의 약성분이 모자라게 된다고 하기에 이번엔 조금 양을 많게 해달라고하면서 돈을 더 쳐서 계산해주었다.

 

 

 

 

 

 

US(University Settlement)에서 아리의 방과 후 프로그램 등록을 하고, 매일 $9씩 하는 비용을 12월말까지 계산하여 오늘 미리 다 내게 되어있었다. 등록을 마친 엄마에게 성인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했다. 할머니에게 마땅한 프로그램이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실버를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편이었다. ESL 영어 링크스쿨도 있었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었다.

실버는 연회비 5불만 내면 Aqua Fit Length Swim, Family Swim, Badminton, Table Tennis 를 할 수 있고, Tai Chi Yoga 등은 매월 따로 돈을 내야했지만 저렴한 편이었다. 할머니에겐 시간이 문제였다.

ESL 영어 링크스쿨은 영주권카드가 있어야 등록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날 하기로 했다. 일단 할머니는 반년분인 $2,5를 내고 등록하여 아이디 카드를 받았다.

 

 

 

 

 

 

오후에 픽업하러 갔을 때 레이디 버그팀들은 웨이딩 풀(wading pool)에서 물놀이를 막 끝내고 있는 중이었다. 할머니가 온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반가운 신호를 보내더니 꾸물꾸물,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오려고 하지 않고 혼자서 하는 것이 단체생활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만큼 무리에서 떨어진 잔디밭에 딩구는 종이를 주워 살펴보더니 선생님에게 가져다주고 선생님이 그 종이를 누구 것이냐고 묻고 한 아이에게 주었다. 또 아리에게 빨리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면서 곁에 떨어진 옷들을 챙겨 아리의 백팩에 넣어주는 것도 보았다. 아리가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지켜보았다. ···

 

 

 

 

 

 

픽업사인을 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서 가져간 스넥을 먹었다. 따끈한 옥수수 2개와

맹고, 집을 나설 때 엄마가 쪄준 것이라서 아직도 따뜻했다. 그런데도 아리는 옥수수는 먹지 않고 맹고만 먹었다. 할머니는 옥수수 한 개.

오늘 재미있었어?”

끄덕끄덕.

큰 수영장에도 갔다고?”

실내에 있는 큰 수영장에 가서 수영한 이야기를 신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실내수영장과 실외 물놀이를 다 한 것이다.

그리고 또 뭐하고 놀았어?”

그 순간, 아리가 반짝, 뭔가를 기억해내고 찾는 기색을 보였다.

“Where is my paper?"

가방을 뒤져도 없다. 갑자기 아리가 매우 진지한 표정이 되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무슨 종이야?”

“It is suprrised for 엄마!”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그린 그림이라고 하면서 금새 두 줄기 눈물이 주루룩. 너무나 애닲게 울어서 할머니의 가슴이 찡했다. 이게 바로 핏줄이구나! 할머니가 아무리 애써 주어도 할머니 생각은 안 하고 엄마를 생각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달래어도 울음을 멈추지 않더니 찾아보겠다면서 웨이딩풀 근처의 잔디밭에 가서 둘러보았다. 할머니는 이미 잔디밭에 떨어진 종이가 없음을 다 알 수 있었지만 내버려뒀다. 다음부턴 자기 물건을 스스로 잘 챙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허탕으로 돌아와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거봐, 자기 물건은 항상 자기가 챙겨야 하는 거야.”

할머니, Do you have in your bag?”

할머니는 모든 것을 언제나 다 가지고 있는 줄 아는 아리. 할머니 가방에 종이가 있느냐고 묻는다. 없다고 했지만 가방을 열어보라고 독촉, 열어보였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오늘 따라 종이가 한 장도 없었다. 종이를 달라고 떼를 썼다.

 

 

 

 

 

 

이건 할머니 잘못이 아니잖아. 누구 실수지?”

아리.”

울면서 말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떼를 쓰면 안 되잖아.”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졸라대었다.

좋아. 할머니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

눈을 반짝, 귀를 쫑끗!

저기, 리셉셔니스트에게 가서 종이 한 장을 달라고 해서 다시 그리는 거야. 어때?”

할머니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 !”

할머니의 손을 끌었다.

아리 혼자 가서 해야지.”

혼자 가기 싫어 잠시 망설이기에 혼자 가서 해결하라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더니 오케이하면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더니 이내 돌아왔다.

 

 

 

 

 

 

 

“May be someone, 아리 take!”

누군가가 아리를 데려갈지 모르니까 할머니랑 함께 가자는 것이다. 요런 녀석을 봤나!

평소에 항상 혼자 떨어져 있지 마라, 나쁜 사람이 아리를 데려갈지 모르니까, 하면서 주의를 주었던 말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긴 괜찮아.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 그리고 할머니가 여기서 보고 있을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같이 들어갔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리셉셔니스트를 가리키며 저 아줌마에게 가서 종이 한 장 달라고 해. 오늘 그림 그림을 잃어버려서 다시 그리려고 한다고 말하고’, 했더니 아리가 아니라면서 ‘I know but, it is computer lab···’하며 할머니를 끌고 B3로 내려갔다. 마침 돌아가려고 하던 선생님이 있어서 물어보게 했더니, 선생님이 오! 하면서 되돌아서서 휴지통으로 가더니 방금 넣은 그림종이를 집어 올려 아리에게 주었다.

 

 

 

 

 

 

아리가 아침 9시에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의 슈퍼리더 그림을 컴퓨터로 뽑은 것이었다. 아하, 저 그림에 추가로 손을 대어 만든 것이었구나 짐작하였다. 아리는 그 종이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찾지 못하고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돌아가버리고··· 할머니와 아리는 대기실까지 둘러보고, 아리는 컴퓨터 랩에 가서 컴퓨터에서 뽑아야한다면서 할머니 손을 끌고 여기저기 복도를 오갔지만 모두 문이 잠겨있고, 컴퓨터 랩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대기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림을 기억하고 다시 대기실로 가서 그 종이그림을 주어 아리에게 주면서 이걸 이용해라했더니 그건 자기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이건 그냥 버린 것이 떨어져 있으니까 하라고 해도 자꾸만 썸원!’ 하고 거부했다.

, 봐라. 여기에 아무 이름도 써 있지 않잖아. 그냥 떨어진 거야. 아리가 아리 그림을 어딘가에 떨어트린 것처럼. 아리도 그림을 그리면 종이에 아리 이름을 적지?”

끄덕끄덕.

선생님과 친구들이 여럿이 하다가 그냥 떨어진 거야. 아무 이름도 없으니까 주인이 없는거지, 아마 이름을 쓸 줄 모르거나. 아리는 스마트해서 잘 쓰는데말야. 그러니까 아리가 아리 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아리 것이 될 수 있지? 안 그래?”

끄덕끄덕.

, 그러니까 저 책상으로 가서 지금부터 할머니랑 함께 그리자.”

그제야 웃음을 보이더니 책상으로 가서 색연필을 골라 뽑아 그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도와주세요.”

뭘 도와줄까?”

생각, , .”

우선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지부터 써야겠지.”

윗부분에 To 를 쓰는 아리에게 누구에게 줄건데?’ ‘엄마.’ ‘아리는 엄마만 생각하는구나. 할머니는 생각 안하고.’ 했더니 오우!’하며 난감한 표정이 된다. ‘그럴 땐 엄마와 할머니에게 라고 쓰면 되겠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양, 활짝 웃으며 손벽을 쳤다. 그렇게 하여서 +표시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 TO · HANA +CHUNHAK '

엄청 만족해 했다. 마치 새로운 과학규칙이라도 발견한 양.^*^

녀석!

아래에 날짜 적는 법까지 다시 반복.

‘ 23 · AUG · 2011 ’

‘ FROM · ARI ‘

 

 

 

 

 

다시 공원으로 나와 한 바탕 놀았다. 마침 맥스를 만나 함께.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리를 유도하여 나서는데 이번엔 공원 정문 입구 쪽 바닥에 그려진 미로라인에서 선을 따라 입구 찾기를 시도했다. 중심에 도달하고, 다시 입구로 나오는 것을 세 번 반복하느라고 보낸 시간이 아마 30분 가량 될 것이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자!”

정문 쪽에서 일직선으로 보이는 로저스 센터 건물의 동쪽 끝에 있는 조각상을 목표점으로 해서 걷기로 했다.

그런데 으! 또 다시 지뢰밭이다. 그 길, 킹스트리트 사거리에 챕터스(Chapters)가 있을 줄이야. 챕터스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리의 페이브릿 장소인데..., 할머닌 그 생각을 못했다. 아리가 어느 사이 저만큼 보이는 챕터스의 간판을 가리키면서 가자고 했다. 엄청 피곤한 할머니는 난감.

두 살 때부터 드나든 아리 최고의 페이브릿 플레이스 인 챕터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까!

 

 

 

 

 

 

 

 

너무나 피곤해서 그냥 가자고, 다음에 들르자고 몇 번 해보았지만 아리가 들을 리 없고, 할머니 역시 아리의 욕구를 거절할 용기가 없다. 때론 이게 병이지^*^

게다가, 피곤해하며 재깍 대답을 안 하자 할머니를 살피더니

할머니, Are you happy?”

“··· 아니.”

“Why?”

"할머니가 지금 엄청 피곤하고, 또 아리가 할머니 말을 안 듣고, ··· 또 아리가 엄마만 생각하고 할머닌 생각 안 하고···그래서 슬퍼."

미안해 할머니. 아리, 할머니 사랑해.”

프리텐딩?”

“No, I really love you ! ··· 으음 are you happy?”

a little bit! 아리는?”

아리도 a little bit!”

?”

할머니 a little bit! 이니까 아리도 a little bit!”

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할머니, Do you know? if 할머니 안 happy. 아리도 안 happy. 할머니 happy, and 아리도 happy. 할머니!”

멈춰 서서 할머니를 올려다보며 표정까지 섞으면서 제법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심각해진 아리가 걸으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오케이. 챕터스, 다음에 가. Are you happy?”

깜찍한 아리의 말에 이번엔 할머니가 할 말이 없어졌다. 잠시 침묵.

“··· , happy.”

아리의 얼굴이 환해진다.

할머니 안 해피, 아리 안 해피. 할머니 많이 해피, 아리도 많이 해피.”

할머니가 해피하지 않으면 아리도 안 해피하고 할머니가 해피해야 아리도 해피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 아리!

할머니는 아리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단다. 알았지?

 

저녁에도 한약을 함께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