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33-k의 마지막 해리포터 보기

천마리학 2012. 5. 9. 06:43

 

 

 

*2011년 8월 13일(토)-k의 마지막 해리포터 보기

833.

 

엄마아빠가 새벽 5시반경에 로렌스마켓에 가서 새벽시장을 봐왔다. 신선한 빵과 피자 등.

그런데 아침식사를 마치고 엄마는 설거지, 아빠는 집안청소, 할머니는 도리를 보느라고 모두들 바쁜데 k가 해리포터를 보겠다고 조른다. 엄마가 지금 모두들 바쁘니까 조금 기다려봐라. 이따 매형에게 여쭤보자 해도 막무가내다.

내일이면 돌아가니까 일기도 빠짐없이 쓰고, 짐 정리도 미리 해놓으라고 시키는데도 계속 해리포터 보기를 조른다. 해리포터는 한국에 가서 보려면 돈이 드니까 여기서 다 보고가야겠다고 한다.

결국 k 혼자서 해피포터 6부의 어제저녁에 보던 뒷부분부터 보았다. 오늘 저녁에 다 같이 보면 될 것을. 처음 있는 일이다. 엄마도 할머니도 모두 포기상태다.

 

 

 

스위스 기관사 모자와 가방.

 

 

 

해피포터를 다 보고나서 짐 정리를 했는데, 엄마가 일일이 싸주었다. 엄마는 k에게 카나다에 대한 커다란 책자. 할머니는 k의 부모에게 주라고 오메가 3- 6-9를 두 통 주었다. 선물을 받고도 무덤덤, 마침 할머니에게 배달 된 소포에만 관심이 발동, 상자를 풀기도 전에 달려들더니, 상자 안에서 할머니 친구가 한국에서 보내준 나무빗 3개가 나오자 그걸 좋다, 좋다 하면서 머리를 빗고 야단이다. 그저 자기의 목적에만 급급한 k에게 할머니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라 하고 시켰더니 그제야 엄마와 할머니에게 ‘감사합니다’ 했다.

<뮤란(Mulan)2>를 보았다.

‘떠나기 전에 한 개라고 더 봐야지’ 하는 k의 말대로 함께 보는 마지막 영화.

저녁 식사 후에 또 한바탕 소란을 겪어야했다.

할머니가 엊그제 클라런스 파크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었다. 엄마와 아리, 그리고 k, 공원에서 달리기 시합을 벌이는 장면들과 도리의 도리도리 하는 모습,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등, 모두 이번 주에 찍은 것들이었다.

할머니의 USB에 담아 옮긴 것들이다.

 

 

 

 

 

 

 

‘가족영화보자!’ 하는 말이 나오자마자 여전히 k는 k의 고정석에 잽싸게 자리 잡고 앉았다. 아리가 그 자리에 아빠와 함께 앉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자 k가 비켜줄 리가 없다. 오히려 아리를 툭 치면서 ‘저리 가!’

k가 온 후 처음부터 k 그 자리에 앉자 자리다툼이 시작됐었다. 그 자리가 평소에 할머니와 나란히 앉는 아리자리였다. 그 땐 별 생각 없이 처음 온 손님인 k를 생각해서 아리에게 양보시켰다. 약간 불만스러워했지만 따랐다. 그 후론 계속 k의 자리로 고정이 됐고, 서너 번 옥신각신이 벌어졌지만 결국 아리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론 왼편에 할머니가 앉고 가운데 아리가 끼어 앉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자리에 앉겠다는 것이다. 아빠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k의 승리!

불편해진 분위기를 바꾸며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도 아리가 달리다말고, ‘얼 웨이스 k, 원!(언제나 k가 이겨!)’ 하며 달리기를 멈추고 돌아서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이다. 그래도 할머니가 ‘아리가 나이가 어리니까 이긴 거나 마찬가지야. ··· ’하며 응원하고 달래었고, 다시 달리기를 계속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아리와 도리의 재롱으로 모두 웃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가!

내일아침엔 8시 반 경에 출발해야하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서 잠자리에 들게 했다. 여전히 아리는 할머니 얘기! 했고, k도 ‘마지막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며 요청했다. 가운데 누운 고모가 해리포터를 각색하기 시작했다.

“옛날 어떤 마을에 해리라는 아이가 살았는데, 일찍 엄마아빠가 돌아가시고 외삼촌 댁에서 살게 됐어요. 외삼촌 댁엔 해리와 동갑인 사촌이 있었는데 ···”

k가 해리포터의 진짜 줄거리를 큰소리로 앞서 이어가며 방해를 했다.

 

 

 

CN 타원의 지하매장에서

 

 

 

“여보세요, 방해하지 마세요. 외숙모는 자기 아들인 사촌에게만 잘 하고 해리를 구박했어요. 사촌은 자기 엄마가 해리를 구박할 때마다 미안하다고 해리에게 사과를 했어요. 해리야, 미안해. 우리 엄마가 너에게 잘못해서.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사과할게. 그러면 해리는 괜찮아 ···”

k의 이야기 방해가 계속됐다.

“*** 선생님이 죽음의 잔이라는 거 몰랐죠? 해리의 ··· ”

아리는 곧 잠이 들었고, 아는 것을 드러내는 k의 방해공작도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두 아이가 잠드는 것을 보고 살며시 할머니가 일어나 나오면서 보니까 k가 아직 깊은 잠은 들지 못했든 했다. 이불을 덮어주면서,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푹 자거라.’ 하고 다둑거려주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