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30--CN타워와 해리포터, 도리의 도리도리.

천마리학 2012. 5. 2. 15:23

 

 

 

 

*2011년 8월 11일(목)- CN타워와 해리포터, 도리의 도리도리.

830.

 

 

날씨가 개어서 k를 위해서 CN타워에 갔다.

k는 이곳에 온 목적을 물어보면 영어와 관광이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애써서 계획을 세우고, 애써서 이것저것 데리고 다니고 신경 쓴 것들이 아무 k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k에게는 너무 과분한 대우였고, 너무 잘해주었다. 잘 해주려고 했던 우리의 계획과 생각과 실행이 k에게는 별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한 살짜리 어린아이로, 턱없이 정신연령이 낮은 어린이로 생각하지 않고 너무 인격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우리집식구들의 성향이고, 오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계속 시간과 날씨를 봐가면서 조정하는 동안에도 내내 CN타워에 가보는 것을 노래처럼 졸라대었다.

그러다가 오늘 가게 되었다.

 

 

 

 

 

 

엄마는 도리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할머니와 아리가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관람이다. 입장료도 입장료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 정말 지겹다. 그런데 엄마가 밖으로 나가고, 줄을 서자마자 k가 목이 마르다고 했다. 어쩔 수 없다, 참아라 했지만 k가 순순이 들을 리가 없다. 줄의 중간 쯤 이르렀을 때까지 계속 졸라대었다. 그 무렵부터 아리가 배고프다고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거기에 음수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k는 음수대에 가서 물을 마셨지만 아리는 계속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었다.

 

 

k를 줄에 서 있게 하고 아리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도 보이지 않고, CN 타워 광장에는 먹을 만한 음식가게가 없다. 한국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한국 같으면 먹을거리 가게가 즐비할 것이다. 줄을 기다려 겨우 아이스크림 가게 한 개.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한 개씩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들어갔다. 줄이 조금 진전되어있었다. 그때부터 아리의 배고프다는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k는 수도꼭지에 들랑거리고 아리도 덩달아 들랑거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아리는 가만이 있지 않는다. 손잡이에 매달리고 바닥에 엎드리면서 아래층 관광상품 매장을 구경하고··· 지겨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할머니에겐 수시로 신경 쓰게 하는 일이었다.

 

옵져베이션.

 

 

 

 

 

 

탑에 올라가서 주변을 돌아보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바퀴 돌아 주변을 살펴보며 토론토 시내의 여기저기, 거리들, 우리 콘도 등 설명하며···

아래바닥까지 환히 드러나 보이는 유리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멀리 보는 2달러짜리 망원경을 보게도 했다. k는 또 슬러시를 사달라고 졸랐다. 슬러시가 뭐냐? 물었더니 얼음을 탄 사이다라고 했다. 이 긴 줄을 또 서야하고, 또 내려가는 줄도 이렇게 긴데, 물 마시면 되니까 내려가는 줄부터 서자고 달래었다. 사실 아리는 지금까지 탄산음료나 파는 음료를 먹이지 않고 우유와 물만 마셔왔다. 그런데 이번에 k 때문에 사먹는 음료를 알게 되었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하여 탑의 아래층에서 다시 줄을 서는데 아리가 바닥에 넘어졌다. 줄을 구별하는 칸막이 울타리를 잡고 매달리는 순간 고정된 걸로 알았던 그 스텐 막대기가 빙빙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걸 모르고 매달리는 순간 손을 놓쳐버리게 되어 바닥에 드러눕는 모양으로 떨어진 것이다. 순간 아리가 울음을 터트렸고 할머닌 속이 뒤집히도록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아리, 속상했다. 고소한 듯 바라보고만 있는 k.

겨우 울음을 달래고 주의를 시키며 당겨지는 줄에 끼어있는 동안에도 아리는 여전히 할머니 앞에서 팬스 막대기에 매달리기에 할머니가 그 막대기를 손을 꼭 잡아 고정시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 k가 또 끼어들어 아리를 방해한다. 아리를 밀쳐내며 자리를 차지하는 k를 할머니가 나무랐다. ‘넌 왜 아리 자리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거니?’ k가 불만스레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려오자 엄마가 광장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한 동안을 쉬며, 먹으며, 이야기하다가 1층의 관광상품 매장에 들려 선물을 샀다.

k의 아빠 티셔츠와 모자 셑트와 사무실용 커피잔, k의 볼펜 등. 볼펜은 학원마치던 날 레이몬드선생님이 아리에게 준 볼펜을 샘내서 산 것이다. 물건 사는 것은 엄마가 k를 도왔다.

덩달아 뭔가를 사달라는 아리에겐 따로 할머니가 CN 타워모형을 사줬더니, k가 보고 그것도 더 산다. k는 매사에 아리와 같이 하고 행동도 같은 수준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k가 요 며칠사이 흔들리던 송곳니가 빠졌다고 들고 나왔다. 뒤처리를 하고 겨우 재웠다. 두 개째다.

재우는 도중에도 아리의 칭얼거림이 많아졌음이 여실하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도리가 기분이 좋은지 갑자기 할머니가 도리도리도리··· 했더니 도리도리를 한다.

와아~

도리는 먹는 양이 제법 많다. 엄마젖을 먹고 난 후에도 식빵을 먹이면 1 TS이 넘는 만큼 한자리에서 먹고, 이유식도 먹는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할머니 몫의 살구 2개를 다 먹었다. 할머니가 이로 껍질을 벗겨 입에 대어주면 오물오물 잘도 빨

아 먹는다. 단단한 부분은 할머니가 적당이 씹어서 물컹하게 해주면 그 부분을 딱 떼어서 오물오물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