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식탁예절과 헤리포터

천마리학 2012. 4. 19. 19:43

 

 

 

*2011년 8월 7일(일)-식탁예절과 헤리포터

826.

 

 

오늘도 해리포터 시리즈 2를 봤다.

k 때문에

아빠와 함께 보게 되기까지 엄마가 건의 습관을 바꾸고, 아니 습관을 바꾸는 건 어불성설, 잠시 동안이지만 우리집 룰을 따르게 하고 실행하기까지, 엄청 노력했다.

해리포터를 보는 동안엔 잠잠하다.

k는 자기가 목적하는 것을 할 때만은 조용하다.

“엑스프리스!”

아리가 커다란 볼펜을 스틱으로 들고 해피포터의 흉내를 내며 외친다.

즉시 k의 반격이 시작된다.

“엑스프리스 포라늄!”

내가 더 잘 안다. 내가 더 윗급의 주문이다. 내가 너를 박살내겠다, 그것이 k의 태도다. 그런데 아리는 k의 그런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저 재미있는 놀이상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 이내 k와 상대가 되어 신이 난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꺾이고 만다.

 

 

 

 

 

 

k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주문들을 주절주절 바꿔가며 제압한다.

해리포터가 우리집에 끼친 영향은 아리가 주문을 외우며 외치는 것. 그런데 그것마저도 k와 대립이 된다. 대립이 되는 게 아니라 건의 묵살과 추월, 우격다짐에 항상 다툼이 되고, 그 결과 아리가 손해를 보는 것으로 결말이 나곤 한다. 참 속 상한다.

오죽하면 할머니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주문들을 메모했을까?

그런데 그것마저 k가 이용해버린다. 내참. 어찌 해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혼을 내 줄 수도 없고···

우리집 식탁의 어른 자리는 k가 지하고 있다. 고쳐주었지만 듣지 않았다. 이것도 더 하면 속상상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k 온 다음 날, 우리집에서 손님초대를 했었다. 강장노님부부와 신선생님부부와 제이.

그런데 그날도 아리와 좌석싸움을 벌렸었다.

엄마아빠가 식사준비를 하면서 식탁세팅을 하는데, 건이 식탁을 먼저 둘러보더니 제 마음에 드는 좋은 자리를 먼저 골라 앉더니 음식을 집어먹었다.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손님들이 오니까 손님좌석을 설명해주었었다. 그런데도 아이들 자리 중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자리를 먼저 골라 앉아있었다. 손님들이 오기도 전이다. 그 자리는 아빠가 서빙하기 좋은 위치여서 설명하며 바꾸라고 했는데 듣지 않다가 마지못해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 아리와 자리다툼도 벌린 것이다.

 

 

 

 

 

 

 

그 후로 k의 성향을 알게 돼서 우리 구끼리의 좌석에서도 주빈자리에 앉게 되었다. 엄마가 항상, 할머니 먼저! 를 선언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데도 k에게는 안 통했다. 자기먼저 먹고, 물 컵도 먼저 받아야하고··· 아리가 보다 못해, 서툰 한국말로 어 른 먼 저! 하고 말하자 아리에게 눈을 흘기며 노려봤다.

만약 할머니나 엄마가 그 자리에 없었거나, 호응하지 않았으면 아리가 또 당했을 것이다.

제 입에 맞는 음식은 무조건 접시를 디민다. 또 식탁의 반찬들도 거의 독차지라고 할 만큼, 골라먹고 빼먹는다. 다 먹고나서 더 달라고 하고 엄마가 더 줄까? 하면 사양하는 법도 없다.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 점이 좋기도 하지만 난감할 때가 더 많다. 도저히 예상 못한 일일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어려워 할머닌 더러 지적도 하지만, 그저 엄마아빠의 눈치만 볼 때도 있다. 아빠도 포기하고 그저 묵과해버린다.

언제나 최소한 두 번, 아니면 세 번 더 먹는다. 누나의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한다. 즤엄마 솜씨보다 누나의 요리솜씨가 좋다고도 한다.

식탁예절? 정말 제로다.

정말 k은 퇴행성 같다.

집 떠나온 탓일까? 어리니까. 순진해서? 우리가 너무 잘 해주니까? ··· 등등 온갖 이해의 이유를 만들어보지만, 그래도 아니다. 심하다.

여기가 지금 아리의 집이고, 아리의 엄마아빠이고, 고모가 아리의 할머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은 처음으로 캐나다에 와서 남의 집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대접받아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아무리 어리지만 왜 그럴까? 참 놀랍다. 학교 공부는 잘하는데···

언제나 올백이고, 장차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 k. 머리가 좋고, 나이에 비해서 넘칠 만큼 아는 것도 많은데, 왜 그렇게 남을 배려하거나 남을 좋게 보는 건 절벽일까?

 

 

 

 

 

 

 

아리를 기껏 무시해서 따돌려놓고도, 따돌림을 당한 아리가 자리를 옮겨 다른 것을 하면 곧장 아리에게로 관심 집중, 다시 다가와서 그걸 상관하고 흥미가 있다싶으면 독차지해버려 또다시 아리를 따돌린다. 그러니 늘 억울한 아리가 받는 스트레스를 말로 할 수가 없다. 어린 아리! 그런 것을 지켜봐야하는 엄마아빠, 할머니의 스트레스 또한 말해 무엇 할까! 여러 차례 말했건만 고쳐지지 않는 k. 이미 k의 마음속엔 자기가 최고라는 게 박혀있다. 아빠는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이고 엄마는 한숨이다. 할머니도 마찬가지, 거기에 엄마아빠에 대한 미안함까지 더 있다.

아는 것이 많아서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어른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리 빠지지 않을 만큼 상식이 풍부하다. 엄마나 누나가 하는 대화에 한 가지도 빠지지 않고 다 참견하고 아는 척을 한다. 실제로 많이 안다. 음식을 비롯하여 잡다한 상식, 심지어 육아에 관한 상식, 맛사지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잡학박사다. 물어보면 티브이에서 봤다고 한다. 그래서 k를 ‘천재’라고 불러준다.

도리는 여전히 솔직하다.^*^

잘 놀고, 잘 먹고, 편안하면 잼잼도 따라하고, 그러다가 싫증나면 보채고··· 여전히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아빠나 할머니, 아리든 같이 놀아달라고 한다.

 

 

 

 

 

 

 

k는 가끔 도리가 귀엽다고 한다. 다행이다. 가끔 도리를 안아보겠다고 해서 안아보게 하는데, 도리를 안고 잼잼도 하고 깍꿍도 하면서 어룬다. 어루다가 도리가 방실방실 웃으면 좋아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채 3분이 못 간다. 힘 든다고 한다. 팔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되받으면 곁에 와서 어루기를 하기도 한다.

아기가 자라지 않고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하고, 이 집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도리라고도 한다. 그 말엔 아리가 싫다는 뜻이 있음을 왜 할머니가 모르겠는가. 알지만 아무 말 없이, 혹은 그러니? 하면서 그냥 넘긴다.

할머니가 도리를 안고 놀면 때로 아리가 와서 자기도 하겠다고 하며 도리 손을 잡거나 안거나 한다. 어쩌다 아리가 신나게 도리와 놀면 k가 와서 도리를 뺏어서 다투게 된다. 그 점은 아리도 마찬가지다. 할머니가 도리와 놀 때도 자주 와서 합류하는 아리지만, 요사이 k가 할머니랑 함께 도리를 어루며 노는 것을 보면 아리가 다가와서 제가 하겠다고 한다. 이런 점은 어린 아이들에게 다 같이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리에 대해서도 k와 아리가 차이를 보인다.

아리는 간혹 오빠로서의 노릇을 이미 잘 하고 있다. 진심으로 도리를 보살핀다.

외출 중에도 가끔 할머니에게 도리가 보고 싶다고도 하고, 도리 잘 있을까? 하기도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거나, 아침에 할머니방으로 아침외출을 온 도리를 보면 자다가도 눈을 감고 도리를 더듬으며 볼을 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표현을 한다. 따로 놀다가도 잠시 와서 도리를 안고, 뽀뽀하고··· 도리와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엄마와 할머니가 도리가 우는 것을 그냥 두고 보거나, 상황이 도리가 힘들다 싶으면 재빨리 가서 도리를 안거나 달래거나, 엄마나 할머니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도리를 챙길 때가 있다. 핏줄이라는 걸 실감한다.

k는 도리가 울어도 그냥 무심하다. 아리가 다가가서 챙긴다. k는 누나가 할머니가 도리를 챙기고 놀면 끼어든다. 또 아리가 챙길 때 누나나 할머니가 있으면 챙기는 것처럼 보이며 끼어든다.

도리를 아래층에 두고, 물론 액서소서나 하이췌어에 앉혀놓거나 거실의 스폰지 바닥에 장난감과 함께 눕혀놓고, 엄마가 이층의 엄마아빠방으로 잠시 올라간 사이, 도리가 울면 아래층의 아리방에서 놀던 아리가 나와서 도리를 달래며 놀아주는 것을 이층에서 할머니가 다 듣는다. k는 감감무소식.

아리가 달래는데도 도리가 계속 보채고, 아리는 힘이 드는데도 달래느라고 애 쓰고, 할머니가 서둘러 컴을 끄거나 하던 일을 멈추고 내려가서 도리야! 하면서, 오빠 고마워! 하면서 달래면 아리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몸이 더운 채로 안심한다. 그제야 k가 나와서 할머니 손에서 노는 도리를 보며 왜 울어! 한다.

이런 점에서의 아리와 k의 차이는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