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23-k는 영어를 잘 못하잖아요. 배려하는 아리.

천마리학 2012. 4. 12. 16:52

 

 

 

*2011년 8월 2일(화)-k는 영어를 잘 못하잖아요. 배려하는 아리.

823.

 

 

k의 학습시간 동안, 휴게실로 가서 핑퐁과 cooper 게임을 하고, 그림그리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리와 k이 사이의 갭은 사라지지 않는다. k의 마음자리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이다.

10살 짜리와 4살 짜리의 대결이다. 자연히 내 손자인 아리를 일방적으로 나무라고, 양보시키고, 제지하게 된다.

그런 중에도 아리가 꽤 이해심을 보이는 걸 보면 아리를 나무라다가도 마음이 짜안하다. 몇 차례 일렀건만 효과가 없고 끝없이 반복이다. 오히려 반복됨에 따라 아리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식구들의 스트레스도 쌓이게 된다.

 

늘 아리는 같이 놀자고 졸라대고, 같이 놀기 시작했는데 단 5분을 못 간다. k는 가끔 ‘놀아준다’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놀이에 들어가면 이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고, 자기 수준대로 장난감을 독차지해버리고 아리를 따돌린다. 아리는 기대하고 기대하다가 끝내 손도 못쓰게 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소외되고, 그 소외감으로 자꾸만 간섭하다가 결국은 다투게 된다.

 

오늘도 블록을 가지고 노는데, 잠시 조용한 듯 한 기미가 보이더니 이내 아리가 뭔가를 애타게 요구하는 소리가 들리고, k가 작은 소리로 응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표 안 나게 살펴보니 건축물을 만드는 중이었다.

 

 

 

 

CN 타워 위에서, 할머니, 난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이다.

집을 만들거나 터널을 만드는데 k가 독차지하고 만들면서 아리더러 기다리라고 하니까 아리는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며 보다가 이것 저것 상관을 하며 제안을 한다. k가 들어주지 않는다.

아리가 못 참고 좀 더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k가 회유하다가 끝내 아리가 자기가 블록을 가지고 따로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만들기를 시도한다. 물론 k가 이미 어느 정도 만들고 난 후의 나머지를 가지고.

그런 중에 아리가 나머지 레고들을 가지고 근근히 작은 건물을 만들어가다가 지붕 꼭대기에 달 생각으로 그린 플라워를 골라놓았는데 그걸 k가 가져가 버린다. 아리가 그걸 돌려달라고 하자 k가 말없이 아리의 팔을 쳐버리자 아리가 소리를 내며 소리치고 k는 묵묵부답.

“아리꺼! 아이 니드 초록 플라워!”

할머니가 나섰다.

“왜 그러니?”

그러자 아리가 초록 플라워를 k가 가져갔다고 하소연을 하고 k는 꼼짝도 않고 집짓기를 계속할 뿐이다.

 

 

 

 

저 아래에 우리 집이 보인다. 온타리오 호수도 보이고```

 

 

 

아리가 울음을 터트린다. k는 여전히 반응이 없이 자기일만 계속한다.

k, 그럼 안 되지. 네가 좀 양보하면 되지 않니?”

“아, 내가 놀아주는데···”

k. 니가 지금 놀아준다구? 너 놀고 있는 거지.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게 놀아주는 거니?”

“아, 아리가 자꾸만 이랬다 저랬다 해요.”

“뭘 아리가 이랬다저랬다 했니? 그게 아니잖아. 니가 블록을 독차지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아리에겐 주지 않고 손도 대지 못하게 하니 나머지로 겨우 시작했잖아. 니가 필요하면 목소리 낮춰가며 아리에게 이렇게 저렇게 따돌려놓고 너 좋을 대로 하면서. 아리가 겨우 골라놓은 초록플라워마저 뺏어갔잖아. 고모가 모르는 줄 알어?”

k가 초록플라워를 던져 내놓았다.

“아리야. 울 거 없다. k 형이 너랑 놀기 싶어하는 거 알어. 하지만 니가 양보하고 참으랬잖아. k형 그러는 걸 알면서 왜 놀자고 하는 거야?”

애꿎은 아리만 또 당하는 셈이다.

 

 

 

시시때때로 속 상하지만 그래도 잘 참아주는 아리!

 

 

 

할머니도 말하는 순간에도 이래도 될까 갈등이 왔다. k가 자리를 박차고 거실로 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리야. k형이 너보다 강하잖아?”

아리가 끄덕끄덕.

k가 너하고 놀기 싫어하는 것도 알지?”

아리가 끄덕끄덕.

“아리가 양보하라고 했어? 안했어?”

“했어. but, k 나빠!”

“그래, k 나쁘구나.”

할머니가 모처럼 동조했더니 아리가 하는 말.

“But, 할머니, k, 던 언더스탠드 잉글리쉬 웰.”

하고 k의 입장변명해주는 것이다. 놀라웠다. 아리가 늘 지나치게 익사이팅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긴 해도 언제나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앙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그러면서 오히려 k를 영어를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는 천사다.

그때 k가 가까이 왔는데, 그 순간 아리가

k. 미안해!”하는 것이다. 역시 아리는 천사다.

 

 

 

 

안스러운 아리를 달래주느라고```  할머니가 아리를 설득시키고, 아리가 듣고 있다.

 

 

 

그런데 k가 요즘은 어른들을 신경 쓰느라고 수를 쓴다. 아리와 놀아주는 것처럼 하면서 “아리야 놀자!”하고 큰소리로 말하고 놀이방으로 들어가서는 막상 놀기 시작하면 여전히 본래의 습성이 발동한다. 아리에겐 손을 못 대게 하고, 아리가 불평하거나 끼어들면 소곤소곤 그럴 듯한 말로 아리를 설득하며 따돌린다. k로서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욕구를 실천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마음자리가 아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라는 환경, 가지고 있는 품성,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된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이 아이들도 독단으로 기르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머리도 좋고, 신체도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하고··· 떼어놓고 생각하면 나무랄 데가 없다. 어울리거나, 새로운 환경에 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타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말하기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니 부모는 눈 먼 장님이다.이런 말을 어떻게 k 아빠에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할 수 없고, 해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들을 수 있을까?

 

 

 

 

한발 물러서주는 아리! 자리를 비켜준다. 그래도 구김이 없는 아리~ 

 

 

남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애써 해놓고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비용도 들대로 들여 해놓고도 그 부모와는 결국 원수사기 때문에 절대로 고국의 친구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던 신선생의 말이 새록새록하다.

신선생은 교회에서 그런 예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고 했었다. 참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심에 엄마가 맛있는 장터국수를 끓여냈다. 국수 위에 얹힌 계란 지단을 도리에게 먹였더니 도리가 잘도 받아먹는다. 8가닥? 얹혀있는 웃기를 거의 다 먹었다.

정말 도리의 먹성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