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35-아리의 아침식탁준비. 아리는 반칙왕! 엄마는 극성!

천마리학 2012. 5. 12. 04:33

 

 

 

*2011년 8월 15일(월)-아리의 아침식탁준비. 아리는 반칙왕! 엄마는 극성!

 835.

 

 

 

할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그보다 이른 시간에 도리의 소리를 잠결에 들었었다. 그러더니 다시 잠이 들었는지 조용했다.

쾌청은 아니어도 맑은 날씨.

새벽 5시 예보: 26도~19도. Cloudy. 오늘의 일기예보다.

이른 아침에 컴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평소처럼 침대위에서 잠이 깬 아리가 ‘안녕히 주무세세요.’한다. 아직도 한국말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아리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피피도 하고 엄마아빠방에도 가봐야지. 도리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해야 해, 이르면서 내보냈더니, 화장실에 다녀서 엄마아빠방으로 가더니 이내 돌아와서.

“할머니, 도리 앤 엄마 안 자. 놀아.”

오, 그래 하는데 아리가 다시 나가더니 조용하다.

 

 

 

 

 

 

 

아래층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들으면서 엄마가 그러나보다 하고 예사롭게 생각했는데 잠시 후 아리가 할머니! 할머니!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고 다급하다.

“왜 그래?”

“Come! Come down, I will show you something!”

그러더니 통통통 제발로 올라와서 ‘엑스! 엑스!’하면서 달려든다. 할머니가 작업중인 컴의 화면에 나타나는 ×표 누르는 것을 자기가 하겠고 달려든다. 말하자면 할머니더러 컴작업을 끝내라는 강요다. 컴을 껐다.

“Cloes your eyes!”

아리의 명령에 따라 눈을 감고 아리의 손에 이끌려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Open your eyes! ”

이게 웬일?

아리가 가리키는 식탁 위에 씨리즈 그릇들과 우유통과 씨리얼 통, 요구르트 스푼과 요구르트 통이 놓여있다.

“I prepare for brackfast! All by my self!”

아리는 아침식사준비를 자기 혼자서 했다고 으쓱하며 하하하.

오, 기특한 우리 아리! 새로운 변화구나^*^

 

 

 

 

 

 

 

아침 7시 반, 밤중에 올라와 자고 있던 아리가 막 잠을 깨어서 할머니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k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19시간 걸렸다고. 무사히 도착했다고. 잠시 k에게 수화기를 바꿔줘서 짧은 통화를 했다.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내려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멀미로 30분 정도 고생을 했다고 했다. 그래 고생했구나. 이제 집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엄마젖도 많이 먹고 잘 지내거라. 하고 끊었다.

k 아빠가 감사의 말을 하겠다면서 엄마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따로 보내와서 보냈다.

k가 없으니까 집안이 엄청 조용해졌고, 아리가 원래대로 기발하고 자유롭기 시작한다. 일도 때때로 과잉일 때가 있긴 하지만, 할머니에겐 아리를 돌보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아리가 혼자 놀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하면서···

현관 쪽에서 잠시 핑퐁놀이를 하기도 했다. 테이블 테니스의 기초? 아리에게 운동신경을 깨워주기 위해서다. 핑퐁이 튀어 올라오면 핑퐁라켓 치는 일이 할머니에겐 쉽지만 아리에겐 어렵다.^*^

 

 

 

 

 

 

엄마와 셋이서 식탁에서 바타이 놀이도 했다. 아리는 반칙왕!

미리 K(King) Q(Queen) J(Jack) A(Aids) 를 골라 쥐고 나머지를 엄마와 할머니에게 배분한다. 이래서 k가 몹시 싫어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아리에 비해서 카드의 고수인 건이 처음에 수를 써서 계속 이기기만 하니까 나중에 생긴 버릇이다. 또 k가 처음에 원 카드(One Card) 게임을 알려주면서 에이스가 좋다고 하면서 활용하는 것을 본 후로 아리는 에이스를 엄청 좋아한다. 게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에이스카드만 손에 쥐게 되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손에 가면 어떻게든 차지하려고 한다. 오, 아리!

k가 오기 전에도 이미 카드놀이를 했지만 k가 온 후로 더 왕성해졌고, k  때문에 반칙을 하기 시작한 것과 에이스카드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 생각엔 네 살 짜리 아리가 카드의 숫자나 게임을 파악하는 것을 신통하게 여겨진다.

 

 

 

 

 

 

 

오후 2시경, 테리팍스 공원으로 갔다. 운동 겸 햇볕 쪼이기.

엄마는 도리를 스트롤러에 태우고, 할머니는 아리에게 헬멧, 무릎과 팔굼치 보호대를 착용시키고 스쿠터.

‘레드보트’에 갔을 때 할머니가 기분이 좀 상했다.

아리가 스쿠터를 내려놓고 보트의 전에 올라가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곁에 가서 응원하며 보살폈다. 아리가 전에 올라서서 조심조심 일어서기에 할머니가 내려오지 말고 그 자리에서 걷기를 하라고 시켰다. 균형감각과 대담함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런 정도는 이미 아리가 더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모험이고 시도다.

그런데 엄마가 계속 옆에 서서 아리야! 조심! 아리야! 아리야!··· 소리치기 시작했다.

심하다.

늘 그렇다.

곁에서 할머니가 보살피는 것을 보고 있다.

평소에도 외출 시에 가끔 너무 심하게 해서 할머니 기분이 종종 상할 때가 많다.

 

 

 

 

 

 

 

 

오늘도 마찬가지. 너비가 20cm 정도, 높이는 할머니의 허리높이 되는 보트의 전 위에 서게 하고 할머니가 손을 잡고 균형을 잡게 하면서 걷기 연습을 시켰다. 그렇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아리에게 두 발을 폭 위에 나란히 딛는 것을 걸어가는 것처럼 앞으로 딛도록 연습을 시키고 있는데 엄마는 계속 아리야 조심! 내려와!를 외친다. 정말 듣기 싫다. 그만한 폭이면 위험하지도 않고 또 그 높이에서 설령 떨어진다 해도 크게 다칠 일 없다. 더구나 할머니가 지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그런다.

그렇게 걸어서 뱃머리의 넓은 부분에 도달, 그 끝으로 나앉아 엎드려서 차들이 달리는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도 할머니와 단 둘이 와서 그랬었다. 다만 오늘은 전 위를 걸었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의 성화는 여전하다. 기어이 아리야! 를 외쳐대며 그러려면 이쪽으로 와, 하면서 배의 뒷머리부분을 가리키더니 끝내 아리에게 와서 아리를 내리게 했다.

 

 

 

 

 

 

할머니가 말없이 뒤켠으로 물러나 풀밭으로 갔다. 혼자서 중간에 있는 흙길로 내려가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엄마는 가끔 그렇게 참 유난을 떤다. 할머니의 존재를 개의치 않는다. 종종 그럴 때마다 기분이 상하지만 내색할 수도 없다. 그저 묵묵히. 엄마와 할머니의 차이를. 있으나마나한 할머니의 존재를 감수할 수밖에.

아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기 싫었다. 아리가 할머니!를 여러 번 외치는 소리를 듣고 할 수없이 돌아봤다. 100m 이상 멀어져 있었다.

애가 타는 아리가 스트롤러를 타고 쫒아왔다. 엄마랑 있지 왜 그래? 이유를 모르고 할머니의 기분도 모르는 아리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아이 원트 고우 위즈 할머니.”

그래도 여전히 할머니의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흙길을 아리랑 함께 돌며 잠간잠간 스트롤러를 멈추게 하고, 하얗게 깃털을 달고 있는 민들레 꽃씨를 꺾어 입으로 후~ 불어가면서 걸었다.

“이게 뭐지?”

“민들레.”

늘 할머니랑 함께 다니면서 이야기를 많이 듣는 아리가 하얀 민들레 꽃씨도 기억하고 있었다.

 

 

 

 

 

공원길을 한 바퀴 돌고 잔디구장에서 아리와 할머니는 술래잡기를 하는데, 할머니가 늘 아리를 잡지 못하고 헐떡인다. 슬리퍼도 벗었더니 발바닥이 따끈따끈, 어느 부분에선 더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마 인조 잔디 밑에 깐 까만 알갱이 탓인지도 몰랐다. 잔디가 표 나지 않을 만큼 얇은 부분이었다. 나중엔 목에 맨 작은 손가방도 내려놓고 달렸더니 아리를 잡을 수 있긴 했지만 잠깐 동안이고 이내 지쳐버렸다. 오, 아리야. 할머니가 몇 살인지 아니? ^*^ 좀 봐주라^*^

분수대로 가서 직 잭으로 걷기를 하고, 물속에 돌멩이를 던지기 놀이를 했는데, 돌의 숫자를 세게 하면서 놀았다. 놀다가 돌에 A 자모양의 무늬가 놓인 것과 둥근 테가 있고 아래 부분이 두툼하게 초승달 무늬가 연상되는 돌멩이를 발견, 그 두 개를 씻어서 아리에게 설명해주며 가져왔다.

햇볕은 쨍쨍, 땀이 났다.

MBC(몬트리올 은행) 앞의 피크닠 테이블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여기가 어디지?’ ‘몰라’ ‘왜 몰라? 헤이 미스터 몰라, 여기가 은행이야’ 간판을 올려다보면서 MBC가 몬트리올 은행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인식되게 하려고 여러 번 반복했다.

아리에게 귓속말로 ‘우리 수영장에 갈까?’ ‘오케이’

 

 

 

 

돌아오자마자 복숭아 한 개씩을 간식으로 내놓았는데 할머니는 배추와 생된장으로 쌈을 먹었다. 그제야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지친것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잠시 쉬는 동안에도 아리는 수영장에 가자고 할머니를 졸라댄다.

오후 4시 15분, 아리와 함께 수영장에 갔다.

월요일 오후인데다 기온이 약간 내려간 탓인지 아무도 없었다.

오랜 만에 할머니와 둘이서 수영장을 독차지한 셈, 아리가 신이 났다. k가  있을 땐 건으로부터 수없이 방해를 받았었다. 장난 좋아하는 아리가 장난을 거는 것도 튕기고, 하지마! 소리쳤고, 어쩌다 스치면 비명을 지르며 화를 내고, 아리가 수영을 하면 일부러 아리 옆으로 지나가면서 물결을 일렁이기도 하고, 아리가 장난 중에 붙잡으면 비명, 엄살과 불평, 기어이 때린다거나 할킨다거나 하는 등, 작은 동작 하나에도 꼭 복수가 뒤따랐다. 그러다가도 자기가 놀고 싶을 땐 아리! 아리! 하고 유도해서 잠시 노는데, 언제나 제 자랑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이빙을 하는 것과 체력이나 수영솜씨를 보이곤 했다.

그런 방해 없이 수영을 하니까 오히려 아리가 조용했다. 풀장도, 할머니도 독차지할 수 있어서다. 잠시 쉬면서 물속에 서서 토론토 아일랜드 쪽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용, 오리, 말, ··· 등을 찾아내고 있을 때 엄마가 도리를 앞띠로 메달고 왔다. 아리는 엄마에게 수영하는 모습(개해엄과 배영을 할 줄 안다.)과 물속에서 볼을 안고 빙글빙글 몸을 굴리는 재주를 보여줬고 엄마는 마냥 좋아했다.

한 시간 15분 동안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할머니는 머리카락이 젖은 상태에서 또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귀밑 1cm 정도. 두 달 전쯤에 단발모양으로 자를 머리칼이 또 길어져서 거치장스럽기도 하지만 보기 싫어서다. 여름이라고 수영장에 다닌 탓인지 얼굴이 그스른데다 검은 점들도 많이 생기고··· 요즘 들어 할머니는 주름도 늘고 표정도 지쳐있고, 폭삭 늙어버린 것이 느껴지는 할머니 자신의 얼굴이 보기 싫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건이 와 있는 3주 동안에 많이 늙으신 거 같아요.’하고 말한다. 그것도 사실이지만 나이 들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마다 늙음을 실감하면서 씁쓸해진다. 아직 하고 싶은 일, 이뤄내고 싶은 일도 많은데···

이삼일 전부터 왼쪽 팔이 묵지근하게 아프다.

 

저녁식사는 비빔밥.

아리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아빠가 퇴근하기 직전에 먼저 먹도록 했는데, 매우 잘 먹었다. 오이와 무생채, 달걀 프라이 두 개와 김 조각, 양념간장과 참기름으로 비벼주었더니 아주 잘 먹었다. 아리의 식성을 역시 한국식(?), 할머니와 비슷하다. 식사 때마다 먹는 것 때문에 늘 옥신각신 해야 하는 엄마와 할머니는 아리가 잘 먹으니까 행복했다.^*^

저녁식사 후에 건이 떠나기 전날, 기어이 혼자 보았던 <헤리포터> 6부의 마지막 부분을 30분 동안 보고 잠이 들었는데, 아리가 피곤한지 덜 보채고 아빠와 함께 들어가더니 쉽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