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34-피피, k 떠난 후 Lake Shore 

천마리학 2012. 5. 11. 00:11

 

 

 

*2011년 8월 14일(일)-피피, k 떠난 후 Lake Shore

834.

 

 

잠결에 방안이 환해지는 불빛과 함께 아리의 칭얼대는 소리에 할머니가 잠을 깨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불이 켜졌고, 아리가 우는 목소리였다. 평소 같으면 할머니이~ 하면서 침대로 올라올 텐데 오늘은 그러질 않고,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얼핏 벽시계를 보니 3시.

“왜 그래? 어서 와!”

할머니가 이불을 들치고 팔을 뻗었다.

“할머니, 젖었어. ··· ”

“피피를 했구나?”

“이거도.”

아리가 끄덕이면서 런닝셔츠와 팬티를 가리켰다. k가 온 후로 처음 일이다. 아니 그 이전으로도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스트레스구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안타깝고 짜안하다.

“괜찮아, 어서 올라와. 불 끄고···”

“아래층, 이불, 젖었어, 아래층, 아래층 ···”

손가락으로 아래층을 가리키면서 선 채로 강조했다.

 

 

 

k 의 트렁크를 끌어주겠다고 나서는 아리가 정말 기특하다!

 

 

 

 

“괜찮아, 어서 와.”

할머니가 일어나 다가가서 런닝셔츠와 팬티를 벗겼다. 흥건한 상태를 보니 금방 싼 모양이었다. 아리가 침대위로 올라가고 할머니는 벗긴 옷을 화장실로 가져갔다. 큰 타월을 가지고 와서 보니 아리가 할머니 벼게를 배고 곡옥(曲玉) 모양의 달팽이처럼 몸을 움츠리고 누워있었다. 타월로 몸을 감싸준 후, 담요를 덮어주고 곁에 누워 안았더니 할머니 품으로 포옥 싸이며 안겨들었다. 아주 편안한 듯, 작은 숨을 내쉬며 잠에 들었다.

바로 이 순간이 지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최고의 안식.

이 작은 몸둥이가 품에 안긴 느낌을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아리야, 고맙다.

 

벨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5시.

아리가 피피 뒷정리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 후 정말 눈 깜빡할 사이 같은데 벌써 두 시간이 지나다니. 그래도 비교적 가볍게 일어날 수 있었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아리가 피피한 이부자리를 자고 있는 k 옆에서 걷어내었고, 아리가 피피한 사실을 k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마에게 당부했다.

7시 5분전, k에게 비행기멀미에 대비해서 ‘키미테’를 붙이도록 했다.

8시 반에 출발, 출발 조금 전에 건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참 자상한 아빠다.

공항 주차장에서 파킹을 하고 로비에 들어가려는데 아리가

“ I want helf k!(내가 k를 도와줄 거야)”

하더니 k의 트렁크를 끌어주겠다고 하더니 k로부터 트렁크를 뺏듯이 건네받더니 아리에겐 힘겨운 트렁크 손잡이를 끌고 걸었다.

 

k에게 끝없이 구박을 받고, 때로는 밉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k를 생각하는 아리. 아직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심성 자체가 그런 것을 알 수 있다. k와 매우 다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아이들과 구별되는 차이점이라고 본다.

 

 

 

 

 

 

 

아리에게 트렁크를 준 k는 그럼 난 스트롤러! 하면서 엄마로부터 스트롤러를 인계받아 밀었다. k, ‘아리’는 싫어하면서 ‘도리’는 좋아한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k가 저만큼 앞서 가고, 할머니는 트렁크가 무거워 뒤처지는 아리를 따라 걸었다.

“아리, 참 착하구나!”

“할머니, 아리 착하?”(착해요?)

“으응.”

“k도 착하.(착해요.)”

10미터 쯤 앞서서 엄마아빠와 함께 가고 있는 k를 가리켰다.

“할머니, 아리, k, 모두 착하”

“그렇구나 정말. 하지만 우리 아리가 더 착해.”

아리가 흡족한 듯 웃었다. 바로 저 웃음이 천사웃음이다.

 

 

 

 

오빠! 비행기가 언제 뜨지?

 

 

 

 

9시, 엄마가 수속을 마치고, 로비에서 기다렸다. 아리는 로비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검색기계를 만지기도 하고, 도리를 안고 있는 할머니와 놀기도 하고 또 아빠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딩굴고 달리고···. 아리에겐 로비 바닥이 안방과 다를 바 없다.^*^

9시 30분, 대한항공의 여직원이 와서 인도(引導)할 아이들을 10시 40분에 인도하러 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오늘 인도할 어린이가 7명이라고 했는데 여직원이 돌아간 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노란 인도표식을 목에 건 아리들이 보호자들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도는 혼자 비행기를 타는 미성년자들을 별도로 이끌어주는 항공사의 서비스이다.

공항 로비에서 아리가 아빠와 장난을 치기도 했고, 할머니와 장난을 치기도 했다. 지켜보던 k 역시 할머니 등에 매달리며 장난치기를 청했다. 마지못해 응수를 해주긴 했지만 사실 힘겹고 주변사람들의 눈치도 보였다.

 

 

 

 

 

 

 

할머니와 함께 놀기를, 할머니가 k 자신과 놀아주기를 바란다는 걸 알지만, 일부러 배제하기도 하고 또 할머니 자신이 힘들어서 피하기도 한다. 과체중인 10 세짜리 사내아이가 뒤에서 매달리고, 목을 조이고, 올라타면서 레스링!(k의 놀이방식) 하고 외치는 k 엉겨 딩굴어야 하는 놀이는 힘으로나 몸동작으로 대적하기 어렵다. k의 놀이방식은 공항 로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또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않는 k, 부담스럽지만 견딜 수밖에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은 아리도 마찬가지다.

10시 50분, 공항여직원이 다시 나타나 k 인도표를 목에 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잘 가거라.”

바이바이를 하고 헤어졌다.

공항에서 헤어지면서 아리가 눈물을 보이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다.

 

 

 

 

 

 

공항에서 나오는데 세일하는 공항내의 가게가 있어 엄마가 티셔츠 몇 개를 고르는데 아리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엄마도 마찬가지.

할머니가 한턱 쏠 테니 어디 맛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모처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을 축하(?), 건이 있는 동안 애써준 엄마아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토이저러스(Toysrus)를 둘러볼 일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웨스트 마린’에서 약간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아리도 잘 먹고, 엄마아빠도 잘 먹고, 모두모두 모처럼 홀가분한 분위기에서 잘 먹었다.

토이저러스(Toysrus)에 들려 돌아오는 길에 레이크 쇼어를 지나는데 호숫가 잔디밭에 기즈(거위들) 떼들이 보였다. 할머니가 들르자고 했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집에서 걷기엔 약간 부담스런 거리여서 못 가 봤었다.

 

 

 

 

 

 

날씨도 적당히 좋고, 들꽃도 피어있고, 온타리오 호수 물도 출렁이고··· 자연풍광이 더 비치스보다 더 좋았다.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모처럼 부담 없이 뛰노는 아리. 아리는 마냥 즐거워서 아빠와 숨바꼭질도 하고, 할머니와 술래잡기도 하고, 거위들을 쫒아 다니기도 하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할머니는 동영상에 담았다.

도리 역시 엄마 손을 잡고 풀밭에 서서 풀의 감촉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 함박웃음을 끝없이 날렸다.

이런 가족들의 풍경이 너무나 고맙고 좋다!

잠자리를 펴기 위해서 아빠랑 함께 방을 치우면서 기차놀이한 것을 정리하는데, 아 리는 아빠에게 건이 만든 터널모양을 부시지 말라고, 건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우리 아리!^*^

저녁엔 아리의 주도로 가족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레이크 쇼어에서 할머니가 담아온 두 개의 동영상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이런 가족들의 시간 역시 너무나 고맙고 좋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