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14-손님 초대

천마리학 2012. 3. 25. 00:44

 

 

 

 

 814

 *2011년 7월 23일(일)-손님 초대

 

 

오늘도 역시 아리와 건이의 트작타작은 계속된다.

건이의 아리에 대한 민감반응, 완전 무시하는 것이다.

어쩌다 아리가 건이의 팔을 잡거나 등을 만지면, 혹은 가볍게 툭 치면 건이는 몇 곱으로 강하게 되받아치거나 때린다. 보기 민망할 정도. 어떤 땐 아리가 곁에 다가온다 싶으면 미리 때린 자세부터 취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째리며 살핀다.

얼결에 당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리, 그저 뻥, 찔 뿐. 아리가 불상하게 여겨진다.

건이가 그렇게 단 한 번도 양보하거나 무심히 넘기는 법 없이 아리를 때리는데 그 힘이 아리에겐 폭력에 가까울 만큼 커서 아리가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전혀 의도가 없는 아리는 으아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한 반격에 아파하기도 하고, 힘에 밀려 넘어져서 운다. 언제나 힘의 약한 아리가 손해를 본다. 지켜보면서도 어떻게 조정하기 어렵다.

 

 

 

 

 

 

 

 

 

 

아리에겐 전혀 먹히지 않는 건이의 우격다짐식 행동. 아리는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왜 저럴까? 의문만 쌓이는 형태다. 그러면서 때로는 억울해 한다. 힘으로 지면서 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리의 반항도 만만찮다.

두 아이의 중립과 두 아이의 개성과 두 아이의 이해를 일치시키기엔 상당히 신경을 써야하고 조심스럽다.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이미 생겼다. 아리는 우리 자식이고, 건이는 친구의 자식이어서다. 물론 믿고 맡았고, 맡겼고, 피차 이해하리라 생각은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참으면서 노력할 뿐, 얼마나 참아내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후 6시, 손님초대가 있는 날. 강장노님 내외분과 신선우선생님 내외분, 제이형. 1년에 한번 정도 서로 초대하여 식사하며 그간에 쌓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모두 다 온화하신 분들이다.

 

 

 

 

 

 

 

오늘의 메뉴는 차이니즈 퐁듀. 이미 준비가 되어있지만 건이를 구경시켜 주기도 할 겸 보조쇼핑을 하러 11시경에 토론토의 전통시장인 세인트 로렌스 마켓으로 갔다. 할머니만 집에 남고. 그 동안 할머니 역시 자투리 시간마저 내기 어려워서 메일정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서 피자로 점심을 먹고 3시경 돌아왔다. 건이가 희희낙락이다.

신선생님은 그 동안 아리와 도리를 위하여 모아둔 어린이 책을 가져오셨다. 커다란 박스로 2박스. 100 여권정도?. 주차장에서 카트로 운반해 와야 할 정도였다. 땡큐! 신선생님!

강장노님 내외분 역시 예쁜 카드를 준비해오셨다.

제이형은 할머니가 못 본 2주의 한국일보를 가지고 왔다. 모두모두 땡큐!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아리’와 ‘도리’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특히 도리의 미모와 웃음의 위력이 대단했다. 모두들 감탄했다.

도리가 자러 올라간다고 엄마에게 안겨서 이층으로 올라갈 때 방실방실 크게 웃는 모습에 모두들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시 후에 다시 내려오기를 세 번이나 반복, 밤 9시가 넘어 손님들이 돌아갈 시간까지 자지 않았다. 도리도 손님들이 오신 걸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혼자 있기 싫은 모양이다.^*^

오늘 식탁을 준비하는 자리에서도 건이가 먼저 식탁주변을 살펴보면서 자기자리를 스스로 정하고, 여긴 내 자리! 하면서 앉더니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만지고, 미리 챙겨진 채소접시에서 당근을 집어먹는다.

그 자리는 아빠가 써빙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옆자리에 앉으라고 아빠가 말해도 건이가 ‘여긴 내 자리!’를 세 번이나 반복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말로 말했다.

“건, 일어나라. 손님들이 오기 전에 미리 앉아서 음식 손 대면 안 되지. 이따가 손님들이 오고 누나가 자리 정해주면 앉거라. 그게 예의란다.”

건이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자린 아빠가 서빙하는 자리이니까 ···” 하고 보충까지 했다.

 

 

 

 

아리는 자리 천신을 못한다. 건이가 사이사이 막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어른으로서 끼어들 수 없다. 모른 척 할 수밖에. 아리가 여전히 식탁을 준비하는 아빠엄마사이를 오가며 묻기도 하고 대답도 하면서 식탁주변을 맴돌기만 하다가 뒤늦게 아빠가 여기는 아리자리다, 하니까 그제야 오호, 좋아하면서 할머니, 여기 아리 자리! 하고 말했다. 생각보다 아리의 태도가 순하다. 떼도 쓰지 않고 맞서지도 않으며 주변의 상황파악을 오히려 더 많이 한다.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