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13-도리새의 아빠? 밥알먹이기, 송교수방문과 수영장

천마리학 2012. 3. 19. 01:10

 

 

 

*2011년 7월 23일(토)-도리새의 아빠? 밥알먹이기, 송교수방문과 수영장. 813

 

 

 

도리새가 요사이 발음의 형태를 취하며 지저귄다. 아바바바··· 또는 오바바바바···

혹은 어음마, 아으마····

큰소리로 옹알이를 하면서 어쩌다 입이 모아지면서 발음이 형성되는데, 곧 말을 시작하려는 징후 같다. 그 소리에 아빠는 ‘아빠’라고 했다고 좋아한다.

엄마는 ‘엄마’라고 했다고 하고, 할머니는 ‘아머’ 즉 ‘할머니’라고 했다고 한다. ‘아리’가 처음 말 시작했을 때 했던 쟁탈전의 초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도 서로서로 ‘아빠’ ‘엄마’ ‘할머니’를 먼저 했다고 우기곤 했었다.

기분이 좋으면 빠빠빠빠빠··· 엄청 야무지고 큰 소리고 질러대고, 침이 턱만이 아니라 턱받이나 옷이 온통 젖을 만큼 흐른다. 주먹을 입에 넣기도 하고 장난감들을 입에 넣고 빨기도 하는데 큰 장난감이 뜻대로 입에 안 들어간다고 아바바바, 아아악! 소리를 질어댄다. 도리는 여전히 왕성하다.

밥알을 먹였더니 잘 받아먹는다. 맛이 있으면 스푼을 가까이 대기도 전에 입을 납죽납죽 벌리고, 넣어주면 오물오물 곧잘 먹는다. 엄마가 준비한 이유식을 먹이고 난 후에도 할머니가 식빵을 뜯어 먹였더니 한 테이블스푼 정도만큼을 금방 먹더니 시들해진다. 배가 부르면 음식을 입 가까이 대도 입을 벌리지 않고 딴전을 피운다.

 

 

 

 

 

 

오늘은 송교수댁에 아기, 카라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방문 약속시간 12시.

가는 길에도 계속 ‘아리’가 건이와 말을 섞지만 건이가 아리의 말을 묵살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다섯 살 아래의 어린아이 취급과 꾀가 든 조금 큰 아이 사이의 갈등이다.

할머니의 시집 <2H+O₂=2H₂O>와 <초록비타민의 서러움, 혹은>을 주었더니 송교수가 <초록비타민의 서러움, 혹은>을 많은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엄마를 바라봤다. 할머니도 찬성!을 보내었으나 엄마는 시간이 없어서··· 번역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점심식탁에서도 건이가 먼저 자기가 어디에 앉을 것인가?를 가늠하더니 중심의 자리에 앉겠다고 하며 앉았다. 역시 어린아이다.

 

 

식탁은 언제나처럼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유쾌하다.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 페미니즘이야기, 회사이야기 등등 늘 자유롭고 명쾌하지만 오늘은 주로 아기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동안 아리와 건이는 위아래 층을 오가며 시끄럽게 하기도 해서, 지하방에서 어린이 영화를 보게 했다. 그 후로 조용해졌다. 그런데 잠시 후 건이가 올라와서 어른들 식탁에 끼어들기에 무슨 일이 있는가하고 물었더니 ‘잔인해요···’ DVD를 안보는 이유를 말했다. 송교수가 그 영화는 어린이용으로 이미 검증된 것이고, 자기도 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며 어떤 장면이 잔인하더냐고 물었더니 우물쭈물 이유를 댄다. 핑계다. 건이가 아는 것은 많은데 정신연령은 오륙세 정도로 보이고, 정서적으로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아리’가 어쩌다 툭 치면 발끈해서 아리를 툭 친다. 아리 역시 지지 않고 치면 더욱 발끈해서 강하게 친다. 3 정도의 강도로 친다면 건이는 10정도로 되받아친다. 단 한번의 양보도 없이 어김없이 치고, 오히려 맞상대를 한다. 마치 피해의식이나 자기애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놀이의 끝은 아리의 울음으로 끝이 나고, 놀이가 시작된 후 아주 짧은 시간에, 도중에도 아리의 울음이다.

 

다툼의 자초지종을 알아보면, 아리의 이유가 타당한 경우가 많다. 건이는 아리를 아예 하수취급을 하면서 쪄누르려고 하고, 막무가내 같은 상황이 많다. 물론 만 10세 역시 어린이라는 것을 감안하긴 하지만 건이의 자기를 드러내고자하는 욕구와 피해의식 같은 것, 모든 것을 경쟁의식으로 꽉 차있다. 그리고 상대의 생각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한 순간의 결과만을 반복 주장한다. 예를 들면 빠타이(카드놀이)를 하다가 아리가 이기거나 유리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비하해서 말하고, 자신이 이기면 아리를 향하여 목소리를 높여가며 “아이 원, 유 아 루저!”라는 말만을 반복한다.

 

 

 

 

 

 

 

 

아리가 아까 게임 도중 자기를 불리하게 했다던가, 어느 순간에 자기가 카드를 내기도 전에 건이가 뺏어갔다던가··· 하는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하면 건이는 듣지않고 유아 루저!라는 말을 목소리를 높여가며 외쳐댄다. 그러니까 대화가 되지않아서 아리는 애달아한다. 이런 식의 연속이다.

아이 원! 이란 말은 여기 와서 아리가 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된 것 같고, 유아 루저란 말은 이미 한국에서부터 자주 사용하는 말 같다. 논리나 상황인식은 아리가 오히려 나아 보인다. 아리와 똑 같은 사고수준이다. 지식은 많아 보인다. 어떻튼,

5년 이상의 차이가 있으니까, ‘형과 아우’ 같이 지내라고 이르며 그러리라는 예상과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하나뿐인 자식교육의 결과인 듯하다. 더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