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8-뽕나무 오디, 할머니가 아리 혼내다, 도리송. 책읽는 아리.

천마리학 2012. 1. 23. 00:13

 

 이글을 올리는 동안에도 아리가 올라와서 놀자고 조르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하라고 떼를 써서 빨간색으로 했다.

아리의 요즘 페이브릿 칼러는 '레드' 이다.

 <788>

*2011년 6월 24일(금)-뽕나무 오디, 할머니가 아리 혼내다, 도리송.

 

 

오늘도 비 온 끝인데다 낮에도 가끔 뿌려서 일찍 집에 가자고 유도했다. 메디슨 스트리트를 지나서 스파다이너 에비뉴로 오는 도중에 커다란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어서 그걸 몇 개 따서 주며 뽕나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할머니 어렸을 땐 먹었으며 처음엔 초록색이던 열매가 점점 익어 빨갛게 되고, 색이 점점 짙어져서 완전히 익으면 까맣게 된다고. 맛도 달콤하다고. 단계별로 익어있는 오디를 따서 보여주며 설명하고 까맣게 익은 것은 맛보게 했다.

이곳 뽕나무는 한국의 뽕나무와는 다르게 엄청 크다. 높이가 대충 10m는 되고, 오디를 먹지 않는다. 뽕나무가 있는 근방엔 길바닥이 열매들이 떨어져 으깨어져서 까맣다. 새들이나 먹는지.

뽕나무를 지나서 잔디밭에 피어있는 클로버 꽃을 따서 꽃시계를 만들어 손목에 채워주었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꽃시계를 차고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아리는 짙은 관심은 보이지 않고 그저 대충이다. 아리가 관심 있는 건 오직 놀이. 뽕나무 열매보다, 클로버 꽃시계보다 하이드 앤 시크가 더 재미있어 자꾸만 하자고 조른다.

결국 할머니가 술래가 되어 눈을 감고 길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여러번 외친다음 찾는 시늉을 하면서 길을 앞으로 가면 숨어있던 아리가 깔깔 거리며 나오곤 한다. 그렇게 스파다이너 역 가까이 왔을 무렵에도 거기에도 커다란 뽕나무가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그걸 따먹다가 할머니를 보고 ‘블렉베리’라고 일러주며 웃는다.

‘무궁화 꽃 피나십니다’가 아리의 발음이다. 그래도 요즘 한국말 발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실에서 책을 보는 아리.

매진도 있다.

 

 

 

콘도의 복도에까지 놀이는 계속되었다. 아리는 절대로 가만있지 않는 성향 때문. 그래서 할머니가 힘도 훨씬 더 들지만, 그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너무나 활동성이 강해서 집중력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진정하도록 다스리려고 하지만 아리의 의견과 주장이 너무 강해서 듣질 않는다. 어떻튼 그렇게 잘 왔는데,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통과하는 동안에 일이 생겼다.

‘미니미니 마이니 모어 캣취 어 타이거···’

해서 술래를 만들고 물론 아리의 일방적 주장에 의한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리가 술래가 되었을 차례에 할머니가 복도를 앞서 달리는데 아리가 할머니의 백팩을 텃치! 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몇 미터 이미 달려간 후에야 멈추고, 알게 되었다. 실제로는 그걸 텃치!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에매한 상황이지만 그런 걸 굳이 따질 필요는 없고. 거의 문 앞에까지 도착할 무렵이니까, 할머니가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럼 그 자리에서 할머니가 술래가 되기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리는 할머니를 텃치! 한 그 자리로 되돌아가야한다고 우긴다.

할머니가 ‘할머니 다리 아프니까 여기서 하자!’고 했지만 듣지 않기에 ‘그럼 할머니도 싫다’하고 돌아섰더니 떼를 쓰면서 들고 있던 우산으로 할머니를 때렸다. 그럴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요사이 아리에게 법도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가끔 제지하고 통제하고 있던 중이다. 그 점을 엄마도 많이 중요시하고 있다.

“할머니를 때리는 건 나빠. 엄마도 때리면 안 되는 거고. 어른들을 때리는 것 안 돼, 사람을 때리는 건 좋지않아. 아리도 누가 때리면 좋을까?”

그러나 듣지 않고 귓등으로 흘린다. 오히려 더욱 흥분하며 계속하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화를 내는 척 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아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맞이하는 엄마가 굳어있는 분위기에 으아해 했다.

“엄마야, 아리 내보내고 우리 끼리 살자. 얼른 문 닫아라.”

아리가 질색을 하며 여전히 할머니에게 우산대를 휘두르며 울부짖었다.

“아리, 할머니에게 그러면 못써!”

상황을 파악한 엄마도 합세했다.

할머니가 정말 화가 난 것처럼 무섭게 아리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자 아리가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고, 엄마는 아리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이에 할머니가 아리의 팔을 잡아당기려고 하자 몸을 엄마에게 숨기며 겁을 내기 시작했다.

“엄마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어서 아리 내보내고 망태아저씨에게 전화해라!”

아리가 파랗게 질렸다. 엄마가 어서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하라고 하고, 아리가 ‘할머니 미안해요’하면서 계속 엄마에게 원조를 청했다. 할머니가 화난 것을 멈추지않고 좀 더 계속하다가 못이기는 척 풀어주었다.

할머니나 어마 아빠에게 공손할 것, 말을 잘 들을 것을 다짐받았다.

 

 

 

 

다시 책을 읽는 아리.

열심히 빠져들고 있다.

아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할머니는 몰래 셔터를 누르고 도망치듯 피해왔다.

 

 

 

아리는 호되게 야단맞는 일이 그동안 거의 없었다. 오늘은 호된 야단을 맞은 셈이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두고봐야할 일이다.

아리야, 할머닌 아리를 진짜진짜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알지?^*^

아리도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 지, 사과한 후에 즉시 ‘할머니~’하면서 안기며 안도하는 모습으로 더욱 감겨들었다.

도리의 새로운 행동이 나타났다.

둥그런 보행기에 세워두면 풀적풀적 뛰기도 하고,

“도리야, 점프! 점프!” 하면 풀적풀적 뛴다. 그런데 이삼일 전부터는 뛰면서 몸을 양 옆으로 돌리기를 한다. 제 딴에는 기분이 좋고 신이 나면 방글방글 함박웃음을 웃으며 풀적풀적 뛰면서 몸을 좌우 옆으로 틀기도 하는 것이다.

할머니가 이층에서 ‘도리, 도리 돌도리 도리도리···’ 하고 <도리송>을 부르거나 ‘도리야, 도리야’하고 부르면 두리번거리면서 고개를 위로 치켜들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또 <도리송>을 부르면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방글방글 웃으며 두리번거리며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는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할머니가 불러주어선지 할머니가 불러주는 <도리송>과 입안에서 혀로 내는 <똑,딱,똑,딱> 소리도 좋아한다.

 

 

 

할머니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줄도 모르다가

깜짝 놀라는 아리!

유니온 스테이션의 플렛폼에서,

 

 

 

할머니가 이층에서 내려가면 거실에서 고개를 힘들게 바짝 틀고 올려다보며 방실방실 웃는다. 아침에 엄마에게 안겨서 ‘안녕히 주무셨어요?’하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오면 할머니 얼굴을 보자마자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환한지 모른다.

아리가 가까이 가면 꺼려할 때가 많다. 그래도 요사이는 아리의 도리 다루는 행동이 약간 부드러워져서 도란도란 웃으며 마주보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아리가 뺨을 쥐거나 꽉 끌어안으면 싫은 표정을 하면서 보챈다.

아리 역시 도리를 좋아하면서도 도리가 그럴 때마다 서운한 모양이다. 가끔 아리가 도리 입을 맞추면 도리가 입을 벌리고 달려들어 입을 맞추게 된다. 도리로서는 입을 벌리고 먹으려고 하는 동작이지만 아리는 그것을 입맞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머니, 할머니, 도리 키스 미!”하고 좋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