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90-주차장에서 푸푸, 이자벨 아버지에게 하이!

천마리학 2012. 1. 28. 01:59

 

 

 

*2011년 6월 27일(월)-주차장에서 푸푸, 이자벨 아버지에게 하이! 790

 

 

오늘 아침엔 엄마가 롱고스에 간다고 해서 할머니와 아리도 유치원에 가기 전에 함께 가기로 했다. 엄마와 아리 도리 그리고 할머니.

스트롤러를 밀고 로저스 센터를 지나 롱고스까지.

오늘 학년말 파티(Year End party)에 들고 갈 딸기도 한 상자 사고, 식품쇼핑을 하고, 휴게실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집 앞의 브렘너 블러버드(Bramner BLVD) 정거장에서 헤어져 엄마와 도리는 집으로, 아리와 할머니는 유치원으로.

그런데 스파다이너 역에서 내려 유치원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리가 푸푸가 마렵다고 한다. 급한 눈치였다. 맞은편에 있는 도서관으로 갈까했는데 순간, 아, 오늘이 월요일. 도서관이 문을 닫는 날이었다.

 

 

휴론 공원 운동장

 

 

 

유치원까지 가는 동안 참을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유치원까지는 10분 정도.

난감했다. 할머니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생각을 굴리며 아리에게 말했다.

“참아봐. 아리야. 으응, 힘을 주고 참아봐”

그러나 아리는 이미 팬티가 더러워졌다고 한다. 할머니 마음이 더욱 다급해져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주차장 너머 호텔 건물을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어 리틀 빗, 어 리틀 빗 드라이!”

아리는 걱정하는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던지, 미안했던지 아주 조금이고 드라이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참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망서릴 시간이 없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차들이 서있는 뒤편으로 갔다. 차와 나무판자 울타리 사이에 어질러지고 지저분한 그늘사이로 조심조심 서너 발자국 들어가 나무 막대기들이 어지럽게 버려져있는 사이에 겨우 앉혔다. 찝찝한 곳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꾸만 ‘why? why?' 하면서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어눌하게 움직이던 아리가 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앉아서 볼일을 봤다.

 

 

친구들과 어울렸다.

 

 

 

용무가 끝난 아리를 들어 올려 자리를 옮긴 후 백팩에서 화장지를 꺼내어 처리하는 동안 푸푸에 벌써 모여든 파리를 본 아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벌레, 벌레!’하는 것이다.

“저게 파리야. 플라이. 봐, 저렇게 푸푸에 앉아서 푸푸를 먹는 파리가 더럽지 않니?”

끄덕인다.

“저 파리가 여기저기 날아다니잖아. 날아서 아리 머리에도 붙고, 식탁에도 오고··· 그러면 좋아?”

“아니오.”

“그러니까 손도 깨끗이 씻어야하고, 파리가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해. 눈에 안 보이는 저엄(세균)이 있거든. 알았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손을 잘 씻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언제 그런 난감한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또다시 명랑해진 아리.

교실에 데려다주고는 3시부터 학년말 파티에 사용할 딸기를 미쓰 백스터가 없어서 보조 선생님에게 전달하고 3시 반에 픽업하러 올 테니 재미있게 놀라고 하며 바이바이. 할머니는 늘 가는 로바츠 도서관으로.

 

 

 

 

아리가 사뭇 진지하다.

알렉산더와 새로운 놀이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중.

친구들과 놀면서도 언제나 아리가 리드한다.

 

 

 

오후에 수업이 끝난 후 운동장에서 마진과 짝이 되어 놀았다. 마침 며칠 전에 아리를 야단쳤던 이자벨의 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아리와 마진이 이자벨과도 어울리게 되는 것을 보고 표 나지 않게 제지시키느라고 할머니가 뛰어들어 함께 놀았다. 함께 놀면서 이자벨과 어울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마진은 다른다. 얼벙한 데다 이자벨과 놀지 말자고 하는 아리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아리가 속이 타서 마진을 소리쳐 부르며 큰소리로 이자벨과 놀지 말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마진이 싫다고 대답한다. 아리가 화가 나서 그럼 넌 나의 베스트 프랜드가 아니라고 하며 속상해서 두 팔로 팔짱을 끼며 울먹거린다.

그러면서도 아리는 계속 마진에게 연연한다.

“아리, 그러지마. 마진을 무시해버려. 대신 할머니가 놀아줄게.”

아리가 이해 못 할 부분이 있는 말도 해가면서 아리의 기분을 보충해주려고 할머니가 아리의 놀이대상이 되어 분위기를 살렸더니 아리가 점점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진이 다가와서 놀이에 끼어들었다.

“그램마. 캣치 미!”

그래서 할머니가 마진을 불러 말했다.

“마진. 유 니드 릿슨 투 아리. 유 노우?”

그러나 마진은 그저 덜렁대며 진지하게 듣지 않고 놀이에만 신경을 써서 할머니를 술래로 삼고 달아나는 것이다. 역시 아리와 마진은 어린아이다.

 

 

 

또다른 친구에게도 놀이를 하자고 설명하더니

의견을 묻는다.

친구의 표정을 보니 관심이 있어보인다.

 

 

 

 

할머니가 상대해주지 않고 아리하고만 놀았다. 자꾸만 마진이 끼어들었지만 일부러 제외시켜버렸다.

그리고는 아리에게 휴런놀이터로 가면 어쩌면 제이든이 있을 수 있으니까 거기 가서 놀자고 했다. 아리가 기꺼이 응하며 벗어놓은 슈즈를 신고 운동장을 떠났다. 그러자 갑자기 마진의 울음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아리, 아리, 아리이~”

울부짖으며 달려왔고, 아리는 ‘유아 낫 마이 베스트 프랜드!’하고 보기 좋게 보복을 하며 갔다. 마진이 목을 놓아 울며 뒤쫒아왔다.

그런데 아리가 이자벨의 아버지 곁을 지나면서 “하이~”하고 인사를 했다. 운동장에서의 할머니 의도를 대충 눈치 채면서도 자기가 한 일이 있으니까 그저 말없이 있는 눈치였던 이자벨 아버지가 뜻하지 않은 사태에 엉겁결에 돌아보며 “하이~”하고 아리에게 응답했다. 할머니도 놀랐다. 무심한척 지나쳐버렸다.

“아리. 잘 했어. 아리가 오늘도 원!(이겼어!)”

하면서 등을 쳐줬더니 아리는 와이? 하고 되묻는다.

할머니 마음을, 어른들 사이에 통용되는 말을 어찌 이해시킬까?

하지만 쉽게나마 이야기해줬다. 아리의 심중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에 이자벨 아버지에게 혼난 거 기억나니?”

“녜"

오, 놀라워라. 알면서도 스스럼없이 했다니. 분명 우리 아리가 승자다! 이건 할머니의 속생각. 그저 기특했다.

 

 

 

운동화도 벗고, 할머니가 무릎을 기워준 것만 봐도 아리가 얼마나 익사이팅한지 알 수 있다.

아리는 그저 달리기!

달리는데 걸리적 거리는 건 무조건 싫어한다.

슈즈도, 모자도 다 벗어던진다. 오직 빨리 달릴 수 있기만을 바란다.

 때로는 양말도 벗는다.

틀림없이 장래 마라톤 선수다!

 

 

 

 

“봐, 그날 할머니도 뭐라고 했었잖아.”

끄덕끄덕.

“아리가 지금 하이 하니까 이자벨 아버지가 어떻게 했지?”

“하이!”

“그래. 그러니까 아리가 아주 잘 한 거야. 그래서 아리가 원! 왜냐하면 아리가 이긴 거나 같으니까.”

정말 이해하고 그러는지 몰라도 아리가 끄덕끄덕이다.

이로 인해서 그날 일은 아리의 뇌리에서 깨끗이 지워진 것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처신하는 어린 아리가 어찌 기특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마진은 끝까지 아리와 놀자고 울부짖으며 따라붙고 그 뒤를 마진의 할머니가 따라붙었다.

아리와 할머니가 복도로 들어왔다.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시고 교문 쪽으로 향했다. 마진이 여전히 울며 따라오고, 마진의 할머니도 따라오고···

아리만이 아니라 할머니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교문 밖으로 나와 길에서까지 저만큼 달리는 아리를 울부짖으며 따라오는 마진.

아리가 다시 뛰어가더니 “던 크라이 마지. 아이 윌 고우 투 더 휴론 플레이 그라운드!”

“아이 원트 플레이 위즈 유!”

마진이 대답했다.

“노우, 아이 윌 미트 제이든. 마이 프랜드.”

 

 

 

 

놀다가 목이 마르자 수도간로 달려간 꼬맹이들,

마시기만 하는게 아니라 또 장난이다.

멀리서 롱 셧 으로 잡았다.

 

 

 

 

아리가 다시 뛰어왔고, 마진은 다시 울기 시작했고, 마진 할머니는 다시 마진을 야단치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휴런 플레이그라운드에 왔지만 제이든이 있을 리 없다. 할머니가 당연히 놀이 상대가 되어 놀이기구들을 오르락 내릭락. 아이고 허리다리야!

얼마쯤 놀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도 달라붙고. 마진이 마진 할머니와 함께 왔다. 결국 떼를 써서 아리와 놀기 위하여 온 것이다. 그때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다.

이자벨 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보복도 통쾌하게 마무리 되었다^*^

아. 그리고 미스 백스터에게 에릭이 다음 학기에 어느 반인가를 물었다. 에릭은 오늘도 없었다. 다행히 에릭이 오전 반, 아리는 오후반이다. 대충 이야기를 했다. 에릭의 폭력성 때문에 염려가 된다고. 그랬더니 미스 백스터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익사이팅하게 노는 것 때문에 에릭을 좋아하면서도, 그런 폭력성을 아리가 따라 배우게 돼서 염려가 되었다고. 미스 백스터는 다음 학기에서 갈라지니까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에릭이 정말 아리말대로 주니어라는 것이다. 외모로 봐고 벌써 키가 머리 한 개가 더 있는 아이인데, 그레이드 원쯤 되어야 맞는데, 최소한 씨니어이거나. 어찌됐건 갈라진다니 다행이다.

 

 

 

수돗가를 떠날 줄 모르는 개구장이들,

할머닌 이제 기다리는 것도 이골이 났고.

그저 지켜보며 맴도는 것도 이골이 났다.

 

 

 

빅토리아의 네니 걸리도 또 마진의 할머니도 에릭의 그런 점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걸리는 이미 할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니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고, 마진 할머니에게는 마진이 떼를 쓰며 줄곧 아리에게 따라붙는 것이 민망해서 ‘사실은 며칠 전에···’하고 할머니가 말을 꺼내는 순간 ‘아이 노우.’하면서 자기도 에릭을 꺼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휴런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역으로 가는 도중에 또 지난 금요일에 따먹었던 그 뽕나무 아래에서 잘 익을 까만 오디를 따 주었다. 전날보다 훨씬 아리가 오디를 잘 먹었다. 따 주는 대로 냉큼냉큼 맛있다고 먹으면서 할머니가 해주는 누에와 누에고치, 그리고 실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이야기보다 오디를 더 기억하리라는 것을 안다. 내일 오면 또 익어있을 테니 다시 따주마 하고 돌아서면서 실크가 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손도 아리의 입고 보랏빛이 되어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