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8일(화)-소나기, 아리 성적표. 할머니 무릎 엑스레이. 792
아침에 세인트 죠지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침 엘리자베스가 동생과 언니, 그리고 엄마도 있었다. 눈인사를 나누며 잠시 역 건물의 지붕아래서 머물고 있다가 조금 덜 내리는 것 같아서 출발했다. 그런데 바로 옆의 주차장에서 엘리자베스네가 주차장 쪽으로 갔다. 아리와 할머니는 똑바로 늘 다니는 길로 가고. 왜 주차장으로 가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아리와 함께 몬테소리 앞을 지나갈 때쯤에 아하, 지름길로 가는구나 하고 알았다. “숏 커트!(지름길)” 할머니도 늦게야 짐작하고 있는데, 마침 그 때 아리가 말했기 때문이다. 아하. 아리도 그쪽이 지름길이라는 걸, 그들이 지름길로 간다는 걸 짐작했구나 생각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나였다면 이쪽으로 가면 빨라요, 하며 같이 가도록 했을 텐데··· 사람들은 언제나 내 생각과 다르니까 하고 또 접었다 했다.
항상 잘 웃고 잘 노는 우리집 작은 천사 도리. 오늘도 방실방실, 연꽃같은 웃음을 날립니다.
어린 아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짐작을 하는 것이 신기했지만, 기분은 좀 묘했다. 참 이상하다. 같이 가자고 말했으면 될 텐데···. 우산이 없어 아리의 손목을 잡고 빗속을 뛰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봤으면서도 자기들끼리만 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각국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사람들마다 다양하기도 하고, 또 사람마다 개성이 있으니까. 사실 은근히 동양인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 없다. 우리가 잘못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 소인배들을 신경쓸 필요 없지. 두고 보자! 하면서 묘한 기분을 이내 씻어버리고, “아리, 누가 더 빨리 가나 해볼까?” “오케이!” 나무아래서 잠시 비를 피하면서 가다 서다를 하며 사거리에서 꺾어져서 다음 블록 가까이 가고 있을 때 지름길로 간 엘리자베스네가 저만큼 앞에 나타났고, 아리가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악의 없이 저기 엘리자베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좋아, 우리도 다음에 지름길로 한 번 가보자.” 아리가 끄덕끄덕했다.
비록 밖에 비가 내린다고 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음입니다. 도리의 이 환한 웃음 때문이지요.
학교에 도착해서 아리를 교실에 들여보내고 나올 땐 비가 억세게 쏟아졌다. 교문 앞의 로비 벤치에 에릭엄마와 엘리자베스 엄마와 함께 비가 멎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웬 선생님도 있었다. 다혈질인 에릭엄마는 먼저 이야기를 걸어왔다. 웬 선생님도 아는 체를 해와서 답 인사를 나누었다. 엘리자베스 엄마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감정도 없으니까. 에릭엄마에게 물어봤다. 에릭이 몇 살이냐고. 5살이며 아리 말 대로 Jr 반이었으며, 생일이 1월 24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리보다 만 한 살이 많은 건데 실제로는 2년쯤 커 보이니 에릭이 나이보다 큰 것이다. 에릭엄마도 그렇다고 했다. 에릭엄마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다. 로바츠 도서관에 간다고 했고, 엘리자베스 엄마는 스파다이너 어베뉴로 간다고 했다. 에릭엄마가 차로 로바츠 도서관 앞에서 내려주었다. 별로 타고 싶지 않았는데 에릭엄마가 하도 강하게 권했기 때문에 탓을 뿐이다. 도서관 앞까지 가는 짧은 동안에도 에릭엄마가 할머니에게 계속 말을 걸어와 대화가 이어졌지만 엘리자베스 엄마는 침묵이었다.
이 길을 한 학기 동안 걸어다녔습니다. 늘 오고 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답니다. 나날이 자라는 우리 아리천사의 모습이 할머니의 기쁨이자 우리집의 행복이지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가 멎어서 X-Ray를 찍기 위하여 코리아 타운으로 갔다.
오후, 픽업 후 운동장이 젖어서 못 논다고 해도 놀겠다고 떼를 쓰는 아리. 마진까지 덩달아 할머니에게 떼를 쓰며 조른다. 마진 할머니는 늘 저만큼에서 지켜볼 뿐이다. 할 수 없이 휴런 플레이 그라운드로 가서 5시까지 놀게 했다. 오늘 새로 발견한 사실. 아리에 비해서 마진이 키도 크고 체력이 좋아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 또 아리는 이론적이고 마진은 행동적이라는 점. 아리는 생각과 주장을 강조하지만 에릭은 생각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쪽.
휴론학교 운동장 늘 놀던 이 자리 이제 곧 방학에 들어가면 잠시 떠나야겠지요.
오늘, 아리의 평가표(성적표)를 받았다. 가장 어리지만 다 잘하고 있다는 좋은 평가여서 엄마가 기뻐한다. 물론 할머니도 좋다. 지난해에는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엔 모든 것이 원만할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라고 한다. 그동안 에릭을 비롯하여 나이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행여 뒤져지고 그래서 성격에 영향이 미칠까 염려되어 유급도 고려해 볼 작정이었다. 모든 면에서 다 잘하고 있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미스 백스터의 평가였다. 부라보! 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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