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9-엄마의 채소전골, 할머니 갈 거야! 휴론학교 공부시간

천마리학 2012. 1. 26. 20:49

 

 

 

*2011년 6월 25일(토)-엄마의 채소전골,할머니 갈 거야! 휴론학교 공부시간,789

 

 

엄마가 채소전골을 만들었다. 두부, 고구마, 호박, 그리고 버섯을 넣고.

아주 맛있는 최고의 건강식이었다.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아서 아빠랑 아리도 아주 잘 먹었다. 특히 아리가 아빠의 ‘젠틀’ 흉내를 내어가며 다른 때보다 잘 먹어서 즐거운 분위기였다.

냅킨으로 입을 닦을 때도 마구 문지르지 않고 점잖게 눌렀다 떼고 국물도 잘 먹고, 마지막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머지 국물에 남은 밥까지 말아서 아주 깨끗하게 먹었다. 다 좋아했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했다. 엄마는 늘 가족들이 엄마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행복해한다. 할머니도 맛있다고 칭찬하고 아빠도 맛있다고 하고, 하긴 아빠는 엄마가 하는 음식은 언제나 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다^*^

 

곁에서 이유식을 먹는 도리 역시 잘 먹는다. 하긴 도리는 언제나 잘 먹으니까.

 

 

 

 

 

 

도리도 엄마가 이유식을 준비하면 빨리 달라는 듯이 눈짓을 보내고, 끙끙 소리를 내며 팔을 움직이기도 하고 또 엄마가 그릇을 들고 앞에 앉으면 좋아서 입맛을 다시며 서둘러댄다. 도리 전용 작음 스푼으로 믹서에 간 오뜨밀 섞은 영양 이유식을 떠먹이면 입을 오물오물, 반은 흘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넣어주면 오물오물 잘 넘긴다.

 

오후에 엄마아빠와 함께 쇼핑몰에 간 아리도리. 할머니만 집에 남았다.

두어 시간 다녀오더니 테리팍스 공원에서 아빠와 어떤 아저씨와 아리 셋이서 축구를 했는데 달리기를 아저씨보다 아리가 더 잘 했다고 의기양양이다. 그러면서 아빠가 제일 잘 해서 킥을 열 번 했고, 아저씨는 세 번, 아리는 다섯 번 했다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댄다.

 

 

 

 

 

 

 

그런데 보행기 안에 서있던 도리가 할머니 앞에서 풀적풀적 뛰며 몸을 좌우로 틀기도 하면서 옹알이를 했다. 할머니가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카메라를 가지러 이층에 올라가기 위해서 일어섰더니 아리가 붙잡는다. 그럼 아리 네가 가져 오너라 해도 막무가내, 달래도 듣지 않고 할머니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할머니가 억지로 이층으로 올라왔더니 필사적으로 막기에 왜 그러느냐고 나무라면서 떨쳐내려고 했더니 울면서 막고 늘어진다. 할머니는 아리 하고만 놀자는 것이다. 도리를 찍어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도리의 움직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챤스를 놓쳤다.

비교적 도리에게 잘 하는 편인데도 할머니를 독점하려는 마음이 강해서 때로는 할머니가 도리와 놀면 가로막기도 하고, 제가 나서서 도리를 어루면서 독차지해버리기도 한다.

 

 

 

 

 

 

 

할머니는 어제밤에 단 1분도 못잤다. 또다시 불면증으로 아침에 아빠가 끓여주는 커피 덕인지 하루 종일 그런대로 보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아리도 일찍 재우고 할머니도 잠을 자려고 8시경에 올라왔는데, 아리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보자고하며 말똥말똥. 감고 있는 할머니의 눈을 억지로 비집고 벌려가며 못 자게 한다.

“할머니, 던 두 할머니 일. 라이다운”

오늘 저녁은 할머니 일하지 말고 누우라고 제법 철이 든 소릴 하기에 엄마도 기특하다고 웃고, 할머니도 컴을 일찍 꺼버리고 누웠는데, 말 뿐이다.

오히려 아리가 더 할머니의 잠을 못 자게 하다가 나중엔 침대위에서 뛰고···

할머니가 뛰려면 아래층에 내려가서 놀라고 했더니 얼씨구나 내려갔다. 예민한 할머니가 그런 상황에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컴 작업을 했다. 얼마쯤 후에 올라와서는 잠시 누워있는 듯 하더니 또 배가 고프다고 빵을 달라는 것이다.

 

 

 

 

 

그냥 자자고 달래다가 안돼서 아직 엄마가 안 올라가고 있기에 내려가 먹고 오라고 했더니 내려갔다.

넛델라 바른 토스트 한 장을 가지고 다시 올라와 할머니 곁에서 먹더니 접시를 할머니 가슴위에 얹고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보면서 할머니의 눈꺼풀을 억지로 뜨게 해가면서 잠은 커녕 누워있지도 못하게 한다. 그러더니 컴퓨터에서 <까이유>를 보겠다는 것이다. 자자고 했더니 ‘할머니가 스톱!’하면 끄겠다고 하면서, 할머니 플리이즈! 할머니 플리이즈! 한다.

 

할머니가 일어나 컴퓨터를 켜주고, 옷을 갈아입었더니 왜 그러냐? 묻는다. 할머니가 힘들고 속상해서 가겠다고 했다. 아리가 정색을 하며 벌떡 일어서더니 할머니를 붙든다.

“할머니, 던 고우, 스테이 히어.”

할머니가 뿌리치고 문밖으로 나오자 절박하게 운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를 끄겠다고는 하지 않고, 할머니가 스톱!이라고 말하면 끄겠다고 했다. 그래서 할머닌 싫으니까 엄마아빠하고 도리하고 살라고 하면서 계단을 내려섰더니 서럽게 울며 힘껏 가로막고 매달린다.

 

 

 

 

 

 

“아이 러브 유, 할머니. 할머니 던 고우. 스테이 히어. 아이 원트. 아이 러브 유!”

하면서 입을 내밀고, 울고, 애절하다. 하는 짓을 보니 아주 심각하다.

“할머니, 미안해. 이제 말 들어. 할머니. 할머니 스테이 히어. 아이 원트 위즈 할머니··· 미안해 할머니. 아이 던 라우더. 던고우···”

끝없이 반복하며 매달린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끈 다음 못 이긴 척, 앞으론 할머니 말을 잘 듣겠다는 약속을 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물을 한 모금 먹이고 눕게 했더니 잠이 쉬 들지 않고, 늘 하던 대로 손을 할머니의 가슴에 넣고 속옷을 움켜잡고도 할머니의 움직임을 살핀다.

이불이 너무 더울 것 같아서 타월이불을 가지러 일어났더니 잠이 든 줄 알았더니, 다라 일어나며 어디 가느냐고 긴장하며 묻는다. 타월이불 가지러 간다고 했더니 반신반의, 일어나서 응시한다. 타월이불을 꺼내어 들고 가서 다둑이며 덮어주면서 ‘할머니 안 갈 테니까 걱정 말고 자거라’하며 다둑거리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더니 마음이 놓이는지 할머니 가슴으로 바짝 다가들며 눈을 감는다.

효과가 얼마나 있나 봐야지^*^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