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6-말 지어내기와 한국말, 반대말, 정글북 읽기

천마리학 2012. 1. 20. 02:07

 

 

 

*2011년 6월 22일(수)-말 지어내기와 한국말, 반대말.

 

 

 비온 끝이라서 운동장이 젖어서 놀겠다는 것을 억지로 달래어서 오는 대신, 스파다이너 도서관에 들리자고 했다. 도서관에 들려서 책 서너 권을 보고는 비디오테잎 두 개를 빌렸다. 한 개는 아리가 고른 어린이용과,  한 개는 할머니가 고른 영화 테잎 멜깁슨의 <사인(Sign)>. 혹시 모두 함께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아리가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리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즐기고, 서점에 가는 것을 즐기고, 책을 좋아한다.

참 다행스럽다.

아리의 익사이팅 함에 대해서 가끔 생각해본다. 아무도 못 말리는 열렬한 놀이본능과 단 1분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 때문에 하이퍼(과잉행동)가 아닌가 하고. 지금으로 봐선 좀 과하긴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아빠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건강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힘 든다.

 

 

 

요즘 즐겨읽는 정글북

수실아저씨의 선물이다.

아리는 정글북을 테잎으로도 수십번 보았다.

 

 

 

어부바~ 하면서 가끔 등에 업히기도 하고, 언제나 태그게임을 즐기는 아리가 놀이상대로 할머니를 지목하여 달려야 하기고 하고, 또 요즘은 ‘하이드 앤 시크(술레잡기)’ 게임을 좋아해서 수시로 숨고, 달려야 해서 그 때마다 힘도 들고 어떤 땐 다른 사람들 보기에 민망할 때도 있다.

스트릿 카나 전철 안에서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난치고, 말 장난하고··· 끊임없다.

요즘 아리의 행동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말 지어 내기’이다.

한 번도 순순하게 따라하거나 제대로 대답하는 법이 없다.

 

 

 

 

수실 아저씨네 집 앞의 작은 호숫가에서

아리가 던진 모이를 찾아먹는 거위

 

 

 

“아리, 잠옷 입어라.”하면

“녜, 방구, 아꾸나따빠까푸푸···”

“아리, 밥 먹자.”하면

“아루나푸푸띠비뿌초꾸까발룰라···”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을 그저 재미로 지어 붙인다.

할머니하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나 복도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바이바이 피피뚜따띠푸푸” 한다.

<아리랑> 노래를 할 때도 [아띠랑 아띠랑 알라리요. 아띠랑 아띠랑···]이다.

 

 

 

하버프론트에서.

어디든 눈에 띄기만 하면 올라가는 아리!

 

 

 

 

공손한 말 가르치기도 어렵다.

“아리 잠 오니?”

하고 물으면

“아니요. 할머니도 잠 오니”

한다.

“갈까? 말까?” 하면

“갈까.”

“좋아? 싫어?” 하면

“좋아.” 다.

엄마가 곁에서 늘 ‘좋아요.’ ‘갈게요.’ 하라고 시키지만 안 듣는다. 그 때 뿐이다.

그래도 엄마가 요사이 본격적으로 ‘할머니부터’를 실행시키고 있다.

 

 

 

하버프론트, 온타리오 호수!

청둥오리에게 모이를 던져주며 말을 거는 아리.

 

 

 

밥을 먹을 때도 ‘할머니 오시라고 해야지’ 하고, 물을 따를 때도 ‘할머니부터!’

처음에는 ‘Why?'하고 묻더니 그때마다 엄마가 어른이니까. 우리집에선 할머니가 가장 어른이시잖아. 하고 가르친다. 처음엔 ‘노우, 대디.’ 아빠가 어른이라는 것이다. 엄마아빠가 모두 ‘할머니가 제일 어른, 그 다음에 아빠, 엄마, 아리, 그리고 도리’ 하고 말해주고 ‘언제나 어른을 먼저 드려야 하는 거야. 알았지?’하곤 했다.

그래서 요즘엔 ‘Why?'하고 묻지 않고 엄마가 식탁을 차려놓고 ’할머니 오시라고 해야지‘ 하면 ’할머니!‘하고 부르면서 이층으로 통통통 올라오고, 와서는 ‘할머니, 식사 잡수세요, 브레키퍼스트 타임!’하고 외친다.

또 어쩌다 엄마가 뭔가를 나누어 줄 때면 아리가 먼저 ‘할머니! 어른!’하면서 챙기기도 한다. 기특한지고! 으흠!

오늘은 스트릿카 안에서 반대말에 대해서 알려줬다.

 

 

 

 

엄마랑 도리가 테리팍스 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햇살이 눈부시다.

엄마랑 도리도 눈부시다!

 

 

 

“아리, 예뻐? 미워?” 하면

“예뻐”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예쁜 것의 반대는 미운 것’ 하고.

‘좋은 것’의 반대말은 ‘나쁜 것’ ‘크다’의 반대말은 뭘까?‘ 했더니 ’작아‘ 하고 대답한다. 그런 식으로 몇 가지를 설명해줬더니 곧잘 개념파악은 했으나 한국말 아는 단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문제내기가 수월찮기도 하다.

 

 

 

 

햇살보다 더 눈부신 우리 도리!

봄나들이가 좋타!

 

 

 

“배부르다’의 반대말은?”

“안 배불러.” 한다. 그러면 “배고파”로 고쳐준다.

“긴 것의 반대말은?”

“안 긴것”

다시 ‘짧다’는 말을 알려준다.

이런 표현도 한다.

‘할머니 던 가’(가지마), ‘에릭 두 마음’(에릭이 마음대로 해.), ‘노 울어’(안 울어)···

그래도 요즘 한국말은 어느 정도 따라서 하는데 불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