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5-이발, 에릭, 오, 마이 백팩!

천마리학 2012. 1. 17. 01:19

 

요즘, 한국에서 이곳으로 온다고 이곳 사정을 문의해온 윤영실님이 이부분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휴론학교와  데이케어에 대해서...

 

*2011년 6월 21일(화)-이발, 에릭, 오, 마이 백팩!

 

아침에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복도의 벽에 걸려있는 2010~2011년에 다닌 아이들의 전체사진이 걸려있었다. 아리는 빠졌다. 지난 번 밴쿠버 여행 다녀오는 동안에 사진을 찍은 것이다. 좀 섭섭했다.

오늘은 또 씨니어 킨더가든(Sr)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어서 참관해도 되지만 할머니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아리를 데려다 주고 곧바로 라바츠 도서관으로 갔다.

 

오후에 픽업해서 으레가 노는 것을 못하게 하고 아리의 손목을 끌다시피 해서 밖으로 나왔다.

코리아타운에 가서 머리를 깎자고 약속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는 놀다가겠다고 우겼다. 겨우 달래어서 전철역으로 가면서 오늘 룸5에서 졸업한 씨니어 반 친구들이 누구누구냐고 물었다.

이자벨, 조슈아··· 하고 5명의 이름을 대는데 또 에릭이 빠졌다. 어제부터 오늘 졸업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리는 줄곧 에릭은 저랑 같은 주니어 킨더가든(Jr)반이라고 우겼다. 그런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다.

 

 

 

 

OESI 의 데이케어 다닐 때의 Connie 선생님을 우연히 휴론 학교 앞길에서 만났다.

멀리서 보자마자 코니! 소리치며 달려가는 아리!

규칙과 룰만 내세우며 딱딱한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유난히 다정스럽게,

가장 인간적으로, 아리들스럽게 아이들을 돌보던 선생님이다.

아이들이 문에 들어서면 약간 소란스러울 정도로 반가이 맞아주어

냉냉한 분위기를 늘 녹여주어, 아리가 많이 따랐었다.

지금도 이렇게 만나자마자 반가워 달려가서 안기는 아리!

덥썩 안아주는 코니선생님!

데이케어 아이들을 휴런학교에 인솔하여 데려다주고 나오는 길인 모양이었다.

너무 고마워서 급하게 찰칵!

 

 

 

 

사실을 요즘 에릭과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어서 할머니나 엄마의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에릭이 나이가 많아서(6세) 당연히 아리가 휘둘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에릭이 폭력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점은 할머니만이 아니라 날마다 지켜보는 룸5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며칠 전 아리가 이자벨 아버지의 무모한 행동도 원인은 에릭. 에릭이 이자벨을 넘어트리고 때리고 달아난 뒤 아리가 태그하는 장면만 보고 발끈 했던 것이다.

 

어제 빅토리아의 네니 걸도 할머니와 함께 방과 후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할머니에게 말했다.

아리가 어리지만 참 좋은 아이라고. 그런데 에릭과 어울리면서부터 좀 시끄러워졌다고. 그건 사실이다.

에릭과 계속 함께 하게 되면 아리가 늘 휘둘리며 에릭을 따라 할까봐서 염려가 된다. 아리는 좋은 리더가 되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에릭에게 눌려 지내게 할 수는 없다. 또 아리가 어리긴 하지만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자주 에릭에게 잘잘못을 따지고 가린다. 그럴 때마다 에릭이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아리가 맞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폭력성을 배우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올 9월 학기에 아리를 유치원과정을 중단하고 1년 쉬게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중이었다. 어차피 아리의 나이가 많이 어려서이다. 그런데 에릭이 이번에 졸업하면 헤어지게 되므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교실 안에서.

줄무늬 에릭과 노랑 셔츠의 메진, 아리가 앞장서고 있다.

 

 

 

 

어떻튼 좀더 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할머니나 엄마의 경우를 봐서 또래보다 한 두 살 이른 나이에 학교에 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적응만 잘 하면 사회진출을 비롯해서 모든 것이 앞서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곁에 폭력으로 제압하거나 주변의 강한 힘에 나쁜 습관이 들거나, 이해력이 떨어지고, 주눅이 들어 성격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그래서 항상 자신감이 부족해질까 봐서 염려되는 것이다. 현재까지로선 아리가 정상나이보다 1년 반 정도 어린편이긴 하지만 주위 아이들보다 뒤떨어지거나, 적응이 안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응력도 좋고, 적극적이어서 리더노릇을 하기도 한다. 단 에릭을 만난 후로 폭력성이 문제가 되어서다.

 

그건 그렇고.

 

 

 

반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세 친구이다.

아리가 가장 어리다.

에릭은 거의 한 살 반 쯤 위이고,

메진은 6개월쯤 위이다. 

 

 

 

코리아 타운의 경희미용실에 갔다. 예약 없이 불쑥 가는 것이라서 붐비면 어쩌나 했는데 마침 손님이 없이 한가로웠다.

긴 스포츠머리.

생각 같아선 더 바짝 짧게 잘랐으면 좋겠는데, 미용사의 솜씨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대로 그만 두었다.

코리아타운에 간 김에 과일가게에 들려서 블랙베리, 딸기, 그리고 한국식품에 들려서 인절미를 샀다. 그런데 내내 아리가 얼마나 설쳐대는지 할머닌 힘들고 정신이 없다. 길을 걸어도 곱게 조용히 걷지 않는다. 1분도 가만히 있질 않고 장난을 치는 아리.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는 할머니가 각오해야 한다.

거리에서 절대로 똑바로, 조용히 걷지 않는다. 할머니보다 훨씬 앞서 달려가서 가게마다 안쪽으로 숨어서든다. 할머니가 모른 척 그 가게 앞을 지나가면

“Wait for me!” 뒤에서 튀쳐 나오고, 할머니가 깜짝야! 하면 재미있어서 핫핫하 웃어제친다.

과일가게에선 수 십 개가 포개져있는 상품 골라 담는 바구니 중간쯤에 박힌 파란색 바구니를 들겠다고 해서 위에 포개져있는 것을 다 들어내고 그 바구니를 꺼내 줘야 한다.

“마이 페이브릿 칼라!” 하면 고집을 피운다.

딸기도 제가 고른다.

 

 

 

잘 어울려 좋긴 한데 에릭의 폭력성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익사이팅한 아리는 메진보다 에릭을 더 잘 어울리는데

가끔 억지를 쓰거나 때리는 에릭에게 힘으로 당할 수가 없어 울곤 한다.

그럴때마다 억울해서 씩씩거리는 아리!

하지만 힘 앞에선 어쩔 수 없다.

^*^

 

 

 

할머니가 사과를 보고 있으면 어느 사이 블렉베리 상자가 있는 쪽으로 가서 골라들며 할머니! 할머니! 컴히어! 하고 외쳐댄다. 이렇게 수선을 피우니 할머니는 지치고, 때로는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너무 지나치거나 너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뜻을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할머니로선 참기도 힘들고, 견디기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제지를 덜 받음으로서 얼핏 버릇없이 키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런 것은 할머니도 나름, 제지하고 통제하면서 가능한 한 아리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자는 의도이다.

 

 

 

항상 이렇게 지내면 오죽 좋을까!

메진은 나이에 비해서 여려서 운동장에서 놀때마다 거의 우는 꼴이다.

에릭에게 맞고, 따돌림 당하고, 잘 넘어지고...

그래서 메진 할머니가 매우 속상해 한다.

그래도 에릭에게 대들고 물고 늘어지는 건 아리다.

달리기도 빠르기 때문에 에릭을 거의 따라잡는다.

그러다보니 아리는 에릭을 더 좋아하고 에릭도 아리를 좋아해서

함께 메진을 따돌리기도 한다.   

 

 

 

엄마아빠도 힘들어하고 때로 걱정하는 기색도 보이지만 할머니가 늘 진정시키고 이해시킨다. 왜냐하면 그런 과정에서 아리가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을 개발하자는 의도이기 때문이고, 실제로 아리가 가끔씩 논리 정연하고, 기발함 의견을 내놓을 때도 있다는 것을 할머니는 알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스파다이너 역에서 집으로 오는 스트릿 카를 갈아탄 후에, 아리의 백팩이 없는 걸 알았다. 과일가게에서 계산대 앞에서 계산을 하고 있을 때 진열대 사이에서 놀던 아리가 갑자기 뛰어들어 할머니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얼굴을 들게 했지만 막무가내로 파묻고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할머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달래다 못해 “누가 때렸니?”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할머니는 몹시 걱정이 되어 계속 물었더니 어떤 아줌마가 제 팔을 밀쳤다면서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아리를 앞세우고 그 자리로 갔더니 이미 아무도 없고, 아이의 설명에 의하면 어떤 아줌마가 아리를 확 밀쳐서 상품 진열대 모서리에 팔뚝을 부딪친 모양이다. 아프고 무안해서 아마 그런 것 같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길을 걸으면서도 그냥 걷는 법이 없다.

아예 백팩은 할머니에게 맡기고 꼭 장난을 친다.

지금도 hide & seek 를 하면서 이게 숨었다는 폼이다.

개구장이 아리!

 

 

 

아리가 설치긴 해도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 할머니를 상대로 그러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겐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그러질 못한다. 또 그 사이에 아리가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부턴 누군가 아리를 때리거나 어려운 입장이 되면 할머니에게 뛰어오지 말고 그 자리에서 할머니! 하고 부르던지, 핼프 미! 하고 소리치라고 일렀다.

 

아마 그 일을 치르느라고 백팩을 두고 온 것 같았다. 어제 밤에 불면으로 한 숨도 못 잔데다가 지쳐서 할머니의 다리가 더욱 아팠는데, 다시 찾으러 가야하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과일가게의 계산대 위에 백팩이 있었다. 휴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돌아오는 길, 힘은 들어도 한결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