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2-가족음악회, 도리의 엎치기, 라칸과 메리엄···

천마리학 2012. 1. 7. 15:30

 

 

 

*2011년 6월 16일(목)-가족음악회, 도리의 엎치기, 라칸과 메리엄···

 

 

오늘은 아리가 데이케어 가는 목요일, 아침에 데이케어로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데이케어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웬과 도나가 마주 보였다. 하지만 눈빛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저 무심히 바라보곤 자기 일속으로 들어갔다. 일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곁에 두고 앉아있는 것이었지만.

썰렁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3 주만에 오는 것이니 하이! 아리! 하고 반기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아리도 그걸 느끼는 모양이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머쓱해져서 뒤로 물러서면서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도 이미 계산하고 있는 터라 할머니가 유도했다. 백팩을 제 옷장에 거는 것을 곁에서 기다렸다가 교실 중앙으로 손을 잡고 가면서 둘러보았지만 아리 친구들이 눈에 띄지 않고 더 어린 아기들만 눈에 들어왔다. 분위기도 조용했다. 물갈이를 하는 것이 여실했다. 어떻튼 선생들의 자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둘기모이를 주면서 비둘기들을 불러모으는 아리.

 

 

 

알렉산더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가 알렉산더! 하면서 가까이 갔다.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었다. 아리와 할머니가 다가가자 아리를 발견한 알렉산더가 하이! 했다. 접고 있던 종이비행기를 내밀며 갖겠느냐고 물었다.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 이름을 종이비행기 한 부분에 적어서 건네주었다.

종이비행기를 받아들고 살펴보고 있는데 이번엔 어디선가 리오가 둥그런 플리스틱 판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느 사이 곁에 와서 딩가딩가 하면서 연주하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아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리오는 아리 앞에서 계속 딩가딩가 흉내를 내고, 그래서 아리의 기분이 풀리고 서먹한 기분도 날아가는 듯 했다. 그렇게 아리를 분위기에 어울리게 해주고 나왔다. 나오면서 또한번 교사의 자질과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둘기들이 모였다.

 

 

 

돌아오면서 오랜 만에 걸어오느라고 챠이나 타운을 거쳤다. 오렌지와 아리 바지 4개를 샀다.

반바지, 7부바지, 긴 바지, 그리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부드러운 천의 바지.

 

일찍 집에 와서 도리를 보살필 수 있었다.

도리가 아리에 비해서 몸동작이 좀 늦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정상적인 발달과정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매우 정상적이고 매우 건강하다.

엄마가 도리를 바닥에 눕혀놓거나 엎쳐놓기도 하는데 곧잘 잘 논다. 놀다가도 힘이 드는지 가끔 악악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끙끙대기도 한다. 또 입속에서 ‘요거트’를 내놓기도 한다.(할머닌 젖 넘기는 것을 요거트라고 한다^*^ 우리 도리는 입속에 요거트 공장이 있어요 하면서^*^)

끙끙댈 때 보면, 힘들어서 그럴 때도 있지만 엎치거나 뒤집어지고 싶은데 잘 안돼서 반쯤 몸을 돌린 자세일 때가 많다. 팔이 몸 아래로 깔린 것을 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짝 건드려주거나 가볍게 도와서 뒤집어지거나 엎어지게 해주면 끙끙거림을 멈춘다.

 

어떤 땐 소파에 앉아서 DVD를 보고 있는 아리 곁에, 소파의 코너에 기대어 앉혀놓으면 아리가 제법 돌봐주기도 한다.

 

 

아리 오빠의 리코더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드는 도리.

 

 

 

요즘은 아리가 가까이 가는 것을 덜 싫어하는 기색이다.

도리는 아직 아기라서 몸도 약하고 말도 못 알아들으니까 조심해야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니까 조용히, 부드럽게 대해야한다고 늘 설명해주니까 아리의 행동이 부드러워지기도 했고, 또 아리의 행동들이 재미있게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도리가 싫어하는 기색으로 고함을 지르곤 할 때마다 아리가 멋쩍어하면서 실망하긴 해도 그래도 끊임없이 도리를 귀여워하면서 안아주기도 하고, 뽀뽀도 하고 도리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도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아리를 보면 참 귀엽다.

도리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도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도리가 관심을 보이면서 오빠를 바라보고 때로는 웃기도 하는 것은 아리의 몸동작이 신기해서다.

 

 

음악만 흐르면 도리는 좋아한다.

 

 

 

도리가 웃으면 아리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엄마, 할머니, 도리가 웃어. 아리 보고 도리 웃어!”

하면서 떠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엄마와 할머니는 아리의 기분을 부추켜주기 위해서 호응해주곤 한다.

“아, 도리가 오빠 말을 알아들었구나. 도리야, 오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혹은

“맞아, 아리오빠를 좋아하나봐! 그렇지 도리야? 물론이지, 아리오빠가 도리를 무지무지 사랑한단다. 안다고? ··· 아리야, 도리도 안대. ··· 오빠, 땡큐! ”

하고.

아리의 흐뭇해서 표정이 벙글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도리가 저 혼자 엎쳤다.

 

 

 

도리를 위해서 리코더 연주에 열중하는 아리.

오빠노릇을 단단히 한다.

 

 

 

할머니가 거실 바닥에 눕혀놓고 잠시 주방 일을 보면서 도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여전히 잘 놀고 있는 소리기에 중간에 점검하려고 가봤더니 엎어져서 장난감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 도리! 잘 한다 도리!

오늘도 성공했구나!

 

데이케어에서 돌아오고, 아빠도 퇴근하고,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을 마치고···

그 사이에 아리와 함께 거실에서 놀고 있는데, 똑똑똑, 누군가 현관문을 노크한다.

예감이 있어서 엄마가 다가갔다.

아리도 마찬가지. 그래서 얼른 ‘안 돼. 아리!’

하고 제지시켰다.

 

역시 라칸이었다.

아리가 집에 돌아와 있는 기색을 알고 놀러온 것이다.

엄마가 문을 열고 저녁을 먹어야한다고 하면서 돌려보냈다.

 

 

 

 

도리는 멜로디 북!

 

 

 

그사이 할머니는 아리를 붙들고 라칸과 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는 라칸이나 메리엄과 노는 것을 멈춰야한다고 설명했더니 아리가 왜? 하고 물었다.

처음엔 함께 노니까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많이 놀아서 잠도 늦게 자고, DVD도 볼 시간이 없고, 책을 읽을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석연찮지만 할 수 없이 받아들이는 아리.

여전히 찜찜하다.

 

밴쿠버에서 돌아와서 보니까 발코니 문의 방충만의 철사가 손잡이 옆이 찢어져있었다. 분명, 라칸과 메리엄이 발코니를 넘어와 문을 열려고 하다 그랬을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에 또 옆집의 라칸이 칸막이로 막아둔 찬장을 밀치고 발코니 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엄마가 나가서 제지시켰다.

라칸이 엄마에게 아리와 놀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라칸을 달래었다.

“아리가 지금 자야할 시간이거든. 너도 가서 자야지”

라칸이 아쉽게 돌아섰다. 

 

 

 

 

아리가 지휘하는 가족 음악회

아빠는 피아노, 엄마는 우크렐레, 아리는 리코더 그리고 할머니는?

 

 

 

어차피 아리가 이웃집 라칸과 메리엄과 노는 것을 제한하기로 한 이상, 일주일에 한 두 번으로 줄이는 것보다는 딱 자르는 것이 낫다는 결정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립학교를 다니더라도, 호화롭게는 산다고 하더라도,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가정교육’, 혹은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점을 말하는 것이다.

라칸과 메리엄을 보면서 잘 사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방치되어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아빠도 퇴근하고,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에 또 옆집의 라칸이 칸막이로 막아둔 찬장을 밀치고 발코니 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엄마가 나가서 제지시켰다.

 

아리가 슬쩍 슬쩍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엄마를 따라나가기까지 했지만 이내 엄마 말을 따랐다.

 

 

 

 

할머니는 하모니카,

카리스마 아리!

아리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

애구, 사진찍기도 바쁜데...

 

 

 

가끔 현관문을 두드릴 때도 엄마와 할머니만이 아니라 아리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누굴까?’ ‘망태 할아버지?’

아리가 이런 식으로 눙치면서도 그게 곧 라칸이나 메리엄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해주어서 다행이다.

 

“할머니, 컴 다운스테얼!”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와 컴작업을 시작한 할머니의 귀에 아래층에서 왁자왁자, 우클렐레 소리와 아리의 노래 소리 등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엄마아빠와 이야기하며 뭔가를 조르고 있었다.

갑자기 아리가 할머니를 불러내린다.

“오케이!”

할머니가 대답을 하면서 컴을 끄는 동안에도 아리의 부르는 소리가 다급하다.

“할머니, 컴, 다운스테얼, 퀵클리 할머니!”

할머니가 층계를 내려가는데 우클렐레를 들고 튕기는 아리가 말했다.

“뮤직 타임~”

“오케이!”

 

아리가 또 리더역할을 했다.

 

 

 

이번엔 아리의 전자올갠 연주!

아리가 피아노 위에 전자올갠을 올려놓고 연주한다. 

 

 

 

아리는 무슨 일이든 리더 노릇을 하려고 한다. 심지어 길을 걸을 때에도,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나갈 때에도 자신이 맨 먼저 들어오거나 나가야하고, 버튼을 누르거나 계단을 내려오거나 올라갈 때에도 자기가 먼저 해야 하고, 노래를 부를 때에도 자신이 먼저 부르고, 자신이 부를 때 나서지 못하게 한다.

줄을 설 때에도 맨 앞에 자신이 서고 그다음에 아빠, 그리고 할머니, 그 뒤에 도리를 안은 엄마로 순서가 정해져있다.

 

리더인 아리의 명령에 따라 아빠가 오늘은 피아니스트.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누르고, 엄마는 리코더 플레이어. 소파에 앉았다. 할머니는 하모니카, 의자에 앉았다.

먼저 <아리랑>으로 시작해서 <학교종이 땡땡땡> <클레멘타인> 등 서너곡을 연주한 다음, 아리가 순서를 바꾼다. 아빠가 리코터연주자로 소파에 앉고 아리가 피아노연주자로 피아노에 앉았다.

또 잠시 후에 바꿨다.

“We have two more piano!”

하고는 제 놀이방으로 들어가더니 전자올갠과 장난감 전자올갠을 들고 나온다.

 

 

 

 

이번엔 아리가 피아노 연주,

아리의 생각은 수시로 바뀐다.

아리가 아는 곡을 연주하며 크게 노래를 부른다.

다른 사람이 노래하면 노오!

혼자서 부른다. 

 다 함께 부르라는 아리의 명령이 떨어져야 모두 합창을 한다.

이때 한 사람이라도 부르지 않으면 지적을 당하며 다시 하곤 한다. 

아리는 폭군이며 절대강자다!

 

지금 할머니의 의자가 빈 것은 할머니가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

 

 

 

 

한바탕 요란한 가족음악회가 진행되었다.

도리가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다가 방끗거리곤 했다.

 

엄마가 이야기했다. 아빠와 의논했다면서 할머니가 있으니까 아리의 유치원을 집근처로 옮기고, 도리를 돌봐주는 내니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냐고.

물론 할머니가 있다는 전제하에 내린 결정이다. 그래야 내니를 써도 마음이 놓인다. 할머니는 찬성!

우리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모를 일이니까 앞으로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