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3-기부행사와 아빠데이 선물과 수실아저씨선물.

천마리학 2012. 1. 14. 12:46

 

 

 

*2011년 6월 17일(금)-기부행사와 아빠데이 선물과 수실아저씨선물.

 

 

 

어제 학교에서 받은 통지문을 보고 엄마가 수영복일체를 준비했다. 특별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평소와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내용. 학부모도 동참할 수 있다고 하면서 2달러를 준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동전으로 2달러를 준비하고, 채소 스낵도 준비하고, 무엇보다도 매주 금요일에 로버츠 도서관에서 만나 한국일보를 받는 J형과의 데이트를 취소했다.

그러면서 생각나서 할머니는 어제 데이케어 선생들의 분위기를 엄마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더 이상 데이케어에 보낼 필요가 없겠다고 했다. 할머니도 동감.

어차피 6월 말이면 방학에 들어가고 다음 학기는 9월에 시작된다. 그러면 아리의 나이도 점점 데이케어와는 멀어지는데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데이케어에 굳이 돈 들여가면서 그때까지 보낼 필요가 없다. 그러잖아도 데이케어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고려 중이기도 했다. 그래서 데이케어에 그만 두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한 달 전에 통보해야하므로.

아리는 다음 달까지만 데이케어에 다니고 끝난다.

 

 

 

 

 

 

 

지난봄에 할머니가 제안했던 것처럼 아리의 유치원도 집 근처의 유치원으로 옮기고

도리의 데이케어도 집근처로 하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막상 물놀이는 수영복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 모든 학부모들도 다 돌아가기에 할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빈곤으로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2달러씩 하면서 아이들의 일상적인 수업이 아닌 방법으로 놀이를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학부모들은 이미 그런 내용을 경험해서 아는 모양이었다. 에릭 엄마도 마진 할머니도 빅토리아네 내니도 엘리자벳 엄마도 모두 돌아가고 할머니 혼자서 남아 수업광경을 참관하였다.

10명정도 되는 한 클라스를 오린지와 블루 팀으로 나눴는데, 아리는 마진과 함께 오린지팀, 에릭은 불루팀이 되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콩주머니 놀이:머리에 콩주머니를 이고 달리는 놀이, 균형감각을 기르는 놀이.

공막기: 아이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든 다음, 다리를 최대한으로 벌려 옆 사람과의 사이에 틈이 없게 한 다음, 두 손을 깍지 끼고 공을 굴려 상대방의 다리사이로 통과하게 하고, 자신의 다리 사이로 공이 통화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놀이.

공 튕기며 달리기:5m 정도의 짧은 거리를 공을 튕기며 달리기도 하고 양 발목 사이에 끼고 토끼처럼 뛰기, 머리위에 올리고 달려서 돌아오는 놀이.

물놀이:두 개의 사각의 플라스틱 물그릇을 각 줄의 앞에 놓고, 그 물에 스폰지를 적셔 머리에 이고 5m 전방에 세워둔 빈 페트병에 스폰지를 짜서 그 물이 들어가게 하는 놀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시시하고 사소한 놀이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아리는 늘 그렇듯, 집중력이 떨어져서 수시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라’는 지적을 해야했다.

아이들이 모두 산만하고 서툴지만 그래도 요령껏 따라하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바로 아리 앞에 있는 브라이언(중국아이)이 얼마나 경망스럽게 깡총거리던지 바짝 뒤에 선 아리가 염려스러울 정도였는데 공놀이에서 공을 튕기며 까불며 가다가 넘어져서 결국 양호실로 끌려가서 손바닥에 약을 바르고 나왔다. 그 사이에 아리 차례가 되었는데 아리가 공을 머리위로 치켜들고 깡충깡충 뛰어가다가 놓치기도 했지만 다시 주워들고 끝까지 와서 마진에게 패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공을 놓치고 딩굴고···

아리가 제일 깨끗하고 산뜻하게 잘 했다. 진행을 맡아보는 두 형이 아리가 제일 잘 했다고 칭찬하며 일어서게 해서 악수를 나누기까지 했다.

할머니는 수시로 행사진행에 누가 안 되도록 요령껏 살피며 사진도 찍고 아리가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다른 반에서 하는 리오도 발견하고, 알렉산더도 발견하고, 까밀라도 발견하여 나중에 보내주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까밀라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할머니를 발견하면 언제나 아는 체하며 쫑알거린다. 금요일에 아리를 만나 놀아도 되느냐? 우리집에 아리랑 함께 가도 되느냐? 엄마가 아리랑 함께 놀라고 했다. 엄마가 전화한다고 했다 등등의 말을 쫑알거리지만 할머닌 정확하게 알아듣지도 못하고 또 알아들으려고도 안하고 귀여워서 그저 호응하는 태도로 그래그래 하고 대답해준다. 어떤 땐 누가 와서 할머니 다리를 꾹 찌를 때도 있어서 보면 까밀라다. 할머니가 미처 보기 전에 제가 먼저 발견하면 그런다.

복도에서 만나면 으레 아리를 묻고 아리를 만나면 가장 반가워하며, 두 팔을 벌리고 아리! 하고 부르며 달려가서 허그를 한다. 아리를 만나러 아리의 교실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조그만 녀석이 정말 귀엽다. 하지만 아리는 덤덤한 편이어서 언제나 수동적이다. ^*^.

 

 

 

 

 

 

 

 

오늘 놀이프로그램은 1시 30분부터 3시까지.

그 이후엔 교실로 들어가 정상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동안 할머니는 운동장에 앉아 책<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2>를 읽었다.

 

 

3시 30분,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복도로 가는 길에 문 앞에서 엄마랑 함께 나오는 에릭을 만났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아리와 함께 운동장에서 놀겠다고 한다. 알았다고 했지만 속으로 아리를 데리고 일찍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서 기다리던 아리 역시 마진과 에릭과 함께 놀고 마진 집에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 모자, 백팩 그리고 아빠 선물! 하면서 던진다. ‘Father`s Day’라고 그림을 그렸다.

마진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 틈을 이용해서 ‘그래, 마진을 찾아보자’하면서 교문쪽으로 유도했다. 에릭이 운동장으로 나간 것을 말하지 않았다. 마진이 밖에 없었다. 짐작컨대 마진 할머니도 마진을 데리고 가버린 모양이었다. 잘됐다 싶어 아리를 유도하는데 아리는 두리번 두리번 마진과 에릭을 찾느라고 번들댄다.

 

 

 

 

 

 

마진과 에릭이 기다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작은 놀이터로 가보자고 했다. 휴런스트리트 공원의 놀이터를 말한다. 그러자고 했다. 거기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

“할머니, 작은 놀이터에 가서 없으면 다시 학교운동장으로 돌아가보자!”

가면서 아리가 하는 말이다.

안된다고 했다.

“Why? 할머니!”

아리가 강하게 되물었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모두 일찍 집에 갔을 것이라고 했더니, 마진집에 가기로 마진 엄마가 ‘예쓰’라고 했다고 하면서 우긴다.

엄마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고, 아빠도 일찍 퇴근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빨리 가서 선물도 전하자고 했지만, 시큰둥. 놀고 나서 가자는 것이다. 정말 아리의 놀이본능은 말릴 수가 없다.

다행이 휴런스트리트의 작은 놀이공원에는 비교적 아리보다 어린 아기들만 주로 네니들과 함께 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왠일인지 큰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아리의 요청으로 할 수 없이 할머니가 놀이 상대가 되어 미끄럼틀을 오르락 내리락, 멍키 바 아래서 발받침을 해주고, 술래가 되어 달리고··· 무릎이 시큰거린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모래 틀에서 노는 것을 발견, 아리가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달려가자마자 나이를 물어본 모양.

“할머니, 쟤가 비거 댄 미. 히이즈 여섯 살.”

“오케이!”

허락하고는 뒤따라가서 또 한바탕 모래놀이.

 

 

 

 

 

 

오후 5시가 넘어서 블로어스트리트로 나왔더니 거리에서 또 쿵쾅쿵쾅, 요란하다.

블루어 스트리트와 스파다이너 에비뉴에서 거리뮤지션들의 공연이었다. 그냥 가자고 할 리가 없다. 들렸다. 옆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핫도그를 사달하고 해서 사주었다. 베지(vege)와 토마토케쳡.

뮤지션의 공연이 끝날 무렵에 보니까 엘리자벳 엄마도 엘리자벳과 동생을 데리고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자벳 네가 돌아가고 나서도 아리와 함께 잔디 위 그늘 아래서 핫도그를 먹이고 딩굴며 놀게 하고, 그러고도 직성이 안풀리는 아리를 뮤지션들이 공연하던 자리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춤을 추게 했다.

할머니는 가끔 아리에게 이런 일을 시킨다. 담을 키우기 위해서다. 물론 아리는 수줍은 편의 성격이라서 선듯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계속 얼르고 유도해서 하게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래도 발동이 걸릴 때까지는 수줍어서 축소된 행동을 보인다. 신이 나면 그치지 않는 것이 아리의 특징이다. 그 모습도 동영상에 담았다.^*^

 

 

 

 

 

 

 

놀다가 문득 아리가 소리친다.

“할머니 할머니. 저기 스트릿 카. 유니온스테이션으로 가.”

스트릿카가 지하의 스파다이나 역에서 출발하여 지상으로 나오는 첫정거장인 서섹스 역을 발견하고 매우 신기한 발견을 한 기분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가 서있는 이 잔디밭 아래로 스트릿 카 길이 있고 거기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물론 다 이해되리란 기대는 안 하지만 알아듣는 듯, 아닌 듯.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집에 돌아가자고 했더니 서섹스 역으로 가서 타자는 것이다. 녀석. 정말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니까.

하지만 서섹스에서 타면 어제처럼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하고, 길 건너 스파다이너 역으로 가면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왜 그러냐고 또 묻었다.

첫 출발지라서 그렇다는 것을 이해시키느라고 길게 설명했더니 이해가 된 모양. 아쉬워하면서도 스파다이너 역을 가자고 했다.

 

 

 

 

 

 

스파다이너 역으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파더스 데이 선물’을 찾았다. 백팩에 넣어놨다고 했더니 꺼내달라고 한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들고 가겠다는 것이다. 들고가면 찢어질 수도 있고 더러워지니까 그냥 가서 집에서 꺼내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I want!”

꺼내줬다.

그런데 스파다이너 역에서 스트릿카를 기다릴 때 그것을 스트릿 카 운전수에게 보이겠다는 것이다. 아하, 자랑하고 싶었구나!^*^

스트릿카를 타자마자 선물그림을 들고 운전석으로 가려고 했지만 계속 올라오는 손님들 때문에 말렸다. 몇 번을 말리고 기회를 보다가 차가 출발하자 운전수에게 다가가더니 보였지만 운전수가 건성인 듯. 뒷 손님에 밀려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 생각에도 제대로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정거장에 정차할 때마다 계속 시도했다. 그래서 조금 더 가서 한가해지면 그때 다시 보이라고 했다. 킹스트리 역을 지날 때쯤 한산해져서 가서 보이라고 했더니 운전사에게 가서 펼쳐 보이면서 뭐라고 설명을 하는 아리.

“He makes for Father`s Day gift for his father and then he show that to you."

할머니가 도움말을 던졌더니 운전수가 안다고 하면서 눈을 찡끗했다. 아리가 만족해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선물그림을 개봉하려고 해서 아빠가 온 뒤에 해야 아빠가 소프라이즈! 한다고 말리느라고 싱갱이 하고 있는데 마침 아빠가 헬로우~ 하면서 들어왔다.

좋아하는 아빠! 좋아하는 아리! 좋아하는 엄마! 그리고 덩달아 좋아하는 도리와 할머니!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즐거웠다.^*^

오늘 휴론 유치원에서 아리를 픽업하면서 할머니에게 평소 빅토리아의 보호자로 오는 내니로 보이는 아줌마에게(필리피노) 내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내니를 소개시켜달라고 하면 좋은 내니를 소개시켜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일단 내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 연락처를 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응하겠다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영어를 잘하는 엄마에게 주어야 하니까.

416-

girlie(걸리)

메모를 엄마에게 주었다.

저녁때 집에 돌아오니 또 수실 아저씨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리의 의자. 아리의 책 정글북과 멜빵, 그리고 카 스티커 등.

무엇보다도 도리의 의자가 받자마자 유용하게 쓰였다. 정글북은 바로 이층 할머니방 침대로 옮겨지고 스티커는 아리의 팔목으로 옮겨붙고··· 땡큐! 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