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80-이자벨 아빠의 무모한 행동

천마리학 2011. 12. 23. 01:58

 

 

 

*2011년 6월 15일(수)-이자벨 아빠의 무모한 행동

 

 

방과 후였다. 여느 날처럼 운동장에서 아리와 에릭, 마진이 어울렸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자벨(6세)가 끼었다.

여전히 태그게임을 하며 운동장을 쓰고 다녔다.

그러던 중, 불상사가 생겼다.

미끄럼틀 아래 부분에서 아이들이 엉켜 흩어지면서 이자벨이 아리를 태그! 하자 이어서 아리가 이자벨을 태그! 하고는 놀이기구 계단이 있는 중앙으로 달렸다. 에릭이 이자벨을 푸쉬!하자 이자벨이 넘어졌다. 에릭이 넘어진 이자벨을 주먹으로때리고 달아났다. 뒤이어 달려온 아리가 넘어져있는 이자벨의 등에 태그! 하고는 재미있어하면서 바닥에 함께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창문아래 앉아있던 이자벨 아빠가 이자벨에게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아이들 소음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화를 내는 것은 분명했다.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도 심상찮음을 느끼고 다가갔다. 그 앞에서 다른 엄마 서 너 명도 지켜보고 있었다. 항상 있는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그 순간 이자벨 아빠가 아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슨 말인가를 하고 아리가 이어 뭐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바짝 할머니가 다가섰는데, 이자벨 아빠가

“던, 힛, 허!”하고 소리쳤다.

“노, 노우, 비풔 에릭 이즈 힛 허, 아리 이즈 낫···”

할머니의 소리는 듣지도 않고 이자벨 아빠가 홱 돌아서면서 “웹웹웹”하며 의미없는 제스쳐를 쓰며 되돌아가버렸다. 뒤에 대고 할머니가 소리쳤다.

“잇 이즌트. 잇 낫 나이스!”

하지만 이자벨 아빠는 들은 척도 안하고 창문아래 시멘트바닥에 앉아있었다.

 

 

 

 

 

 

 

할머니가 아리를 향해 팔을 벌렸다.

“아리, 괜찮아. 이라와.”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아리가 와락 할머니 품에 안기며 서럽게 북받치는 울음을 터트렸다. 할머니는 이럴 때 영어가 익숙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자벨 아빠에게 가서 그런 게 아니라고 상황을 설명하고 또 아이들 노는 일에 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조바심이 나고 안타까웠다.

더구나 서럽게 분하게 우는 아리가 더욱 마음에 걸려 아팠지만 참을 수밖에. 아리의 등을 다둑이며 진정시켰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할머니 뒤에서 그 모습을 내내 보고 있던 낯이 익은 엄마 한명이 할머니에게 아리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릭이 먼저 때렸다고. 그리고 이자벨 아빠의 행동이 안 좋다고. 상대할 필요 없다고 하면서 동조를 보냈다.

 

 

 

 

 

 

 

아리를 달래고 또 달래어서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아리가 놀기에 빠져서 놀이를 그만두지 않을 텐데··· 오늘은 워낙 충격이 컷나 보다. 순순히 할머니가 가자는 말에, 뭘 좀 먹자는 말에, 물을 마시자는 말에 호응하면서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니.

그래서 할머닌 더욱 안타깝다.

복도에서 물을 마시게 하고, 이것저것 아리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설명을 했다.

“할머니, 유 스트롱거 댄 이자벨 대디?”

“그러엄.”

“I want you hit hom, now!”

"그럼 안 돼. 왜냐하면 좋은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지."

 

 

 

 

 

 

“Why he hit me?”

아마 아리에겐 이자벨 아빠에게 맞은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그래서 할머니가 말해줬잖아. 큰소리로.”

“What did you say? 할머니?”

“그게 아녜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랬더니 이자벨 아빠가 아무 말도 안하잖아. 이자벨 아빠가 네가 이자벨을 태그 할 때 때린다고 생각했나봐. 그렇지만 이자벨 아빠처럼 그렇게 하는 건 좋지 않아.”

또 다시 갑자기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I have daddy and mommy."

"그럼그럼. 아리는 할머니도 있잖아.”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할머니, Tomorrow my daddy come to school and hit Isabell daddy!”

"그건 좋지 않아."

“할머니, 아리 아빠 던트 스트롱거 댄 이자벨 아빠?”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이자벨 아빠처럼 하는 건 신사가 아니거든.”

교문을 나오는 동안 내내 할머니의 마음이 복잡했다.

 

 

 

 

 

 

 

물을 마시고 세수를 간단히 시켜서 아리의 마음이 다소 진정은 됐지만, 할머니 생각에도 이자벨 아빠의 행동을 그대로 지나쳐버릴 수 없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한 그의 행동이 자기 딸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고 그것이 우리 아리에겐 쇼크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웹웹웹”하며 조롱하듯 돌아선 행동은 알게 모르게 동양인에 대한 불손함과 차별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아리에게 잠깐 복도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사무실로 갔다.

문앞에서 멈칫거리는 할머니를 보고 선생님이 일어서나왔다.

“Yoy need help?"

"Yes, I have talk to you, something about."

들어오라고 해서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지만 그대로 서서 말했다. 그 사이 아리도 따라들어와 옆의 벤치에 앉았다.

“ Ectully I don`t understand English well. but```" 으로 시작해서 대충 상황을 말했다.

 

 

 

 

 

 

 

 

아리는 룸 5반 소속이고 나는 할머니다. 항상 그렇듯이 오늘도 운동장에서 아리가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진, 에릭이랑 어울리는데 오늘은 이자벨이라는 아이도 처음으로 끼어들었다. 노는 중에 에릭이 먼저 때리고 도망 간 후 아리가 뒤이어 달려와서 태그 게임의 태그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을 목격한 이자벨 아빠가 달려와서 아리만은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내가 말했지만 그는 듣지도 않고 되돌아갔다. 아리는 그 일로 매우 슬퍼하고 있고, 또 아리에겐 충격이다. 아이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자벨 아빠의 행동은 아리에게 충격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나도 아리가 가장 어린데다 또 항상 에릭이 폭력적인 점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이들에겐 일상이기 때문에 그저 조심하고 있을 뿐이다. ··· 이런 내용을 말했지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는 알수 없고, 제대로 전달되기만을 바라고, 또 전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나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두 여선생은 열심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장실에서 통화중인 교장선생님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나에게 ‘통화 중’이라는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한 여선생님이

“Your English is very good!"

하고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까지 교장선생님의 통화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할머니는

“ I think, it is usual for children. but it is not nice to children like that. and it is shock to Ari. so I want, you know about that."

하고 아리의 손목을 잡고 나왔다.

 

 

 

 

 

 

할머니의 영어가 어찌됐건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있고, 분명하게 했다. 그렇더라고 찜찜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고, 또 동양인 사이에도 은근히 중국인들의 득세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라의 힘이 약한 걸.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가짐 즉 태도도 마땅찮을 때가 많은 걸. 쯧! 에휴!

무엇보다도 어린 아리의 마음이 어떨까?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