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78-데이케어 가기가 서먹서먹 아리

천마리학 2011. 12. 16. 11:22

 

 

 

*2011년 6월 13일(월)-데이케어 가기가 서먹서먹 아리

 

 

 

2주간의 여행 때문에 결석을 했기 때문에 서먹해진 아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은근히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만나면 반가워 할 거라고, 유도했다.

마지못해 옷을 입고, 집을 나서고, 길을 걷고···

 

 

 

 

 

 

 

그런데 마침 스파다이너 역으로 가는 스트릿 카 안에서 아리가 이상하게 뒷좌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도 눈길을 고정시키고 있기에 억지로 끌고가서 그런가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할머니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뒷좌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돌아보니 웬 동양인 노인이 앉아 마주 웃어 보이고 있었다.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미안해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안 된다고 하며 다둑였다. 다시 아리가 귓속말을 했다.

“할머니, 룩스 라이크 그램마, 앤 그랜파.”

오, 그래? 하면서 할머니는 안심을 했다. 행여 민망한 말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흑인을 보고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얼굴이 검다고 했었던 일도 있고, 거칠어 보이는 어떤 사람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럽다고 한 일도 있어서다.

 

 

 

 

 

 

 

 

할머니가 뒤돌아보고 그 노인들에게 설명을 했다.

제 딴에는 동양인 노인이라서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짐작한 것이었다.

“유 알 룩스 라이크 그랜마 앤 그랜 파”

그랬더니 아하, 맞다고 하면서 좋아라하며 응답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필립핀. 아리에게 필립핀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 노인이 중국인이냐고 묻기에 할머니가 코리안이라고 대답했더니 듣고 있던 아리가 대뜸 ‘아리랑’을 안다고 하면서 아리랑 한 소절을 자그마하게 읖조리는 것이었다.

 

 

 

 

 

 

 

 

내 손자의 이름이 ‘아리’인데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의 ‘아리’라고 설명하고, 그래서 ‘아리랑’은 ‘내 손자의 노래이기도 하다’고···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이어서 그 안노인이 아리를 ‘오, 아리! 아리!’하고 부르며, 불고기, 갈비 그리고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자 아리도 ‘아이 러브 김치’하며 대답했다.

그 노인들이 칼리지에서 내리면서 바이바이 아리! 하자 아리도 바이바이! 하고 응답하더니 스트릿 카가 출발 한 후에도 창밖을 향하여 계속 바이바이!를 했다. 그 노인들이 길 위에서 손을 흔들어 응답해주었다.

 

 

 

 

 

 

 

그렇게 아리의 기분이 풀렸다.

그런대로 무사하게 교실로 들여보내고, 할머니는 로버츠 도서관으로 갔다.

그런데 오, 이게 왠일?

누군가가 책을 펼치는 할머니 어깨를 뒤에서 안았다.

존 아저씨!

두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더라고 해서 밴쿠버에 다녀왔단 이야기를 했다. 존 아저씨는 지금 시험 중이라고 하면서 2주일 후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