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93-아리 주니어 킨더가든 졸업과 학년 말 방학

천마리학 2012. 2. 2. 02:03

 

 

 

*2011년 6월 29일(수)-아리 주니어 킨더가든 졸업과 학년 말 방학. 793

 

 

16도 23도.

춥지도 덥지도 않다. 만약 겨울철이라면 항상 실제기온보다 거의 배는 더 낮은 체감온도 때문에 춥겠지만 지금은 여름철이라서 딱 좋다. 한국의 여름처럼 끈적거림이 없고 비록 덥다 해도 나무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의 여름은 살기 좋다.

 

 

휴론학교 앞에서

 

 

 

오늘은 방학과 동시에 2010~2011년 학기가 끝나는 날, 따라서 아리가 주니어(JK) 킨더가든을 마치는 날, 이제 9월에 시작되는 새 학기에는 씨니어 킨더가든(SK) 클라스가 시작된다. 또 7월 두 번 째 목요일까지만 가면 데이케어에도 끝이다.

3월 1일에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방과 후에 유치원의 놀이터에서 마지막 놀이를 하는데 또 에릭과 어울리면서 푸싱과 때리기 때문에 놀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리가 두 번이나 울고 말았다.

“Erick! Don't push him. Don't hit him!”

하지만 소용없다. 에릭은 어려서 그렇다치고, 참 이해할 수 없는 에릭 엄마다.

핸폰 통화에 빠져있으면서 건성으로 하는 말.

“Be careful each other!”

“Why each other?”

반응이 없다. 탓할 수도 없고 따질 수도 없다.

 

 

 

블루어 스트리트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아리를 달래어 휴론 스트리트 놀이터로 옮겼다. 에릭은 마진에게도 그렇다. 오히려 마진이 만만해서 더 그런다. 그래도 아리와는 좋아하며 죽이 맞는 편이라서 두 녀석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마진은 에릭 때문에 늘 울보다. 아리는 그런 마진을 답답해하면서도 안쓰러워 달래곤 하고, 에릭은 전혀 무관심이다. 에릭이 아리와는 그래도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불쑥불쑥 휘드르레 도는 폭력성, 아리는 마진처럼 그냥 맞고 우는게 아니고 대들지만 역부족이다. 그래서 문제다.

미스 백스터와 교장선생님께 1년 동안의 교육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캐나다에 살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헛 발린 웃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실성이 없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곧잘 상냥하게 웃고 친절하게 군다. 선생님들도 항상 그렇다. 입에 늘 웃음과 함께 ‘my friend!'를 달고 다니지만 아닌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매우 친절하게 보이지만 돌아서면 그뿐, 진실성이 없는 경우, 그것은 마치 조정해놓은 기계나 인형 같다.

 

 

 

블루어 앤 스파다이나의 거리공연 무대에서

 

 

 

 

아리는 그동안의 활동내용들이 적혀있는 노트, 그림, 공작물 등이 들어있는 커다란 종이백을 받았다. 형식과 겉치레가 많은 한국과 다른 점이 바로 캐네디언들의 소박하고 검소함이다. 이런 행사도 우리나라 같으면 대강당이나 운동장에서 모여 대대적으로 별 의미 없는 훈화 곁들여 치를 일이지만 여기는 각 반에서 각자에게 맞는 인사와 감사의 표시를 하고, 또 성적위주가 아니라 각자의 재능대로 한 실적을 그대로 담아서 준다.

아리는 종이백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운동장에서 놀던 대로 양말발로 가겠다고 한다. 겨우 달래어 길에서 슈즈를 신게 했지만 휴론 놀이터에 들어서자마자 또 벗는다. 슈즈가 커서 헐렁거리니까 매우 불편해 한다. 당연하다.

할머니가 하는 생각, 왜 늘 아리의 신발은 제대로 잘 맞는 것이 없을까? 이다.

이야기하면 언제나 그런 호수(사이즈)가 없다는 대답. 불만이다. 사실 그 대답을 100%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구나 달리기 좋아하는 아리에겐 늘 헐떡거리는 신발이 걸리적거리는 존재다. 그래서 늘 양말발로 뛰어논다. 양말이 곤죽이 되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처음엔 할머니가 놀이상대가 되어주느라고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또래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5세인 조쉬아와 4세의 데미안. 처음엔 원래 단짝이던 조쉬아와 데미안이 더 가깝고 익숙한 사이라서 아리가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오래지 않아서 이내 잘 어울려서 신나게 놀았다.

6시 무렵까지 놀고도 부족한 아리.

 

 

 

스파다이나의 거리공원에서

 

 

 

조쉬아와 데미안 엄마들이 아이들을 피자 먹으러 가자고 달래어 떠난 것을 정말로 알아듣고 함께 가겠다는 아리.

억지로 설득하고 말려서 여벌로 갖고 다니는 양말을 신기고, 범벅이 된 옷을 터는데도 아리는 피자가게를 가보자고 한다. 우리 아리는 정말 친구들을, 아니 사람을 좋아한다. ^*^

아이들이 안 가려고 하니까 엄마들이 거짓말해서 데려간 거라고. 그리고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은 집엔 가지 않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럼 근처의 피자가게로 가보자는 것. 역시 집요한 아리.

블로어 스트리트로 나왔다. 이번엔 피자를 먹겠다고 한다.

“좋아, 오늘 아리가 주니어 킨더가든 졸업했으니까 축하로! 피자가게를 찾아보자.”

스파다이나 역 쪽으로 꺾어져 걷는데 대뜸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오, 데어 피자 피자!”

녀석!

들어가서 하와이안 피자 한쪽을 주문했다.

“봐, 조쉬아랑 데미안이 없잖아.”

끄덕이더니 하는 말.

“메이비 에트 홈!”

그럼 그렇지. 아리가 절대로 그대로 수긍하면 아리가 아니지. 어떻게든 자기 주장을 통과시티는 아리니까.

이그, 녀석 참!

 

 

 

친구를 기다리는 흑인아저씨와 잠시 친구삼았다.

 

 

 

 

집에서 싸온 블루베리와 크램베리도 꺼내놓았다. 뛰어놀고 난 끝이라선지 맛있게 잘 먹었다.

피자를 반쪽 먹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먹겠단다.

피자가게를 나와 걸으면서 <아리랑>을 큰소리로 불러댄다. 그러더니 이번엔 맞은편의 공원에서 놀다 가잔다. 지난번 거리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았던 자리다. 그 자리에서 <아리랑> 부르기를 조건으로 길을 건넜다.

길바닥에 놓인 까만 대리석들 위를 뛰어다니며, <아리랑>을 불렀다.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러더니 이내 공원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양말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저쪽 끝까지 갔다 와서는

“할머니 할머니, There is Monster.” 하기도 하고,

“ I will show you. 할머니 할머니 There is bed guy.”

하면서 할머니 손을 잡아끈다. 함께 잔디 위를 뛰어다니기를 30여분, 7시가 가까워졌다. 또다시 집으로 가자고 달래었다.

 

 

 

거리 안내판을 체크해보는 아리.

 

 

 

 

 

집에 돌아오니 이미 아빠가 퇴근해 있었고, 엄마는 비트를 이용하여 맛있는 비빔밥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도리는 이유식을 먹다가 할머니와 오빠를 보고 방긋방긋.

재잘재잘, 종알종알···

으그르르, 으르르르··· 함박 웃음.

아리와 도리로 가득 찬 저녁식사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