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75-빅토리아 시내구경, 엠프레스 호텔과 존 레넌의 노란 차가 있는 박물관.

천마리학 2011. 12. 8. 03:30

 

 

 

*2011년 6월 10일(금)-빅토리아 시내구경, 엠프레스 호텔과 존 레넌의 노란 차가 있는 박물관.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는데, 엄마가 그 수업을 제치기로 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고 엄마와는 관계가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빅토리아 시내의 다운타운 구경을 갔다.

이층버스를 탔다. 엄마와 아빠는 도리의 스트롤러 때문에 아래층에 있어야 했으므로 아리와 할머니만 이층으로 올라가서 왼쪽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 바로 운전사 위쪽이 된다.

좌석이 높아서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고 경관이 좋았다.

 

 

2층 버스의 2층의 맨 앞자리에 앉은 아리.

사실 할머니도 이곳에 와서는 2층버스에 처음으로 타봤다.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 더 멋있어 보였다.

 

 

 

오전 버스라 그런지 손님이 적은데다 이층은 우리뿐이었는데 나중에 어떤 엄마와 두 아기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 엄마가 아이들에게 계속 들려주는 대화를 듣던 아리가 귓속말을 해왔다.

“할머니, 저 아줌마, 한국말!”

일본말이 아리의 귀에는 한국말로 들린 모양이었다. 일본말이라고 해줬더니, 할머니도 일본말을 아느냐고 묻는다.

“어 리틀 빗!”

아리가 할머니를 대단하다는 식으로 웃으며 그 여자를 번갈아보았다.

 

 

 

 

버스에 앉아서도 여전히 맵을 들여다보며 체크하고 있는 아리.

글자를 아직 모르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찾고 체크하고```

정말 우리 아리는 신통하기만 하다.

 

 

 

 

 

다운타운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걷은데 바람이 살랑거려 서늘하게 느껴져서 아리에게 춥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춥다’하고 대답했다. 아리는 아직, 한국말의 개념도 잘 파악하지 못하지만, 경어에 대해서도 서툴다.

그런데 아리의 그 ‘춥다’라는 말을 지나던 행인이 들었는지 ‘춥다?’하고 흉내 내었다. 엄마 또래의 젊은 여자였다.

“한국말 아세요?”

할머니가 물었더니 조금 안다고 하면서 걸음을 멈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서가던 엄마까지 가까이 와서 한동안 영어와 불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 여자는 오래 전에 교회일로 한국에 가서 대구, 인천, 광주 등지에서 지낸 일이 있고, 또 다시 몇 해 전에 한국에 가서 영어선생님을 했으며 지금은 남편의 공부 때문에 파리에 있는데 빅토리아에 용무가 있어 며칠간 다니러 온 것이라고 했고 이번 여름에 토론토에 올 것이라고 했다.

 

 

 

 

엠프레스 호텔(Empress Hotel)의 측면 모서리에 있는 입구에 세워진 조각상.

Emily Carr의 작품 [Our Emily]였다.

아무리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된 개라고 하더라도 아리에겐 그저 타고 싶은 동물일 뿐이다.

이곳에서 한 바탕 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는 외국에 살면서 가끔 이렇게 불어와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항상 부럽다. 또 엄마아빠도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것이 매우 대견스럽기도 하다. 우리 아리도 지금은 영어에 한국어와 불어까지 배우느라고 힘들지만 얼른 다 배워서 익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유명하다는 엠프레스 호텔(Empress, 빅토리아 여왕이 묵었다고 한다.)과 주청사건물, 박물관 그리고 오래된 거리이면서 번화가인 가번먼트 스트리트의 입구가 바로 태평양의 물결이 출렁이는 만을 싸안고 인접해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볼만한 핵심지역이었다.

 

 

 

 

주청사 앞의 만에서 잠시 쉬고 있다.

엠프레스 호텔에서 마주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웠다.

가번먼트 스트리트로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만의 풍경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이었다.

 

 

 

엠프레스 호텔은 외양부터 정원 가꾸기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영국풍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청사 건물역시 고풍스러운 영국식 건물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건물의 앞에 넓은 잔디밭에는 19세기의 복장을 한 젊은 남녀가 눈요기로 파라솔을 들고 한가롭게 거닐며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 노릇도 하고, 질문에 대답도 해주었다.

 

가번먼트 스트리트 입구의 카페에서 초컬릿밀크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출발신호를 올렸다. 카페 안에는 19세기 시절의 거리풍경과 당시의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과 당시의 카페 종업원의 모습의 흑백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맞은편 길 건너편에 관광안내소가 있었고, 거리엔 마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차를 볼 때만다 아리는 환호성이다.

 

 

 

빅토리아 여황이 묵었다는 빅토리아 최고의 호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아리는 그저 재미있어 할머니에게 계속 장난을 칠 뿐.

정문 앞에 비스듬히 구부리고 있는 나무 두 그루가

마치 집 입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개 두마리의 모습같아서 흥미로웠다.

 

 

 

 

외국을 다니다 보면, 토론토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옛역사를 참 중요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기에 비하면 확 뜯어고치고, 신식만 쫒는 우리의 생활모습이 반성되고 아쉽게 느껴진다.

들르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혹은 호텔 같은 곳에서도 옛날의 모습, 복장, 등을 찍은 사진을 걸어둔 것은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레스토랑 같은 곳에는 마를린 먼로우, 권투선수 알리, 엘비스 프레스리, 벤 죤스 등 우리는 잊혀진 인물로 생각하는 사람들, 한 세기 전 혹은 두 세기 전의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치 옛날 할머니가 자랄 때 시골집에 가면 집집마다 누렇게 변색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진이라든지 가족들의 어릴적 모습의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은 것 같이. 그러니 지금은 신식바람이 불고 양옥이 지어지면서 그런 모습들이 사라져버렸다. 역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등한시 하는 우리의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주청사를 뒷배경으로

돌담위에 올라서서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익살을 부리는 아리.

 

 

 

 

 

 

가번먼트 거리(Government St)를 따라 올라가면서 옷가게에 들려 엄마 옷, 아빠 옷, 할머니 옷 한 벌씩과 아리의 장난감 노란색 스쿨버스을 샀다.

챠이나 타운을 둘러보고,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빅토리아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했다면서 엄마는 ‘피시 앤 칩’을 시켰고, 아빠는 역시 양고기 스테이크, 할머니는 튜나와 염소치즈로 버므린 샐러드.

‘피시 앤 칩’은 튀긴 생선에 감자칲과 양배추 샐러드가 곁들여졌는데, 한국의 금강근처에 가면 먹을 수 있는 ‘도리뱅뱅이’를 연상시켰다.

뼈 째 먹을 수 있는 ‘도리뱅뱅이’와는 다르게 살집이 많은 생선의 살만을 튀긴 것이긴 했지만 생선을 튀겼다는 점에서. 거기에 비해 ‘피시 앤 칩’은 살집이 많고 연했다.

 

 

 

 

만을 뒷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도리.

가번먼트 거리의 입구가 된다.

봄햇살보다 더 밝다.

 

 

 

 

박물관에 갔을 때, 들어서자마자 1층의 홀에 비틀즈의 멤버이던 존 레넌이 타던 노란색 차(John Lennon`s Yellow Subnarlne)가 전시되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1965년에 만들어진 노란색 Rolls-Royce Ltd 였다, 노란색 차체엔 가득하게 아라베스크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매우 화려했다.

 

아리의 관심은 역시 다이너소어.

아리는 넓은 판매장 어디선가 다이너소어(공룡)에 대한 책과 맘모스 책을 용케도 골라와서 읽어달라고 졸랐다. 아리가 요즘 지적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할머니는 이제 글자를 가르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번먼트 거리의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핫 초컬릿을 마시면서,

바깥에 달리고 있는 마차를 구경했다.

아리의 표정?

이곳에서 설치다가 컵을 깨트리기도 했다.

 

 

 

엔띠끄(골동품)거리를 거쳐 오래된 천주교 성당을 둘러보고, 일본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아리가 어린이용 메뉴를 주문해서 거의 다 먹었다. 그래도 여전히 말썽은 말썽이어서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레스토랑 맞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아리는 시내를 돌아보는 동안에도 내내 스쿨버스를 놓지 않았다. 길바닥에 엎드려서도 굴리고, 지나는 건물의 벽, 기둥, 계단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굴리고 빵빵거리며 가지고 논다. 스쿨버스를 매우 좋아한다.

“아리. 타이어드.”

또 간혹 안아달라고 해서 할머니를 힘들게 한다.

 

 

 

 

도리 역시 바깥 구경을 한다.

엄마와 할머니를 잠시 쉬게 하느라고 아빠가 도리를 안았다.

여행중에도 별탈없이 그저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는 도리가 신통방통!

 

 

 

 

 

숙소로 돌아와서 아빠는 전화로 차 렌트를 계약했다.

내일 저녁에 빅토리아를 떠나야하니까 낯 동안에 차를 렌트해서 다시 한 번 빅토리아를 샅샅이 구경하기 위해서다.

내일 아침에 떠나야하니까 짐 정리를 대충 하고 아빠는 구내에 있는 동전 세탁소에서 두 번째 세탁을 마지막으로 해왔다. $5에 두 번 할 수 있었다.

 

 

 

 

차이나 타운에서 여전히 개구장이인 아리.

어딜르 가나 차이나 타운은 있고 그 범위도 크다.

이곳 빅토리아에서도 마찬가지.

 

 

 

 

 

도리는 가끔씩 스트롤러에 있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일어나고 싶어 하다가 안 일으켜주면 끼악끼악 소리를 지른다.

계속 실려 다니고, 계속 누워있기가 얼마나 지루할까? 우리 도리!

안아주려는 기색을 알아채고 두 손을 버둥거리며 두 손을 옴짝옴짝 움직이며,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또 어깨를 들썩이고 몸통을 들어 올리곤 한다. 일으켜달라는 신호이다. 안아 올리면 좋아서 펄쩍펄쩍 점프를 한다.

‘도리송’을 불러주면 방실방실, 창밖을 보여주면 호기심으로 신기한 듯 다 훑어본다.

똑 딱 똑 딱··· 하고 시계바늘 소리를 들려주어도 신기한 듯 할머니의 얼굴을 따라 좌우로 눈동자를 굴리며 좋아한다.

길거리에서도 도리를 보는 사람마다 정말 예쁘다고 한 마디씩 한다.

 

 

 

 

 

퀘백에서 관광왔다는 이 부부는 아리 도리 때문에 말을 걸었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아빠가 모두 불어를 구사하니 의사소통이 잘 되어

더욱 반가운 모양이었다.

 

 

 

엠프레스 호텔 앞의 길 건너편에 있는 만(灣)에서 만난 어떤 부부는 퀘백에서 관광온 길이라고 하면서 아리와 도리를 보고 예쁘다고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을 이야기 했다.

아리에게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도리에겐 손짓을 해가며 꾸꾸~ 하면 방실방실 대답해주니 떠날 줄을 모른다.

우리 손자손녀는 어디가나 인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