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9일(목)-맵과 팜플릿 챙기는 아리, 낯선 동네의 놀이터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8시 30분에 나가고,
어디로 갈까? 아빠가 궁리를 하고 있는 동안에 아리가 그동안 모았던 팜플릿들을 뒤적이며 이방 저방을 왔다 갔다 하더니, 갑자기 다급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소리가 하도 진지하고 절절하게 들려서 놀라서 가보니, 아리가 복도에 주저앉아 몇 장의 팜플릿을 손에 든 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속상해하는 것이었다. 아리가 아끼는 팜플릿 한 장을 도리가 구겨놓았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아리는 어디를 가도 엄마아빠나 할머니를 봐와서 그런지 꼭 팜플릿이나 안내문 같은 것을 예사로 보지 않고 뽑아들고 와서 할머니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제 몫으로 꼭 챙긴다.
산책 나가는 길. 초록 풀밭 위에 노란 풀꽃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할머니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데 아리는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오고 있다.
집에 있을 때도 거리의 신문 좌판대에서도 신문이나 광고문을 꼭 뽑아오는 아리다. 이번에 여기 와서도 내내 그랬다. 그렇게 모아온 팜플릿들을 뒤적여가며 보고, 골라서 간직하기도 한다. 네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특히 말 그림. 혹은 지도 등. 제 맘에 드는 것을 간직하고 가끔씩 들추어가며 설명하기도 하고 보여준다. 아리는 일찍부터 화살표 사용법을 가르쳐 주어서 이미 잘 안다. 또 할머니가 외출했다가 거리에서 받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일부러 뽑기도 한 시내의 관광맵을 아리에게 주곤 하였고, 토론토 시내의 TTC 맵도 이미 할머니방의 옷장과 할머니 화장실의 문 안쪽에 붙여놓고 함께 역이름과 색깔별로 되어있는 노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태다. 그 후로 나갈 때면 꼭 팜플릿을 손에 들고 리더노릇을 한다.
어제는 할머니가 이 도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 팜플릿을 뽑아온 아리에게 저녁에 지도 보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었다.
맵을 펼쳐좋고 무언인가를 찾느라고 골똘해있는 아리.
그 맵에 표시된 마크를 설명해주고,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었다. 그랬더니 오늘도 나갈 준비로 팜플릿을 챙겼는데 도리가 구겨놓을 것을 보았던 것이다. 늘 어수선하게 늘어놓고 이것저것 뒤지며 보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늘어놓기도 해서 그저 건성인 줄 알았더니 제 깜냥에는 제 소용이 닿는 것을 챙기고 또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특하기도 하지. 역시 아이들에겐 보기엔 건성으로 보이고 하찮게 보여도 나름대로는 체험이고 교육이 되는가보다.
아빠가 다시 나가서 구해오겠다고 달래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할머니가 다른 여분의 할머니 팜플릿들을 뒤적여 똑같을 것을 용케 찾아내어 주었더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거둔다.
할머니가 도리를 안고 다가가서 ‘오빠,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하고 말했더니 ‘괜찮아’하면서 웃고는 아빠 따라 나간다.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은 모양이다. 열심히 적고 있다. 아마 어제 떠나온 'VANCUBER' 를 쓰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가 이따가 들어오면서 할머니에게 팜플릿 좋은 거 갖다 줘 했더니 그러겠다고 대답하며 기분 좋게 나갔다. “우리 착한 아리야, 잘 다녀오너라.” “녜, 방구!”
아리와 아빠가 나간 사이 할머니는 도리를 안고 똑, 딱, 똑, 딱, 시계추 소리를 들려줬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오후에 아빠랑 함께 놀이터에 다녀온 아리. 들어서자마자 숨넘어가는 소리로 부른다. “할머니, 할머니, I did better than another boy. 놀이터. He is 5 more. ````` I need more practise.” 종잡을 수 없었지만 뭔가를 5살이 넘은 아이보다 제가 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말은 무엇일까?
숙소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리. 우리 아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잘 뛰고 잘 달린다. 아리는 마라톤 선수!
다시 진정시켜가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놀이터에서 만난, 저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보다 철봉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아리가 잘 했고, 멍키 바는 그 아이가 잘 했기 때문에 아리 자신의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5살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었다. 기둥 타기는 그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더라면서 으스대면서 자기가 스트롱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리의 근래 화두는 ‘스트롱’이다.
이 놀이터에서 놀아도 될까? 한적한 오후, 낯선 마을. 두리번 거림도 잠시.
오늘은 엄마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나갔다. 그런데 평소처럼 3시 30분에 나온 엄마가 오늘은 한 시간 더 있다고 하며 도리에게 젖을 먹이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고 우리는 캠퍼스에서 놀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아빠는 앞 멜빵으로 도리를 매고 여기저기 거닐고. 할머니는 아리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잔디 위를 딩굴었더니 머리가 어찔어찔. 속이 메슥거린다. 그래도 계속 추궁하는 아리! 오 마이! 아리야 할머니 좀 살려줘.
이내 미끄럼틀 주인이 되어버린다. 열심히 오르내리더니 작다고 한다. "유노우? 홴 아이 워스 투 오얼 쓰리```" 하면서 설명한다. 지금 자기가 타기엔 너무 작은 미끄럼틀이라는 것이다. ^*^
5시에 끝내고 엄마가 나왔다. 구내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아리가 갑자기 노트가 필요하다면서 아빠에게 노트를 사달라고 졸랐다. 노트라면 할머니가 많이 있으니까 토론토로 돌아가서 주겠다고 했더니 당장 여기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달래고 듣지 않아서 겨우겨우 화제를 바꾸어서 관심을 이동시킨 후 레스토랑에 갔다. 아리는 토핑으로 파인애플을 얹은 핏자를 주문해놓고, 채 반도 먹기 전에 의자에서 몸을 구부리고 잠이 들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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