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70-워크샵 시작과 FINNERTY GARDENS

천마리학 2011. 11. 21. 15:05

 

 

 

*2011년 6월 6일(월)-워크샵 시작과 FINNERTY GARDENS

 

 

드디어 오늘부터 엄마의 워크샵이 시작된다. 아침 8시 반에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준비를 마친 엄마가 숙소를 나섰다.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도움이 못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9시경에 우리는 산책 겸 놀이터로 나갔다. 낯선 곳에서도 놀이터만 나타나면 아리는 용감하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구내매점에서 음식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11시 30분.

 

 

 

이번엔 또 징검돌을 딛고 연못을 건너고 있다.

조심! 하고 외쳐대지만 듣는둥 마는 둥.

 

 

 

 

할머니는 튜나 샌드위치, 아리는 베이글과 초컬릿 밀크.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것과 아빠가 좋아하는 것으로 아빠가 생각해서 결정. 할머닌 늘 알려줘도 음식메뉴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접수처에 어제 말해놓은 냄비와 후라이팬 등 조리기구들이 두 상자 배달되었다.

 

 

 

 

나무 등걸에 기어올라가는 아리,

무슨 벌레를 본 모양이다.

호기심도 많고, 장난기도 많은 아리.

장소를 불문하고 기어다니고 딩굴고...

그러니 바지마다 무릎성한 바지가 없다.

 

 

 

 

엄마는 점심식사 후에 이메일을 정리하고 도리에게 젖을 먹이고, 1시에 다시 나갔다.

우리는 뒷정리를 하고 1시 30분에 나가서 캠퍼스 내에 있는 유명하다는 피날티 정원(Finnerty Gardens of Victoria University)에 갔다.

정말 아름다운 자연정원이었다.

정원 안에서도 구석구석 뛰어다니는 아리, 가끔 보채기도 하고, 또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잘 견뎌주는 도리, 모두모두 신통방통 이쁘기만 하다.

 

 

 

 

이번에 할머니가 쉬고 있다.

아리와 방금 전까지도 숨바꼭질을 하느라고 힘들었다.

할머니가 쉬자고 하는데도 아리는 여전히 쌩쌩.

 

 

 

 

그동안 유럽 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보아온 인공적인 정원들, 예를 들면 파리의 벨사이유 궁전의 정원, 에펠탑 근처의 정원, 또 제네바의 정원, 이탈리아의 보르메 정원, 체코와 헝가리 등의 유명한 정원, 등등 사람의 손으로 가꾸어진 정원들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박한 정원을 ‘자연 그대로의 정원’이라는 표현으로 찬양해온 교육을 받은 의식으로 약간의 충돌이 왔었다. 그러면서 인공적인 아름다움도 대단한 아름다움이라는 것, 우리나라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정원이란 의미는 때로 소박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지만, 실제론 ‘초라’함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의미부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생각에 따라 취향에 따라 조성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의미부여도 자연스러워야 하며, 타당해야 하며, 굳이 인공적이라는 이유로 비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인공적인 것도 또 하나의 창작품이며 예술품이라는 생각, 어쩌면 그것이 더욱 예술적인 창작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가끔 도리에게 젖병을 물리기도 하는 아리.

잘도 받아 먹는 도리,

오빠노릇도 만점!

도리야 그렇지?

^*^

 

 

 

 

또 우리의 정원은 ‘소박하다’고 표현한다면, 외국의 정원들은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소박함’과 ‘화려함’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서로 대칭되는 상대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소박하다는 것은 일종의 빈약함이나 무력함이 아닐까? 화려하다는 것은 그만큼 장식하고 장식할 수 있는 능력이나 안목이 있을 테니까. 높다 낮다로 가려질 수 있는 안목의 차이야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역시 격에 따라 다를 것이고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 벤쿠버에 와서 이름 있다는 정원을 보면서, 정원이라기보다는 식물원, 말하자면 자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훨씬 더 울창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온갖 식물들이 가득하게 가꾸어지고 있는 숲이었다. 특히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이 정원 역시 피날티라는 사람의 기증품이라는 것.

 

 

 

 

할머니가 기워준 아리의 바지,

무릎이 헤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아리가 최고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리도리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최고야! 하는 걸까?

사진을 찍어주는 할머니가 최고야! 하는 걸까?

 

 

 

 

3시 30분에 끝나는 엄마의 본 강의시간 후의 시간에 맞춰 강의실 건물 앞 분수대에서 만나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도리에게 젖을 먹였다.

4시에 시작하는 전체 강의시간에 들어간 엄마가 예정보다 좀 일찍 나왔다. 강의 내용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고 했다. 물론 다 들어야하지만 도리에게 젖을 먹여야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 공부하는 엄마의 애로사항이다.

하지만 잘 해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힘들다고 이유를 달아버리면 이번 워크샾 같은 것도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힘이 들어도 알찬 내일을 위해서 알찬 현재를 기꺼이 보내는 엄마,

단 한 가지도 반대하지 않고 늘 지원하고 협조하며 열심히 외조를 하는 아빠,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늘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막대기로 장나치다가 잠시 할머니에게 붙들렸다.

 

 

 

솔직히 할머니로선 이런 딸과 사위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게다가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니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아빠나 할머니가 도와주는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면서 가족들을 배려해서 항상 스케줄을 잡아주는 엄마를 보면, 적극 협조해서 스케줄 조정과 여행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처리하고 이끌어주는 아빠를 보면 할머니가 돕기보다는 할머니가 덕을 본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기회들 때문에 외국여행도 하고 낯선 곳의 풍물이나 경험을 두루 하면서 자라는 우리 아리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육이 되고 경험이 되리라는 것 때문에 더욱 좋다. 서로서로 배려가 넘치고 신뢰가 넘치는 엄마와 아빠, 그런 부모를 둔 아리와 도리, 그런 딸을 둔 할머니. 행복하기만 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는 모습.

 

 

 

우리 가족은 정말 복 받은 가족이고, 그래서 할머니는 복 많은 사람이다.

구내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후 캠퍼스의 늘 지나는 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왔더니 각 방마다 새 타월 두 장 씩과 비누 한 개씩을 놓고 갔다.

할머니는 밤 내내 하루끼의 <댄스 댄스 댄스> 읽기를 마치고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2>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