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69-페리호로 빅토리아를 향해서 출발!

천마리학 2011. 11. 20. 01:29

 

 

 

*2011년 6월 5일(일)-페리호로 빅토리아를 향해서 출발!

 

 

빅토리아로 떠나는 날.

아침에 짐 정리를 마치고 정리를 한 다음 메인스트리트로 가서 퍼시픽 코우치(Pacific Couch) 터미날에서 버스를 타고 나나미오(Nanamio) 페리(Ferry) 선착장으로 갔다. 퍼시픽 코우치의 터미널 구내에 있는 커피점을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버스의 전망이 좋은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 아리랑 함께 앉았더니 위험하다고 어린이는 뒷좌석으로 옮겨달라고 해서 아리는 아빠 곁으로 옮겼다.

 

 

 

아빠가 왜 이럴까?

암벽에 붙여서 새로 만든 높다란 길 위, 유리바닥 위에 섰기 때문이다.

이 길이 바로 오늘 개통한 것.

우리가족은 개통 첫날 이 스릴 넘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을 안았다.

 

 

 

 

 

 

 

좌석 앞에 붙어있는 안내표지를 읽고 아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Cover your Cough:Cover your mouth and nose with a tissue when you cough or sneeze. Ok Cough or Sneeze into your upper sleave, not your hand. Thank you for your consideration]

 

 

 

 

산림 속에 이렇게 높이 떠 있는 길을 아리는 무서움도 없이 앞장 섰다.

아리의 백팩까지 맨 할머니는 저만큼 뒤따르고 있는데...

"아리 조심! 아리 천천히!"를 연신 외쳐대면서...

 

두 개의 티슈로 입을 닦는 그림과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그림이 곁들여있는 광고문을 보고 무엇이냐고 아리가 질문했다.

기침이 나오거나 콧물이 흐르면 손으로 입을 막지 말고 티슈나 옷소매로 가리라고 하고, 손으로 막지 말라고 한다고 설명을 했더니 일부러 헛기침을 하면서 팔소매로 가리면서 할머니더러 보라고 한다. 이미 집에 있을 때도 몇 차례 시켜왔던 것인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하니 더욱 새롭게 각인되는 것 같다.

 

 

 

 

할머니도 무서워 오금이 저리는데 아리는 이렇게 능청이다.

으이구, 똥뱃짱!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자 왼편으로 멀리 들판을 건너서 아득하게 눈 덥힌 산봉우리를 보면서 10번 하이웨이를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드넓은 들판에 잘 다듬어진 농장과 들녘, 목장과 단정한 마을들이 지나갔다.

페리부두에 가까워지면서는 바닷가에서 밀려온 듯한 통나무들이 해변가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보이고, 펄과 얕은 물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떠올리기도 했다.

할머니는 말없이 통나무들을 보면서 침향목도 떠올렸고, 목포의 산낙지도 떠올리며 시상에 잠기곤 했다.

 

 

 

 

서스펜션 출렁다리 앞에서도 도리 역시 겁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엄마 품에 안겼으니까.

^*^

 

 

 

빅토리아의 Swartz Bay 로 향하는 페리.

버스를 탄 채로 페리를 탄 후 버스에서 내려서 페리선상으로 옮겼다.

두 시간쯤 태평양의 바다 위를 달려서 도착하는 동안 아리는 페리 안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서도 놀고, 선상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갑판으로 올라가 바다와 등대와 지나가는 배들과 멀리 보이는 섬들을 보았다.

스왈츠 베이에 도착하여 같은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의 시내 번화가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서 유빅(UVIC:University of Victory)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바위에 패이는 것을 실증해보이는 장치.

물장난을 치는 아리!

애고, 아리에게 과학은 멀기만 하다!

 

 

 

 

연어의 길을 보여주는 물길 끝에 있는 물레방아.

 

 

 

유빅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예약된 대학구내의 숙소를 향하였다. 60동 202호.

방 4개와 샤워실 1개, 화장실 2개, 주방과 거실. 방마다 1인용 침대와 책상과 설합장과 옷장, 문에 조그만 거울이 달려있고, 침대 맡 벽에 붙어있는 스탠드는 책상 위까지 자리를 옮길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책상 옆으로 창이 있다.

단조로우면서도 검약한 모습이었고, 깨끗했다.

짐을 풀자마자 시내로 갔다. 구내를 벗어나 15분쯤 걸어서 내리막길을 가야하는 거리였다. 커다란 수퍼마켓, 물가는 토론토보다도 비쌌다.

 

 

 

 

발바닥이 근질근질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유리바닥 위.

사진 찍는 일도 쉽지가 않다.

도리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

할머니는 겁없이 앞질러 가는 아리를 뒤따르느라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엄마아빠가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열심이고 부지런하고 용감하단 생각이 든다.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고 힘이 드는 일들인데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빈틈없이 챙기고 해내는 것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때로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