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65-옆집의 라칸과 메리엄

천마리학 2011. 11. 13. 01:11

 

 

 

*2011년 6월 1일(수)-옆집의 라칸과 메리엄, 철책 기어오르기.

 

26도~14. 바람 불다.

비는 개었지만, 아침부터 바람이 분다. 아침에 스트릿카에서 온타리오 호수의 물결이 자잘하게 찰랑이는 것을 보며 갔다.

“호수가 어떤 모양이지?”

“어 리틀 빗!”

“왜 그럴까?”

“발남,(바람) 윈드.”

그렇지? 오늘은 바람이 조금 부니까 호수 물결도 잘게 반짝이는 거지.

 

 

 

 

아리는 그저 노는 선수.

어디 같이 놀 친구 없나? 하고 두리번 거립니다.

아리는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세상에서 가장 잘 노는 어린이입니다.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서브웨이를 타고 뮤지엄 스테이션을 지나갈 때,

“아, 여기가 도서관역이구나.”

“노우.”

“도서관 역이야.”

“노우, 박물관”

“응? 뭐라구?”

“방무울···”

긴장해서 햇깔리는 아리.

“뭐? 방구라고?”

웃음보가 터졌다.

“으음, 박, 방, 바아···”

계속 기억을 불러내고 있었다.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하, 박물관?”

“오우, 예, 박물관.”

“맞아, 할머닌 도서관역인 줄 알았지.”

이렇게 가끔씩, 아니 수시로 한국어 단어를 복습시킨다.

 

 

 

아무리 둘러봐도 함께 놀 친구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상급생들 뿐입니다.

철책울타리에 매달려보지만 심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픽업하러 갔을 때 오늘은 내일 아침에 밴쿠버로 떠나야하니까 좀 일찍 집에 가자고했더니 아리가 펄펄 뛴다. 한 이틀 결석을 한 에릭이 왔다. 에릭이 눈에 띄자마자 자석처럼 서로 반갑게 소리치며 엉기는 아리와 에릭, 역시 에릭이 나이가 많지만 아리에겐 노는 맛이 제대로 나는 놀이 짝궁이다.

기어코 휴런놀이터에 가서 1시간 동안 놀았다. 마침 제이든도 와 있었다. 알렉스 선생님도 만났다.

헤어질 때는 모두에게 바이바이!

모두들 2주간의 밴쿠버여행을 잘 다녀오라고 해준다.

 

 

 

 

철책 기어오르기를 시작합니다.

아리는 올라가는 것도 선수거든요.

아리는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고, 선수입니다.

그래서 태그게임을 좋아합니다만, 친구들이 아리만큼 열심히 달리지를 않습니다.

모두 중간에서 탈락해버리니까 언제나 아리 혼자서 달리게 되어 가끔 허전해한답니다.

이제 철책을 올라가보는 것입니다.

 

 

 

 

옆집 아이들, 라칸과 메리엄과의 놀이를 통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또 라칸이 와서 똑똑똑!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더니, 발코니로 와서 할머니를 놀래켰다. 밴쿠버로 내일아침 떠나야하기 때문에 놀 수 없다고. 2주 후에 만나자고 해서 돌려보냈다.

라칸(5살 남동생)과 메리엄(8살 누나), 지난주부터 소통이 되었다. 발코니의 틈을 이용하여 아이들끼리 낯을 익힌 건 좀 더 오래 됐지만 막상 함께 어울리긴 불과 며칠 안 된다. 터울도 마땅하고, 또 함께 어울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처럼 이웃에 친구가 생겼다고 반겼다. 그런데 몇 차례 겪어보니 통제가 필요했다.

 

 

 

 

기어오른 철책 사이로 발을 넣어 안쪽에 있는 벤치의 등받이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한결 수월합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분명히 있는데도 통 얼굴을 볼 수가 없고, 메리엄이나 라칸의 입을 통해서 듣는 말들이 일관성이 없고 모두 거짓말 같았다. 또 어쩌다 아리르 데리러 엄마나 아빠가 그 집에 갔을 때도 집안이 어딘지 모르게 질서가 없고, 내니만 있을 뿐이고 아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메리엄이나 라칸이 우리집에 와서도 하는 행동을 보면 어딘가 잘못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의 집인데도 불구하고 물건을 제 마음대로 다루고, 아리를 살살 꼬아서 장난감들만이 아니라 온갖 물건들을 꺼내게 하고, 스스럼없이 과일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몸을 세워 형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리는 언제 저렇게 형들처럼 야구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아리는 놀기 선수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니까요.

^*^

 

 

 

 

사우디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건 짐작이 가는데 물어볼 때마다 아빠가 사우디에 출장 중이라고 하고, 엄마가 집에 있다고 하는데도 통 아이들 보살피는 일이 없이 얼굴마저 대할 수가 없다. 형편상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의 언행을 보면 대충 교육 상태나 가정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일. 아이들이 좀 일찍 철이 든 건지 아니면 부모로부터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 많고, 허기에 차 있고 행동에 범절이 없다.

아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염려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노는 걸 통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