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62-코리아킨더가든, 되돌아오다 수실아저씨 또 선물

천마리학 2011. 11. 4. 03:55

 

 

 

*2011년 5월 28일(토)-코리아킨더가든, 되돌아오다 수실아저씨 또 선물

 

 

 

17도 ~16도, 흐림.

오늘은 토요일, 코리아킨더가든에 가는 날.

아침에 서둘러서 엄마아빠 그리고 도리와 함께 집을 나서고 할머니 혼자 집에 남았다.

오후 1시 반경, 돌아왔다. 그런데 아리가 코리아킨더가든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왠일? 코리아킨더가든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아리는 대답을 하지 않으며 장난으로 눙치면서 할머니가 묻는 대로 대답했다.

“왜 안 갔어? 어디 아팠어?”

고개를 절래절래. 딴청만 부리고 있다.

“코리아 킨더가든, 문을 닫았어?”

끄덕끄덕. 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할머니가 엄마를 바라봤더니 기분이 상해 있는 엄마는

“아리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대답할 리가 없다.

 

 

 

길거리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아리.

비록 코리아 킨더가든에서 그냥 돌아왔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리에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하여 그냥 지나치지 않는 아리이기 때문에.

때론 그렇게 싫은 것에 대한 반항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리! 괜찮아!

 

 

 

 

 

아리는 요즘 아주 자기의견이 아주 강하고 거짓말을 잘 한다.

음식 먹는 일, 노는 일에 대해서 자기 기어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해서 곧잘 엄마의 속을 태운다. 샤방샤방을 하라고 하면, 안 하고도 했다고 하고, 손을 씻으라고하면 안 씻고도 씻었다고 하기 일쑤다. 화장실에 들어가 물 내리는 소리만 내고, 뭔가를 달그락 거려서 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고 적당한 시간을 보내다 나온다. 어떤 땐 그렇게 하다가 그만 놀이에 빠져서 화장실에서 놀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옷을 입게 하는 것도 어렵다. 집에만 있으면 ‘올 웨어 잠옷!’이다. 다른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한다. 활동에 불편해서 그렇다. 일찍부터 한국에서 가져온 겨울 내의를 입어버릇해서 아리에겐 그 차림이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옷을 입을 때마다 반복되는 연극과 회유.

“아리야 늦었어. 빨리 입어. 안 그러면 할머니 혼자 먼저 갈 거야.” 다그치고 독촉해야 한다.

음식도 자기입맛에 맞는 것이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기가 싫은 건 절대로 먹지 않고, 그러다보니 엄마와 충돌이 되고, 아빠까지 거들게 된다. 엄마의 강요. 음식에 대한 강요, 생활규범에 대한 강요. 바른 것이지만 아리에겐 강요다.

그런 경향이 특히 짙은 요즘, 아리는 사사건건 말썽이 되고, 힘들게 하여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주 높다. 아리는 요즘 철저한 반항아다.

그런 아리가 오늘 또 반항 사건을 저질렀다.

 

 

 

 

글자를 모르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읽는 시늉을 하는 아리.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관심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해보는 것이 좋타!

아리의 관심이 다양하다는 걸 할머니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코리아 킨더가든 교실에까지 들어갔는데 갑자기 싫다고 했다고 한다. 보조도우미 누나가 끝까지 함께 있어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 한번 싫다고 한 아리는 기어코 킨더가든은 그냥 나오고 말았다.

할머니가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한다.

“아이 어프레이드!”

“뭐가 무서웠어?”

딴청이다. 또 돌려댄 거짓말이지 싶다. 엄마아빠는 한숨이다.

아리에게 한글 글자를 가르칠 필요가 있구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글자를 정확하게 모르니까 글자를 통하여 진행되는 수업에 흥미가 없어졌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놀이로만 계속 이해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얼마나 힘들까!

아리가 발코니를 통해서 옆집 829호 들락날락, 놀고 싶어 안달이다. 유리문을 통하여 안을 살펴보고 그냥 돌아오곤 한다. 그 집 가족들이 외출중인 모양이다. 아무리 말려도 수시로 들락날락, 외출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빈집에 가꾸 가면 도둑인 줄 알고 경찰아저씨가 온다. 기다릴 줄 알아야지. 그동안 다른 거 하고 놀아라··· 아무리 타일러도 ‘소 귀에 경 읽기’.

 

 

 

 

여기는 블루어 앤 스파다이너,

거리를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이렇게 흑인 아저씨하고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 될 수 있으니까.

^*^

 

 

 

점심식사 후에 엄마아빠가 수실아저씨를 만나러 갔다. 며칠 전부터 또 선물이 있다고 시간 내어 만자자고 했던 터다.

도리의 선물, 할머니의 돋보기 2개, 브라우스 2벌과 바이타민 D.

또 다시 땡큐.

그런데 브라우스 한 개는 꽃무늬는 할머니 스타일이 아니어서 도네이션 하기로 하고, 보라색 브라우스만 입기로 했다.

제이가 오기로 한 오후 3시경.

그 시간에 맞춰서 엄마가 아리와 도리를 데리고 밖에 나갔다.

놀자고, 테리팍스 공원에 가자고 보채는 아리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아리가 있으면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리와 엄마, 도리가 나간 뒤에 제이가 와서 엄마아빠 방에 있는, 얼마 전에 아빠 생일로 엄마가 선물한, 아빠의 새 컴퓨터의 설치를 도와주었다. 사이사이 거실에 내려와서 마침 중계방송 되는 바르셀로나 팀 vs 맨유팀의 축구시합(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보면서. 맨유팀에 한국의 박지성선수가 소속되어있기 때문이다. 박지성 선수에겐 볼의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바르셀로나팀이 3:1로 이겼다.

 

 

 

 

흑인아저씨 친구가 가버리자 아리는 나무와 친구를 한다.

키대기 해보자!

사실은 이 나뭇잎을 따서 할머니에게 선물이라면서 주었다.

땡큐! 아리!

 

 

 

일을 거의 마쳤을 무렵 엄마랑 아리, 도리가 쇼핑까지 해서 돌아왔다.

“제이허엉!”

또 장난이 시작되었다. 사온 ‘블루 옥수수콘’을 먹으면서 요란한 시간을 보냈다. 제이는 여섯 시경에 일을 마치고 돌아갔다.

저녁 8시경, 누군가 현관문을 쿵쿵쿵.

드문 일이라서 모두가 귀를 쫑끗. 아리가 또 엄마아빠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아리는 TV를 보겠다고 하고, 엄마는 뭘 먹으라하고, 먹고 나서 샤방샤방을 하라고 하고, 그렇게 하고나면 보게 하겠다고, 길다. 안 통한다. 성격강한 엄마나 자기주장 강한 아리! 긴 이론은 통하지 않는다. 지켜보면서도 할머니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그냥 좀 하고 싶은 대로 하게하면 어떨까?쯧! 천천히, 부드럽게···

아리가 잠 잘 시간 무렵에 넛델라를 바른 베이글 쟁반을 들고 올라왔다. 할머니는 컴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공연.

며칠 전 이자리에서 거리의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걸 봤었다.

오늘은 아리가 여기 서서 아리랑을 불렀다.

관객은 할머니와 어떤 일본인 젊은 아가씨 그리고 몇몇 행인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할머니가 들어주니까 됐다.

 

 

 

늘 하던대로 침대에 올라가 TV를 켜더니 ‘황금깃털(구조대원)’을 튼다. 맛있게 거뜬히 먹고나서 중얼거리며 내려오기에 컴작업을 하던 할머니가 샤방샤방하자고 했더니, 노우, 아리는 뭘 더 먹어야겠다는 것이다. 베이글이 없을텐데··· 했더니 베리글이 아니라 “아이 원트 잇 썸씽, 위즈 유.”

아리에게 손을 이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창고로 간다. 선반의 한 곳을 가리킨다. “할머니, 와이트!” 하얀색 봉지를 꺼내달라고 한다.

‘크리스피!’ 쌀 튀김이다. 마지막 한 봉지가 남아있었다. 그걸 가지고 다시 올라와 ‘황금깃털’을 먹으면서 맛있게, 아주 맛있게 먹었다. 먹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웃었더니 “와이?” 한다. 영화장면에선 웃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가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아서!’ 빙긋이 웃으며 화면을 응시한다.

할머니는 곁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댄스>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