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63-아리가 싫어하는 것을 엄마아빠는 왜 강요할까?

천마리학 2011. 11. 6. 13:02

 

 

 

*2011년 5월 29일(일)-아리가 싫어하는 것을 엄마아빠는 왜 강요할까?

 

 

20~18도, 비 또는 흐림.

새벽 5시. 할머니가 일어나 이것 저것 마치고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할머니는 책으로 책상위의 스탠드를 가리고 덮은 채.

7시경에 도리새 노래 소리가 들린다. 도리가 깼나보다. 지금 할머니 곁에서 아리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데.

8시.

아리가 부시럭부시럭 일어나더니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한다.

“아리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드문일이다.

“녜에.”

침대에서 내려와 할머니 무릎에 덥썩 올라앉는다.

 

 

 

요즘 아리는 멍키바에 매달리는 것을 시도하느라 애를 쓰는 중이다.

에릭, 이메진 등 친구들은 다 할 수 있는데 아리만 아직 못한다.

사실은 그 친구들은 나이가 아리보다 한 살 또는 두 살 위다.

그래도 아리는 하고 싶어한다.

지금도 엘레나(5세)가 하는 것을 보며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중!

 

 

 

 

오전부터 829호의 아이들(메리엄-7세과 라칸-5세)이 와서 아리와 놀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디아에서 왔다는데 아이들이 비교적 온순하고 잘 훈련되어있어 보이며, 레니를 두고 있고, 아빠가 리디아와 토론토를 자주 오가며 일하는 모양이다. 아리 방에서 소꿉놀이도 하고, 복도와 양쪽 집을 오가며 숨바꼭질도 하고··· 아리나 그 아이들에서 서로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아리는 어린데다 너무 순진하다. 라칸과 한 살 차이인데도 전혀 생각에 뒷배경이 없다. 제 장난감이고 제 집이고 제 물건인데도 없어지건 말건, 망가지건 말건, 오로지 저 재미있는 일에만 관심이 있어 휘둘리는 것 같다.

메리엄은 과일이건 학용품이건 완전히 제 맘대로 먹고, 사용한다. 메리엄이 그러니까 라칸도 따라한다. 둘은 친 남매간이니까 서로 든든하고 뭉치지만 아리는 오로지 놀이 외엔 의식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요란을 떨고 노는 동안에도 누군가 지키고 있어서 가끔 행동에 대한 견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저녁에 드디어 일이 터졌다.

 

 

 

와! 첫 칸! 뛰었다!

엘리나가 저만큼 간 사이 아리는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본 것이다.

매달리긴 했어도 아직 겁도 나고...

 

 

 

 

아리가 라칸네 집에 가서 오지 않으려고 해서다. 엄마와 아빠가 가서 집에 가자고 했지만 아리가 막무가네였던 것이다.

게다가 엄마에게 안가겠다고 하면서 혀로 퉤!퉤!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엄마가 속이 잔뜩 상했던 모양이다. 억지로 가자고 해도 안와서 엄마아빠가 모두 데려오기 실패하고 집으로 와버렸는데, 잠시 후에 아리가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가 가지 못하게 하며 문안으로 끌어들이자 아리가 싫다고 저항하자 엄마가 그 집에 가서 살아라. 다시는 우리집에 오지 마라 하고 문을 닫아버린다.

다시 문을 연 아리가 스쿠터만 가지고 다시 가서 살겠다고 한다. 엄마가 된통 화가 났다. 울며 떼쓰는 소리와 화내는 엄마의 소리.

이층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할머니는 아리의 절박한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애타게 뭔가를 말하는 아리와 제지하는 엄마.

“애 말을 좀 들어줘라. 왜 저렇게 애타게 만들어?”

할머니가 내려가자 얼굴이 벌겋게 된 아리가 와락 할머니에게 오면서 뭔가를 호소한다.

“스쿠터만 가지고 그 집에 가서 살겠다잖아요.”

 

 

 

 

힘을 내어 한 칸 더 전진!

지켜보는 할머니가 응원하고 있다.

아리는 다음 칸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리가 좋아하는 아빠 엄마가 이집에 사는데, 그리고 할머니도 여기 살고 도리도 여기 사는데 너만 가면 모두 엄마 아빠도 네 엄마아빠 안 하고, 할머니도 안하고 도리도 네 동생 안 한다.

그랬더니 할머니하고만 가자는 것이다.

할머니도 아리 할머니 안 하겠다고 했더니 더욱 절박하게 운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망태할아버지가 아까 왔던 거 알지? 우는 소리 듣고 또 올 테니까 울지말고 이야기로 하자 해서 겨우 울음을 진정시켰다.

다시 타일렀다. 할머니가 다른 친구 할머니 할까?

절래절래.

그런 식으로 겨우 진정하고 나자 이번엔 베이글을 먹겠다고 한다. 베이글에 넛델라를 발라서 2층으로 올라가서 먹자고 한다. 평소와 똑 같다.

 

 

 

성공!

할머니이!

할 수 있다!

아리도 할 수 있다!

잘 한다! 아리!

 

 

 

 

 

할머니는 살벌해진 엄마아빠 눈치를 보면서 여기서 먹자, 몇 번을 유도했지만 이층으로 올라가서 먹겠다는 것이다. (조심조심, 힐끗힐끗) 베이글을 토스트 할까 그냥말랑말랑으로 할까 했더니 토스트를 해달라고 한다.

“아리. 베이글 먹고나서 샤방샤방 꼭 해야해!”

토스트를 해서 쟁반을 챙기는데 엄마가 한 마디 한다. 그리고는 여기서 먹고 샤방샤방하고 목욕하고 올라가라고 하고 아빠도 동조한다. 눈치 보는 할머니가 어정쩡해진 상태로 아리야, 그렇게 하자 라고 했다. 아리는 싫다고 단호하다.

엄마가 다시 한 마디 더 하자 갑자기 아리가 ‘미니미니 마이니 모···’ 하면서 손가락으로 점을 친다. 노래 끝과 2층을 향한 손가락이 일치한다. 2층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엄마와 할머니가 웃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고 있으니까 아리가 다시 한다. ‘미니미니 마이니모 캐치어타이거 바이더 토우···’ 역시 이번에도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손가락이 2층을 가리킨다.

(솔직히 할머닌 속으로 끓고 있다. 왜 아리가 죽어라 싫어하는데 엄마아빠는 죽어라 시키는가. 왜 엄마의견을 강요하면서 아리가 싫어하는 일을 기어이 하게 할까. 그리고 왜 할머니가 이렇게 전전긍긍해야 하는가. 싫다. 괘씸하다.)

 

 

 

또 한 칸 전진!

이젠 거의 다 왔다!

힘내라 아리!

 

 

 

 

할머니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어색하게, 아리가 올라가자 하고 쟁반을 드는 순간.

“여기서 먹이면 안돼요?”

드디어 할머니가 입을 뗐다.

“그렇게 해라. 니가 해봐라. 아리가 싫다잖아.”

“우리가 못 올라가게 하면 할머니도 못 올라가게 해야잖아요.”

“아이가 죽어도 싫다는데. 그러니까 니가 하라잖아.”

“지금 샤방샤방도 이틀이나 안했잖아요. 엄마 말은 안 듣잖아요. ··········”

그래서? 아리가 지금 충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충치가 좀 있으면 어때? 목욕 좀 안하고 냄새 좀 나면 어때? 며칠 전에도 말했지. 페 페 하고 혀 내미는 것 너무 강하게 말리지 않는게 좋겠다. 왜냐하면 아무리 집에서 안 좋은 짓이라고 가르쳐도 킨터가든에서는 거의 모든 아리들이 일상 언어처럼 하는데, 그걸 집에서 하지 말란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변화를 주기 위하여 옆으로 빠져봤다.

성공이다!

 

 

 

 

아리는 이제 겨우 네 살이다. 왜 삼십대 어른의 생각대로 시키려드느냐? 다른 아이들은 안 그런다고? 그러는지 안 그러는 지 어떻게 알아. 또 아리가 왜 다른 아이들과 똑 같아야 하는데? 아니, 왜 엄마아빠의 표준대로 해야 하는데? 아리는 아리야. 비교하지 마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만이 아니라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그리고 일반적인 룰대로 안한다고 하는 것도 비교하는 거다. 설령 아리가 표준규격대로 안 한다고 문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리일 뿐이다. 아리는 아리에 맞게 해줘야지. 엄마아빠의 성격이나 생각을 아리에게 맞추어야 하고, 교육의 기준을 아리에게 강요하지 말라. 아리에게 맞는 교육의 기준을 잡아야지. 할머니 핑계 대지마라. 좀 안 좋은 습관이 있더라도 부드럽게 아리의 성향에 맞춰가며 천천히 바꿔나가도록 해야지.

 

 

 

이제 거의 다 왔다.

마지막 단계!

있는 힘을 다 하여!

 

 

 

“침대에서 먹는게 좋은 습관이예요? 할머니 때문에 그렇잖아요.”

왜 할머니 때문에 버릇 나빠진다고 핑계를 대느냐. 그거야말로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침대에서 먹으면 안 되니? 그게 아리야. 더러 샤방샤방도 안 하고, 손 씻기도 싫어하고, 그게 아리야. 또 애들은 그런 거다.

“딴 애들은 안 그러잖아요?”

딴 애들과는 상관없이 아리는 그런다. 그러면 그게 아리다. 어떻게 다 똑같이 하고, 어떻게 다 책에 나오는 대로만 해야 하니? 어디 할머니가 아리 잘못되게 하느냐····· 지금 이렇게 아리 앞에서 전 벌이는 것조차 아리에겐 스트레스다.······ 말 나온 김에 쏟아냈다.

아리가 계단에 앉아서 ‘할머니, 엄마 두고 올라가자’고 했다가 눈치를 슬슬 보더니 할머니에게 다가와서 올라가자고 손을 끈다. 아리에게 미안했다.

 

 

 

드디어 내리막에 들어섰다.

성공!

잘했다!

 

 

 

엄마가 진정하려 애를 썼다.

내친김에 넌 왜 고등학교 다니면서 충치치료 했느냐? 아리는 지금 깨끗하다. 극성떨지 마라. 또 설령 충치가 있다고 치자. 충치 좀 있으면 어떠냐? 어쩔 건데? 있으면 있는 대로 해야지. 뛰어놀면서 먼지투성이가 좀 되면 어떠냐? 때도 묻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면서 크는 거다. 좀 기준에서 벗어난 습관을 가지면 어떠냐. 그게 아리다. 그게 아리의 개성이기도 하다. 아리에게 맞춰야지. 교육이 곧 문제지 아리가 문제 아니다. 어른도 고치기 어려운 일을 네 살짜리에게 강요하지마라. 겨우 네 살짜리와 왜 항상 싸움을 거느냐? 이게 다 엄마아빠 기준에 비교하고, 맞추는 거지. 왜 아이기준을 무시하느냐. ·····

 

 

 

마지막 봉을 잡고 땅으로 내려서는 순간이다.

와, 아리! 잘 했어!

이 후부터 아리는 멍키바에 대하여 확실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울먹이던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교육의 방법 차이로 된통 충돌한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아리가 2살 때도 이런 일이 한번 있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아리의 기분도 펴진다.

아리에게 엄마 아빠에게 미안합니다. 하라고 했더니 서슴없이 안기면서 엄마 미안합니다! 아빠 미안합니다! 한다.

“엄마 안녕!”

“아리 잘자!”

그렇게 막을 내리고 베이글 쟁반을 들고 올라왔다.

늘 하던 대로 침대 위에 쟁반을 놓고 티브이를 켜고 비디오 테잎을 리와인드 시켜 틀고, 맛있게 먹으며··· 아리가 행복해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