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66-6월 2일,밴쿠버행 가족여행 첫날.

천마리학 2011. 11. 14. 06:31

 

 

 

*2011년 6월 2일(목)-밴쿠버행 가족여행 첫날.

 

 

 

오늘부터 2주간의 밴쿠버행 가족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디지털과 휴먼···’ 워크샾에 엄마가 6일~10일까지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날짜를 늘쳐 잡아 가족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침 10시 비행기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갔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는 동안 아리는 서점에 들려서 드로잉 북을 찾아내어 사달라고 졸라대어 사주었다.

 

누가 아리의 고집을 말릴까?

 

 

 

 

네살인 아리, 나이에 비해서 해외여행을 비교적 많이 한 편에 속한다.

한국에 2회, 스위스에 2회, 하와이, 독일, 프랑스, 그리고 이번엔 밴쿠버다.

그래서 아리에게 공항이 낯선 공간은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아리는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영화를 보느라고 도착할 때까지 내내 잠잠. 도리가 가끔 큰소리로 옹알이를 하다가 사납게 울기도 해서 엄마가 애를 먹었다. 그래도 자다깨다 하면서 무사히 도착해서 고마울 뿐.

 

도리는 옹알이를 하는것도 특유의 큰소리로 하기 때문에 주변승객들의 시선을 받기도 하고, 또 크고 까만 눈동자와 예쁜 얼굴 때문에도 끊임없이 시선집중이었다.

 

밴쿠버에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세시다. 비가 내렸다.

 

 

 

 

아래층의 광경을 훑어보고 있는 아리.

아직은 점잖은 모습이다.

엄마아빠가 수속을 밟는 동안 할머니는 아리와 도리를 돌보는데,

아리가 이렇게 점잖게만 있어준다면 오죽이냐 좋으랴!

^*^

 

 

 

토론토의 피얼스넌 공항에서 오전 10시 비행기로 출발, 5시간동안의 비행시간을 거쳐 밴쿠버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토론토시간으로 치면 오후 3시일 텐데 시차 때문에 3시간 벌었다. 토론토보다 3시간이 늦은 것.

 

아빠가 두통 때문에 기내에서 커피도 마셨지만 낫지 않아서 승무원에게 부탁하여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할머니도 두통 때문에 승무원이 주는 타이레놀 두알을 먹고 좋아졌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두통을 앓았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일 것이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해서도 아빠의 두통이 낫지 않아서 약도 먹을 겸 숙소에 입소 예약시간인 오후 2시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공항 내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있어서다.

 

 

 

 

수속이 끝나도 매점들을 돌아보는 시간,

아리는 요즘 차에 관심이 많다.

이곳에서도 역시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이 차다.

노랑색의 차를 굴리며 쉿 쉿, 그저 재미있다.

안방이건 바닥이건 가리지 않는 아리.

 

 

 

 

 

 

음식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어린이존 구역 옆에 자리 잡았는데 아리는 갖가지 놀이기구를 오가며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놀아보려고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놀이본능을 채워나갔다. 등대에도 기어오르고, 커다란 화면에 나오는 위글스의 영화도 보고,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걸어 장난도 쳤다.

 

아리는 언제나 그렇듯, 할머니가 주문한 치킨샐러드를 같이 먹었다. 말이 같이 먹는 것이지 먹이느라고 온갖 제안을 다 하고 요령을 부려야 했다.

이거 먹으면 힘이 더 세져서 등대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겠지?

이거 먹으면 힘이 더 세져서 아까보다 더 멀리 뛸수 있겠지?

이거 먹으면 저 아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거야... 등등.

 

택시를 타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길 건너편에 환하게 피어있는 두 무더기의 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 이번엔 블루와 연두, 두 대의 차로 경기를 벌이는 아리.

어른들이야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다.

그래서 더욱 할머니의 눈길이 아리를 떠날 수 없다.

 

 

 

 

얼핏 보기에 철쭉꽃인데 꽃송이가 엄청 크고 나무도 커서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온통 환하게 밝히는 커다란 전등불이 켜져 있는 것 같았다. 분홍과 자주. 지난 4월에 갔던 하와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할머니가 감탄하자 엄마가 말했다.

"시애틀과 비슷해요. 거기 날씨도 밴쿠버와 같거든요."

 

벤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달리는 동안 조금 개인듯하던 비가 더 내리기 시작했다.

메일스트리트 28번 정류장 부근. 521번지.

숙소에 도착할 무렵엔 다행히 우산을 받지 않아도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로 비가 줄었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벌써 구내 서비스 차를 점령한 아리,

할머니더러 빨리 곁에 앉으라고 불러댄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아리를 찍느라고 탈 수가 없다.

 

 

 

 

 

 

 

엄마아빠가 짐을 내리는 동안 어느 사이에 아리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집 현관에 가서 벨을 누른 모양이다.

“하이! 웰컴!”

외치는 소리가 들려 바라봤더니 아리가 문앞에 서있고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향해 인사를 건네오며 돕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꽃이 잘 가꾸어져 있다. 할머니가 먼저 도리의 스트롤러를 밀고 들어서자

“헤나?”하고 물었다. ‘하나’를 영어식으로 ‘헤나’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노우, 아이엠 하나스 맘. 데어리즈 하나 앤 페트릭!”

하며 가리켰더니 웃으며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고 짐 내리는 일을 도우며 들어가는 길을 안내했다.

 

 

 

 

도리를 어루고 있는 아리.

제 딴에는 도리를 예뻐하는 건데, 도리는 썩 좋아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할머니는 아리의 심정도, 도리의 심정도 다 헤아린다.

어린 남매의 모습이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예쁘고...,

그리고, 고맙고 행복하다.

 

 

 

 

 

방1개와 거실, 거실은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소파와 공기침대를 설치할 수 있었다. LG티브이가 있었다. 문 밖에는 스파를 할 수 있는 핫텁(hottube)이 있었고, 꽃밭사이 마당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다.

 

방의 침대에서 할머니와 아리가 자는 걸로 했다. 할머니는 거실에서 자겠다고 했지만 엄마아빠의 강력 밀어부치기.

 

대충 짐을 풀고, 남아있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갔다. 비가 오락가락.

 

주변의 주택들이 모두 토론토보다는 배는 넓고, 깨끗한 정원과 잔디 등이 잘 가꾸어져있고 꽃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매우 아름답고, 듣던 대로 살기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대충 제자리에 놓은 다음 서둘러 시내외출부터 하기로 했다. 그래야 미리 계획도 짜고 시간도 아낄 수 있을 테니까. 해가 길어서 좋다.

 

 

 

 

공항 내 이동 중에 중앙 홀에 있는 조각상을 발견한 아리.

그 모습이 신기한지 엄마아빠더러 이것 좀 보라고 소리치고 있다.

할머니도 컷으로 사용하기 좋은 작품이다 싶어서 두어 컷 찍었다.  

 

 

 

 

 

우리식구가 모두 탈 수 있는 벤을 불렀지만 오지 않아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관광안내소에 들려 알아본 다음, 올드 시티에 해당하는 게이트 웨이 스트리트로 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리는 얼마나 말썽인지, 할머니는 온통 아리를 달래기도 하고 같이 놀아주고 붙어 다녀야 했고 엄마아빠의 조심! 아리야! 하는 말이 수시로 이어졌다.

길에서 어떤 늙수구레한 남자가 아빠에게 다가들어 뭔가 중요한 것을 알려주겠다고 말을 길을 막으며 걸어온다.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유순한 아빠가 응하자 아빠를 붙들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그 낌새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짐작한 엄마와 할머니는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홈리스이거나 걸인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맘씨 좋은 아빠가 붙들려있다고 엄마와 할머니는 오, 불쌍한 아빠! 하며 비를 맞으며 붙들려있는 아빠를 보며, 쿡쿡 웃으며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게스트 하우스가 유명한 곳이니 꼭 가볼만한 곳이라고. 또 어디어디구역은 마약쟁이들이 많으니 가지 말라고 말하고는 손을 벌리더라는 것이다.

 

 

 

 

아리는 언제나 아빠와 행동을 같이 한다.

이동 콘베어 벨트에서 짐을 찾아내느라고 살펴보고 있다.  

 

 

 

평소에도 길거리에서 거리의 악사나 홈리스들에게 잔돈을 잘 주는 아빠가 그냥 말 리가 없지 하고 웃었다.

게이트 웨이(GATWAY TO HISTORIC GASTOWN) 거리를 대충 관통해서 돌아보고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버스로 돌아왔다.

게이트 웨이는 밴쿠버시내에서 오래된 거리, 즉 몬트리올의 ‘올드 몬트리올’이나 퀘백의 ‘올드퀘백’ 같은 지역이다.

 

멕시칸 식당에서도 돌아오는 길에서도 아리가 내내 개인행동이어서 모두를 힘들게 했다.

 

 

 

 

콘베어 벨트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아리.

주변에서 엄마는 늘 아리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때로 아리 귀에는 들리지 않기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리. 몸놀림이 잽싼 아리. 어릴 때 제 엄마 같다. 제 주장이 분명하고 강한 아리. 그런 아리로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른들에게는 모두 말썽이 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 되고 만다. 끊임없이 이름을 불러 제지하고 주의를 주어야하고 설득해야하지만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만져보고, 올라가고, 달리고, 도리를 어른다는 것이 귀찮게 해서 울게 하고, 안 먹고, 숙소의 화분을 뒤엎기도 하고.

 

도리는 배고플 때 젖만 먹이면 그저 방긋거리고 잘 웃고, 물론 배고프다고 악악 우렁차게 운다. 그러다가 기분 좋으면 카악 카악 소리도 지르고 옹알이도 하면서 잘 지내는데, 아리는 4세의 반항기에 접어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