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권 천 학
흔들지 마라 무심(無心)의 발걸음으로 너덜샘을 떠나 구불구불 골짜기들을 지나서 안동 땅 감아 안느라 허리 휘어가며 모래턱 만들어 쉬엄쉬엄 내닫기도 하고 철교 아래 이르러 피 묻은 한 시대의 시름으로 굳어진 녹물 씻어내며 한 숨 참고, 더러 고시랑거리는 풀잎소리 엮어내느라 여울도 지다가 도란거리는 마을 앞을 지날 때는 고샅에서 새어나오는 소문도 실어내며 백리도 넘는 바다에 이르는 길을 서두는 일 없이, 멈추는 일도 없이 밤낮없이 흐르노라
어깨 죽지에 깃든 논과 밭 강물에 기대어 삶을 경작하는 뚝심좋은 사람들 뿌리 아래 스며들어 풀들을 키워내고 목숨의 씨알 거두는 노곤함도 잊고 부르는 땀 젖은 노동의 메나리 곡조에 줄기줄기 피워내는 들꽃으로 화답하는 융숭한 잠 깨우지 마라
잠자는 듯 누워서도 모두 기억하는 속살의 역사 그 땅을 적시는 땀방울로 너끈한 물줄기 온갖 목숨들 가득 품어 안고 새끼 쳐 기르며 함께 가는 먼 길 자연으로 흘러가는 발걸음 막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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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실 11월, 18호)
약력
*여원에 단편 「모래성」당선, 부록으로 출간. *여성중앙에 단편 「끊임없이 도는 풍차」당선. * 시 「지게」, 「삶의 중심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현대문학 데뷔. * 「저녁노을 붉은 꽃」, 「끈」등 드라마 당선(KBS, SBS) *월간 어머니 편집장, 풀잎문학 주간 역임. *서울신문 컬럼니스트, 관악문화신문 논설위원, 컬럼니스트 역임. *진단시동인 역임. *한국전자문학도서관 웹진 『블루노트』발행(2002~2007년). *시 「2H₂+O₂=2H₂O」외 16편으로 하버드대학 번역대회 우승. *단편 「오이소박이」로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 *시 「금동신발 」외 9편으로 코리아타임즈 번역대회 시부문 우승
*저서 첫시집 『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을 비롯 최근 『초록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까지 단독시집 9권 공저, 동인지 다수 편저 <속담 명언 사전>
현재 토론토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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