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 * 권 천 학
-새해 아침에 쓰는 편지
서설, 좋은 징조라지요 때마침 새해 첫날 이곳에도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허공이 뿌옇습니다. 마치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하던 지난날들의 어느 한 때 같습니다 만남도 시작도 언제나 순백의 눈송이었지요
또 다시 시작되는 한 해의 첫 기도 뿌리 속 피까지 차게, 뜨거워지는 얼음의 시간을 위하여 아이스 와인 한 잔!
눈 속에서 더 깊이 익는 그 숙성의 시간을 위하여!
저 넓은 세상 속으로 어찌 또 걸어 들어가야 할지 먼지 묻은 옷을 갈아입고 더러워진 손과 발을 씻으며 이름 붙이지 않은 기도를 합니다
오직 흰 빛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과 간곡한 시간 염려마저 하얗습니다
뿌옇기만 한 허공이 또 얼마나 깊을런지요 먹먹하고 또 먹먹해집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먹먹한 설렘이었으니까요
*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
복 많 이 지 으 며 삽 시 다
2011년 신묘년 새해아침에 권 천 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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