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59-아리의 배앓이, TTC 맵

천마리학 2011. 10. 25. 09:18

 

 

 

*2011년 5월 25일(수)-아리의 배앓이, TTC 맵

 

 

간밤에 아리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가 혼이 났다. 아리의 배앓이 때문이다.

여늬날과 같이 할머니는 9시경에 침대에 누워 잠자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아리가 웬지 다른 느낌이다. 늘 하던 버릇대로 “아리, 헝그리!” 해서 아래층에 내려가 토스토 두장에 넛델라를 바른 쟁반을 가지고 올라와서 미쳐 먹기도 전인데 어딘가가 편치 않은 듯 하고 저기압인 듯.

조금 전까지 이웃집 아이들하고 놀다왔는데, 놀기를 멈춘것 때문인가 생각하면서 할머니 팔배게를 해주며 다둑거렸는데,

“할머니, 아리 배 아퍼.”

하면서 할머니 손을 제 배로 끌어다 문지르게 한다. 평소에도 잠이 들 때까지 늘 그렇게 하긴 하지만, 어제밤엔 배가 아프다고 해서 심상치 않았다.

“쎄 쎄 쎄 우리 아리 착한 아리 배야 배야 아프지마라,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 잔뜩 찡그리며 배를 움켜쥔다. 일어나앉아서 안고 맛사지해주고, 물을 먹을까? 해도 싫다. 자세를 바꿔봐도 아프다고하고. 점점 통증의 간격이 잦아졌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엄마아빠 방을 향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좀 와봐!”

 

 

 

아리는 평소에 지도나 팜플릿에 관심이 많다.

그냥 스처보내지 않고 꼭 챙긴다.

오늘 아침에는 TTC 지도를 펼쳐 들고 길을 걷는다.

 

 

 

 

엄마가 왔다.

아리는 여전히 배가 아프다고 엄마와 할머니 사이를 오가며 부대끼다가 결국은 할머니에게 안겨 통증을 참느라고 웅크리고, 찡그리고··· 통증이 지나가면 잠시 멎었다가 통증이 오면 또 다시.

먹은 것을 점검해봐도 별 다른 게 없다. 늘 그렇듯이 집에 오기 전에 할머니가 준비해간 토스트 두 겹짜리 두 쪽 먹은 것 외엔.

저녁식사에서도 아리가 별로 먹지 않아서 온 식구가 신경을 썼었다. 그러다가 이웃집 아이들이 오는 바람에 그만 놀이에 빠졌고 이웃집에 가서 놀다 온 것이다.

“옆집에서 뭐 먹었니?”

물어봐도 먹은 게 없다고 한다. 엄마가 널스에게 전화해서 상담했지만 지루한 캐나다식 통화만 계속될 뿐, 아리를 안고 있는 할머니 속이 탄다.

엄마가 수화기를 들고 잠시 방문 밖으로 나간 사이, 할머니가 아리의 배를 계속 쓰다듬다가 아리가 아파서 우니까 할머니도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리가 아픈 중에도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준다.

“아리야, 아프지 마. 아리가 아프면 할머니도 아픈 거 알지?”

아리도 울며, 할머니 목을 안은 채, 끄덕인다.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서 관심사가 다르다.

할머니나 어딜 가면 꼭 팜플릿이나 신문 등을 챙기는 것을 보고 따라 습관이 된 듯 하다.

나름대로 길 표시를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꾸미기도 한다. 

 

 

 

 

결국 간호사는 아리를 걸어보게 하라고 했는데 아리가 거부하며 꿈쩍도 않한 채 할머니 품에 안겨만 있으면서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결국 간호사 상담을 소득없이 끝내버리고 엄마가 인터넷을 뒤지고···

아리의 몸을 맛사지 해주고, 배를 쓸어주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지압해주고··· 할머니가 아리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려고 요즘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할머니의 창작동화 ‘쓰리 리틀 홀쓰’ 이야기를 꾸며서 해주고··· 그런데도 아리는 잠간씩의 간격을 두고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 막막했다.

그렇게 12시가 넘었다. 할머니가 목청을 더욱 높여서 이야기를 바꿔나갔다.

“블렉키가 얘들아 오늘 소풍 갈까? 했어요. 그랬더니 브라운키가 좋아!하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스노우키는 싫어, 난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하는 거예요. 언제나 스노우키는 딴지쟁이잖아요. 오우 노우, 블렉키와 브라운키가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계속하고 있는 할머니를 향해 엄마가 목소리좀 낮추라고 한다.

 

 

 

 

지도를 펼쳐들고도 장난기는 여전하다.

횡단보도에서 꾸물거려서 할머니가 빨리 건너오라고 재촉했더니 짓는 표정이다.

사람이 지나가면 절대로 차가 속도를 내지않고 멈춰서서 기다린다는 것,

거의 100% 안전한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할머닌 일부러 그런다고 대답하고 계속했다. “아리 마음을 안정시켜주려는 거야.”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리가 통증이 멎는지 할머니에게 안긴 채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오, 제발!

조마조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리는 잠이 든 채 조용하다.

엄마가 그만하세요. 한다. 아냐, 자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을 거다. 그러면서 계속했다. 피곤한 엄마가 아리가 잠든것을 보고 안심이 되어 12시 반 경에 엄마아빠 방으로 건너갔다. 할머니는 아리를 팔벼게 해준 채 2시까지 계속했다. 다행히 아리가 깨지 않고 그대로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휴우~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머니가 물었더니 아리가 말했다.

 

 

 

 

뭘 안다고...

여전히 지도를 펼쳐들고 읽으며 주변을 살피며...

그래도 할머니는 한국에서의 습관이 있어 차도에선 항상 독촉한다.

물론 이곳은 주택가이기도 해서 한가하지만,

길에 나서면 마냥 기다려주는 차들에게 미안한건 할머니 마음이다.

 

 

 

 

“할머니, 지금, 아리 배 안 아파.”

오, 땡큐, 아리!

어제밤에 “할머니, 아리 스틸 배 아퍼!”하던 말은 지옥이었고. 지금 “아리 배 안 아파.”하는 말은 천당이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아빠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저녁 이웃집에 갔을 때 아이스바를 먹었다고 한다.

“아하! 찬 것을 먹어서 아리배가 아팠구나! 거봐. 이젠 아이스크림을 함부로 먹으면 안돼. 학교앞 트럭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도 먹으면 안되겠지?”

아리를 선동했다. 배가 아팠기 때문에 아리가 가볍게 동조하며 끄덕인다.

어제 오후에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려는 참이었다. 발코니 틈으로 이웃집 아이들이 기웃거렸다. 830호.

해가 길어서 아직도 밝다. 아리가 발사슴이 나서 참을 리가 없다.

그 좁은 틈을 타서 들락날락, 결국 그 집에 가서 놀고 왔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아이스바를 먹었던 모양이다. 그게 탈이 났던 것이다.

 

 

 

 

어디가 목표지점인지? 또 무엇이 그렇게 읽을 꺼리가 있는지...

글자도 모르는 아리는 여전히 지도를 펼쳐들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열심이다. 

그래봤자 뻔한 학교길인데...

^*^

 

 

 

 

아침에 스파다이너 쪽으로 가는 스트리트 카 안에서 항상 앉는 앞자리에 앉았는데, 탈 때부터 “하이, 버디!”하고 말을 걸던 운전수가 아무래도 아리가 마음에 드나보다. 운전 도중 짤막짤막하게 말을 걸어 주고받더니 어디쯤에서 아리에게 팔을 뻗어 TTC 맵을 주었다. 뭔가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스파다이너 역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가면서 지도를 펼쳐들고 꾸무럭대는 아리. 길은 늦지만 하는 짓은 귀엽다.

“오우, 유, 네버 겥 로스트!”

지나가는 아저씨가 아리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할머니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