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58-유니온역에서 잃어버릴 뻔!

천마리학 2011. 10. 21. 15:01

 

 

 

*2011년 5월 24일(화)-유니온역에서 잃어버릴 뻔! 

 

 

아리가 학교가는 길 가의 화단에서 민들레 하얀 솜털꽃을 발견했다.

 

 

 

 

“할머니, 아이 던 원트 고우 투 더 킨더가든.”

휴가 끝에 첫 등교일, 아침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아리가 하는 말이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집에 있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휴가기간 나흘 동안 엄마아빠와 쇼핑도 가고, 놀이터에도 가고··· 그래서 자유롭게 노는 새로운 분위기에 재미가 붙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킨더가든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좋잖아. 에릭, 이마진, 또 카밀라랑···”

그렇게 해서 마음을 돌렸다.

유니온 역쪽으로 가는 스트리트 카를 탔다.

 

 

 

 

아리의 웃음이 민들레 솜털처럼 해맑다.

나는 세상에서 우리 아리의 웃음이 가장 좋다!

 

 

 

 

아리가 유니온 역에서 새로운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늘 다니던 길, 구내에서 플렛폼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다른 쪽을 택하는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스트리트카의 통로에서 플렛폼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부터 장난이 시작되었다. 올라가자마자 맞은편 쪽으로 가는 척, 할머니를 뒤따르게 하더니 몇발자국 가다가 휙 돌아서서 매일 내려가는 오른쪽 계단을 향하는 것이다.

“으아? 다른 쪽으로 가는 줄 알았지잉!”

할머니가 속을 시늉을 하자 아리는 재미있어 한다.

서브웨이 플렛폼에 내려갔을 때였다. 내려서자마자 아리는 또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 벨트에 손을 대고 논다.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할머니가 한 칸 더 가서 기둥 뒤에 숨었다.

 

 

 

 

솜털을 불면 하늘로 날아간다는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잠시 숨어서 내다보곤 했는데, 몇 번을 해도 여전히 계속하기에 다른 쪽으로 돌아서 가까이 가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바라봤다.

그런데 아리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가 간 쪽으로 갔나 싶어서 되돌아왔지만 없다.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아리! 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있던 어떤 아줌마가 계단을 가리키며 올라갔다고 한다.

할머니가 급하게 계단을 올라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리! 아리야!···” 계속 부르면서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짧은 순간인데도 온몸이 확 달아오르면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아리가 놀이에 빠져있다가도 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할머니, 할머니!’하며 소리치며 우는데 오늘은 아무 소리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후우~ 불어본다.

날아라 민들레야!

 

 

 

 

할머니 속이 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계속 불러대는데 맞은 편 쪽 계단 근처에서 어떤 아저씨가 여기 있다고 손짓을 했다. 할머니가 그쪽으로 달려가는 순간, 아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울먹이며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서는 판이었던 모양이다.

할머니를 발견하자 쏜살같이 다가오더니 울먹이며 와락 품에 안긴다.

할머니도 달구어졌던 등이 식어 내려갔다. 끔찍하다. 절대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할머닌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