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5일(금)-J형과 수실 아저씨.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영하 10도라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정도, 그래도 한 겨울에 비하면 많이 춥지 않다. 며칠 전 다녀온 하와이에 비하면 엄청 추운 날씨. 지금쯤 한국도 하와이처럼 봄날씨라는데…
오늘은 아리가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가는 스트릿카를 선택. 퀸즈키(Queens Quay)까지 갔는데, 이게 왠일? 모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한다. 우리보다 앞차에서 미리 내려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미 있었고, 우리 뒤에 오는 세대의 스트릿카 승객까지 보태어지는 동안 추위와 시간에 초조해졌다. 하버프론트는 온타리오 호수의 바람 때문에 더욱 추웠고, 또 킨터 가든의 시작시간인 12시 55분에 늦지 않을지 걱정이다. 토론토는 역시 유니온 트래픽의 노조의, 횡포에 가까운 힘을 느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리는 동안 맞은 편 길로 오는 버스를 가리키며 어쩌면 저 버스가 스파다이너 에비뉴의 갈림길에서 유턴해서 우리 앞에 닿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하는 아리의 모습이 대견했다. 춥지 않다고 말하는 아리가 할머니 보기엔 추워 보이기도 해서 안타깝다. 잠시 후 버스가 왔고, 유니온 역에서 서브웨이로 갈아타고… 그래도 킨더가든에 두 번째로 도착, 늦지 않았다. 12시 50분.
할머니는 킨더가든이 끝나는 3시 30분까지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을 이용하여 로버츠 도서관으로 갔다. 1시 30분~3시까지의 두 시간 반 동안이 유일한 할머니의 시간이니까. 매주 한 번씩 만나는 할머니의 젊은 친구 J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데 가는 동안 J에게 엄마가 준 핸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서 너 번 하는 동안 도착했고, 엄마의 부탁도 있어서 생각다 못 해 동아시아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막 입구의 안내창구로 다가설 무렵, 벨이 울렸다. J였다.
신문을 챙기고, 엄마가 부탁한 서류를 전달하고, 책을 빌리고(외규장각의 비밀 1, 2권), J가 그동안 할머니가 보지 못한 신문을 한 아름 챙겨들고 돌아서는데 앗, 레퍼런스 데스크에 존이 앉아있었다. 할머니의 또 다른 캐네디언 친구. 들켰구나. 하와이에서 돌아와 아직 전화도 하지 않았는데… 하긴 항상 할머니는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다음 주 쯤 만나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딱 마주치다니. 어제 아침, 스파다이너 스테이션에서 스트릿카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던 죤을 만났었는데… 만나자 마자 하와이 여행 어땠느냐고 물었는데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밀쳐버리고 서브웨이를 타러 내려갔었는데. 자기는 안 만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서운해 할 것이 분명한데, 이를 어쩌지. 이그 모르겠다.
할 수 없이 다가가는 할머니에게 오늘은 무슨 책을 훔치러 왔어요? 하고 농담을 던지며 반가워했다. 휴~ 다행. 오늘 레퍼런스 데스크에 앉는 사람이 어디를 가서 대신 앉아있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주, 목요일 제외하고 이만 때쯤에 시간을 … ” 저만큼에서 기다리는 J를 신경 쓰며 할머니가 말했더니 “다음 주 말고 그 다음주에”하고 존이 말했다. 아마 다음 주에 제출해야 할 논문이 있는 모양이다.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럼 다시 전화로 얘기하자고 하고 돌아섰다.
“하와이 재미있었어요?” “물론. 넌 안가기 잘 했어.” “왜요?” “넌 혼자잖아. 애인도 없이 혼자 갔다간 눈에서 열불 났을 껄, 그런 델 왜 혼자 가니? 하와이 가기 전에 동행할 여자 친구부터 만들어.” “그렇죠? 그렇죠? 안가길 잘 했어요 ㅋㅋㅋ…” 2층 구내식당(Food Court)까지 연신 웃으면 내려갔다.
J가 안고 있던 신문을 식탁위에 내려놓고 할머니가 노트북을 새로 구입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벌써 엄마가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J의 의견은 기왕 사려면 쓸 만 한 것을 사야하는데, 두 달만 참았다가 6월에 사라고 했다. 좋은 파일과 기능들이 업데이트 되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1,500불. 만약 지금 구입했다간 아쉬울 거라고. 할머니에겐 컴퓨터에 관한한 해결사 노릇을 해주는 친구의 말을 어찌 거역할까? 당연히 따라야지.^*^ 정말 할머닌 이런 젊은 친구도 있어 참 좋다니까.^*^
“할머니, 홴 아이 테이크 수실스 선물?”(언제 수실 아저씨의 선물을 받으러 가느냐?) 어제 수실로부터 전화가 와서 오늘 5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다. 3시 30분. 아리를 픽업하자마자 아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아리는 온통 선물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5시. 그러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시간 맞춰서 가는 거야. 지금 배고프지 않니?” 구슬렀지만 관심은 빨리 수실 아저씨를 만나는 것이다. 이그. 웃겨. 수실이 내 친구지 지 친군가?^*^
아리를 구슬러가며 스파다이너 스테이션에서 스트릿카를 타고 우리 집을 한 정거장 지나 퀸즈키로 갔다. 가는 동안 스트릿 카 안에서 엄마가 싸준 한국 찰떡을 스넥으로 먹었다. 퀸즈키의 <커피 타임>에 도착한 4시 15분. 기다리는 동안 아리가 설쳐대는 바람에 조용할 수가 없었다. 피피도 하고, 두 번째로 푸(응까)까지 하고 뒤처리를 하고 나오는데 이게 웬일. 엄마가 스트롤러에 도리를 태우고 와 있다. 우리를 깜짝 놀래켜 주려고 왔는데 아무도 없어 이상했다고.
수실아저씨. 정말 못 말려. 또 아리에게 장난감 자동차 두 대와 캔디, 초컬릿 등. 만날 때마다 주시지만 단 것을 너무나 많이 주는 것에 대해서 엄마는 늘 민망해 하면 집에 가서는 없애버리곤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오늘도 할머니의 옷 두 벌. 목둘레와 소매 끝을 곡선 처리한 짙은 브라운과 목과 소매부리에 수가 놓인 베이지 7부. 할머니가 오늘 쓴 선 그라스도 고쳐주었다. 역시 지난번에 수실아저씨가 주신 것이지만 안경다리가 헐렁해서다. 하와이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리에게 차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아리는 당연히 예쓰. 다음엔 또 차 장난감을 주겠다고. 수실은 이제야 할머니의 체형을 파악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상의는 미디엄, 하의는 라지, 그래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돌아와서 입어보니 이번 옷은 두벌 다 맘에 드는 디자인과 색상. 사이즈도 딱 맞았다. 오, 수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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